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부모는 전생에 자식의 채무자
어젯밤 아들이 간절히 원하는 롱패딩을 사줬다.
온라인에서 카드로 결제하는데 몇 번의 오류가 발생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녀석의 표정이 야릇하다.
주문 완료. 드디어 겨울옷을 샀다.
마음의 짐을 던 느낌이다.
아마 옷을 사주지 않았다면 평생 빚으로 남았을 것 같다. 카드값은 쌓였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부모는 자식에게 전생에 많은 빚을 진 것 같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퍼 주는 것이다.
빚을 갚는 것이다.
하남산단에서 제조업을 하는 친한 형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사업이 힘들어져 카드값을 연체했다.
일흔이 넘은 부모님이 카드빚을 대신 갚아줬다.
두 분이 청소해서 어렵게 번 돈이다.
포도막염으로 고생하는 아들 생각에 있는 돈, 없는 돈을 털어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늙은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하고 염치가 없다. 꼭 다시 재기해야 할 이유가 생겼어"
불현듯 장난감을 사줬을 때 너무도 좋아하던 아들의 유치원 시절이 떠오른다.
잠을 잘 때도 같이 자고, 밥을 먹을 때도 숟가락으로 밥을 떠 먹여줬다.
행복한 장난감, 소중한 추억.
초등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사촌 형이 건담 모델을 선물해줬다. 개구리 잡고 대나무로 칼싸움하며 놀던 내게 건담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너무나 행복했다.
찬장 속에 고이 간직하며 하루에도 수백 번 쳐다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잠잘 때도 머리맡에 뒀다. 꿈에도 자주 출연했다.
친구들에게 자랑하면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고급 운동화를 신던 친구도 건담 앞에서는 기가 죽었다.
아들의 뒷모습에서 나의 유년시절이 그려진다.
기분이 묘하다.
우리 아버지의 뒷모습에서도 내 모습이 그려진다.
기분이 묘하다.
카드결제를 끝내고 나니 막내가 소리 없이 다가온다.
그리고 귓속말을 남긴다.
"아빠, 나도 동화책이 필요해..."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