아들이 롱패딩을 사달라고 했다
친구의 운동화가 너무 부러운 어린 시절
“아빠, 겨울옷이 없어요. 패딩 하나 사 주시면 안 돼요”
중학교 3학년 아들이 말을 걸어온다.
아들은 키가 아빠보다 더 커지고 코밑이 거뭇해지면서 말수가 부쩍 줄었다.
딸들과 다르게 말수가 없는 녀석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가끔 속이 터질 때도 있다.
어릴 적에는 어딜 가든 늘 붙어 다니던 녀석이 확 달라졌다.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모임이 더 재미있고 즐거운 모양이다.
아들이 말이 많을 때는 친구들과 온라인에서 게임을 할 때다. 헤드셋과 마이크로 친구들과 모여 악의 무리를 물리친다. 소리를 질러 되며 흥분할 때가 많아 몇 번 혼내주기도 했다.
그런 아들이 애교를 부릴 때는 용돈이나 옷과 신발이 필요할 때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 사준 롱 패딩은 여기저기 해져있다.
몸집이 커지면서 롱패딩은 작아졌고 군데군데 실밥이 터졌다. 지난 주말 초밥 회식에서 아들의 가벼운 옷차림이 마음에 걸렸다.
“날씨도 추워졌는데 옷 한 벌 사줘야겠네...”
아들에게 필요한 옷을 알아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곳저곳 온라인 사이트를 둘러보더니 능숙한 솜씨로 정보를 구해간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속도가 우사인 볼트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카톡으로 제품 상세내역을 발송했다.
영화배우 공유가 모델로 나선 그 제품.
2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금액이다.
같은 브랜드의 옷을 쿠팡에서 찾아보니 절반가로 파는 모델도 많다.
아들에게 권유하니 꿈쩍도 않는다.
굳은 심지와 초심을 버리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빠 그건 5년 전 모델들이 싸게 나온 거야. 요즘 애들은 그런 옷 안 입어”
알 듯 모를 듯 그 마음이 이해된다.
요즘 중학생은 옷의 퀄리티나 완성도보다는 브랜드가 최우선이다.
40대 중반이 된 나의 가치관과는 정반대 해석이다.
불현듯 80년대 후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고급 운동화를 신고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친구 아버지는 택시를 운전했고 어머니는 미용사였다.
친구는 운동화를 마루에 올려놓고 보물처럼 다뤘다.
친구 집을 갈 때마다 운동화가 너무나 갖고 싶었다. 부러웠다.
하지만 부모님께 사달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을 여렴 풋이 알았기 때문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일 년에 한 번 담양 5일장에서 ‘시장표 운동화’를 사는데 밑창이 떨어져야 새 운동화를 살 수 있다.
아들이 사고 싶어 하는 브랜드 롱패딩.
공교롭게도 어린 시절 르까프 운동화와 오버랩된다.
마음은 사주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좀 큰 걸로 사주면 고등학교 때까지 입을 거란 기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