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권리금 상실의 시대
시작하는 자 vs 떠나려는 자
오늘 2건의 창업문의를 받았다.
모두가 한 달 전 폐업한 청년다방에 대한 질문이다.
지금까지 청년다방에 관한 피드백은 10여 건 달한다.
커피가 자영업 창업 아이템 1위를 고수하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다.
두 분의 질문은 결이 다르다.
한쪽은 창업이고, 한쪽은 접으려는 분이다.
시작과 끝의 중간쯤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현장을 떠나니 객관적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일 게다.
선수로 뛸 때와 감독, 관객이 될 때 똑같은 상황도 180도 달라진다.
선수로 주목받지 못한 손웅정 씨는 감독으로 아들 손흥민을 키웠다.
질문
"사장님 고민이 많습니다. 놓치기 아까운 자리가 나왔는데 불확실성 때문에 겁이 덜컹 납니다"
50대 중반의 예비사장님은 수도권의 목 좋은 곳에 청년 다방 창업을 고민 중이다.
본사 영업사원은 수도권 매장의 일 평균 매출이 80~120만 원이라 귀띔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한 달 매출이 2600~3200만 원이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최소 500만 원 이상 영업이익이 가능하다. 독하게 일하면 월 1천만 원도 가능하다.
내년에 군대 간 아들이 전역하면 가족경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고정비를 확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설렘 못지않게 두려움이 크다 보니 밤잠을 이룰 수 없다.
창업비만 2억이 넘게 든다.
다행히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된다. 대신 생활비에서 쪼개야 한다.
목 좋은 A급 입지다 보니 권리금이 5천만 원이다.
임대료는 300만 원이 넘긴다. 숨이 확 막혀온다.
"매출 근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비슷한 조건에서 2년 이상 영업한 곳의 평균 매출을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경우는 투자금이 부담되고 임대료마저 높다.
퓨전분식점은 박리다매의 형식이라 고정비가 높으면 자승자박 확률이 높다.
자영업은 원금 회수 이후 순수익이 발생한다.
투자금 회수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 질문.
지방에서 가맹점을 2년째 운영 중이다. 가게를 내놓을 계획이다. 코로나로 매출이 급감하지는 않았지만 늘지도
않았다. 홀 매출 감소분을 배달이 커버해 줬다.
똑같은 매출이라도 배달의 경우 마진이 박하다.
이것저것 때다 보면 남는 게 거의 없다.
전화기 너무 지친 기운이 희미하게 전해진다.
사장님의 궁금증은 권리금이다.
냉정하게 말해 권리금 상실의 시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자영업 시장에도 재현됐다.
지방의 경우 무권리가 늘고 있다. 현재 상황이 그렇다.
수익이 나는 매장이라면 몸집을 줄이는 게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손절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권리금은 양쪽의 이해관계가 충족될 때 형성되는 시장의 가치다. 현재는 힘의 균형추가 한쪽에 쏠려있다.
피 같은 매장이지만 기대치를 낮추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아쉽게도 오랜 기간 지속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