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할 때 폴더인사를 하게 한 미용실

커트 6000원 박리다매 자영업 생존전략

by 생존창업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201113074944_0_filter.jpeg



커트 6000원, 오픈 이벤트 5000원.
얼마 전 오픈한 동네 미용실이 내건 현수막.

순간 눈을 의심했다.
주변에는 10여 곳의 미용실이 있는데 대부분 기본요금이 만원이 넘는다. 파격적인 미용실의 가격정책이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고객들을 위한 맞춤 마케팅이다.

박리다매는 음식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저가 커피처럼 많은 손님을 받아 매출을 올리는 방식이다.

스타벅스처럼 고가 정책을 펴는곳과는 대조를 이룬다.
미용실은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 요금으로 돌아갔다.

커피숍,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폐업한 후 공실로 장기간 비어 있던 곳에 둥지를 틀었다. 임대료를 저렴하게 세팅한 후 파격 정책을 선보인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박할 수밖에 없다. 대신 더 뛰어야 한다.

자영업의 치열한 생존경쟁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갑자기 덥수룩한 머리가 신경이 쓰인다.
자연스레 발걸음이 미용실로 향했다.

그동안 머리는 매장 근처 단골 미용실을 이용했다.
보통 남자들은 미용실 한 곳을 정하면 웬만해서는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다. 귀찮아서다. 까탈스럽게 헤어스타일을 주문하지 않는다. 깔끔하면 최고다.

폐업 후 매장이 사라지니 단골 미용실도 발길이 뜸해졌다.
4년간 매일같이 출퇴근하던 곳이 낯설게 느껴지는 걸 보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모양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익숙한 가위질과 전기면도기로 덥수룩한 머리는 단정해졌다.
거울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요금 6000원도 미안한 금액인데, 오픈 행사로 5000원만 받는다고 한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원장님이 정성껏 머리를 손질해준다.

게다가 샴푸도 해준다. 그리고 드라이로 다시 모양을 잡아준다.
대만족. 가성비를 뛰어넘는다.

값을 치르려고 하는데 돈을 내미는 두 손이 공손 해면서 머리는 73도 정도 수그리게 된다.

저렴한 비용에 실력과 서비스도 저렴했다면 다시 안 갈 수 있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끼고 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자영업의 애환도 느껴진다. 우리 동생도 미용사다.

미용사는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행위 예술가다.
제대로 된 작품에 높은 가격을 주는 풍요로운 세상을 꿈꿔본다.

20201112_101206.jpg
작가의 이전글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