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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Aug 09. 2023

잼버리가 무슨 금 모으기 운동인가?

잼버리 대회에서 우리나라의 국민성을 보다.

잼버리로 온 나라가 난리다. 잼버리 관련 기사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포털을 장식한다. 난 잼버리가 세계 청소년 스카우트 대회이고 4년에 한 번씩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올해 개최지였던 전북 무안에서 폭염에 대한 대비 외에도 기본적인 위생이라든가 청소년/어른 남자/여자 화장실과 샤워실 구분 문제, 화장실 위생, 벌레 및 질병 문제, 부실한 물품과 먹거리, 운영 전반에 걸쳐 준비가 너무 미비해 전라북도 공무원들이 많은 비난을 받고 있으며 국가 이미지 실추, 국제 망신으로까지 비화되는 중이다. 운영 미숙과 안전/위생상의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일찌감치 철수를 결정한 영국, 미국, 싱가포르 외 다른 국가의 참가자들도 이번엔 태풍 예보 때문에 전부 조기 철수하게 됨으로써 행사가 십 며칠 더 남겨두고 전면 중단이라는 파행을 맞을 듯 보이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잼버리 관련 기사를 보면서 4만 명이나 군집하는 세계 대회를 "올림픽급으로" 준비하지 못한 전라북도청과 이전 정부(이전 정부는 왜..)를 비판하는 것만큼이나 황당한 것은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예정됐던 K-POP 콘서트에 BTS를 불러야 한다느니(콘서트가 예정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아무리 봐도 BTS가 출연할 계획은 없었던 것 같다), 서울에 올라와 어쩔 수 없이 시내 관광을 하고 비좁은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는 참가국 청소년들에게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미안하다고 하는 등의 보도들이었다.  


4년마다 열리는 잼버리 행사가 때마침 우리나라에서 열렸고,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수개월, 수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서 비행기값과 참가비를 모아 부푼 꿈을 안고 참가했는데 어린 학생들은 물론 고국에 있는 가족들마저 걱정으로 너무 고생 중이다 등의 각종 안쓰러운 스토리들도 보인다. 청소년 시기에 4년에 한 번 있는 대회다 보니 참가하는 것이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인데 실망하고 경악했을 외국의 참가자들에 대한 국민적인 동정심이나 미안한 마음이 물론 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의문도 든다. 솔직히 말해 너무 오 육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것인가?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생각하고 많은 기대를 안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을 세계 각국 청소년, 그리고 이들을 조직한 각국의 조직위 어른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줘서?


삼성을 비롯해 대회 파행을 우려한 많은 기업들이 나라 사랑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지원을 너도 나도 시작하고(대회 측에서는 그것도 미비하다고 했다) 대통령도 외교부장관과 서울의 각 대학에 철수한 참가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서울 관광과 같은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대통령령으로 지시했다. 4만 명이나 되는 참가자가 있다는 사실에 나 역시 적지 않게 놀랐고, 매끄럽지 못한 운영을 뒤늦게 알게 된 정부 당국자들도 매우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국가의 이미지, 암요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의 숨 가쁜 각종 해외 일정에서 세계 각국의 규모의 주체들과 협력을 약속하고 왔을 대통령의 절박함도 이해 못 할 일이 아니다. 철수 이후 서울로 돌아온 참가자들 외 모든 참가자들을 수용하려면 비용이 몇백, 천억 단위가 된다는 사실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일차적 책임은 4만 명 규모나 되는 대회를 이렇게 안이하게 준비한 전라북도청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냉정히 놓고 생각해 보면 전라북도청만 잘못이 있는 건 아닐 것 같다. 최근 K 컬처, K 의료, 등등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매우 높아진 것은 정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영국에서 4500명인가 하는 가장 많은 인원을 파견했다고 하는데, 영국에서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많이 참가를 하게 되었는지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한국에 대한 최근의 좋은 이미지, 그리고 한국의 시스템에 대한 모종의 믿음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마침 또 날씨는 왜이리 더웠을까?한국의 여름이 어느 정도 더울지 전혀 예상은 못했을까. 야영을 하는데 기본 시설은 물론이겠지만 더위에 대한 대비가 각국차원에선 아예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  역시 든다.


어찌되었던 이번에 드러난 민낯과 국민들이 느끼는 "창피함"의 포인트는 이것 같다. 어떤 기사에 의하면 어느 참가자/조직위 관계자가 말하길, 잼버리 대회가 미국과 일본에서도 이전에 열린 적이 있었는데, 야영 대회라는 특성상 몸은 힘들었지만 위생 때문에 우려해 본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충분히 창피함과 굴욕감을 줄 만하다. 왜 그러냐고? 우리 의식 저변에 있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열망 그리고 이제는 선진국이 되었다는 자부심에 완전히 반대되는 "후진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미안하다"라고 말하고 느꼈다는 한국 시민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언급은 이처럼 동시에 우리나라의 국민성을 그대로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사실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

BTS를 불러오고, 예정에 없던 서울 문화/역사 관광, 청와대 관람 등을 시켜주고, 대학들은 물론 민간 기업들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준다고 실추된 국격이 다시 되돌아올까? 한국에 실망한 세계인들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을까? 우리 정부나 민간이나 국민들이 미안해하고 어느 정도 조치를 취한 것은 취한 거고 긍정적이지만,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빼박"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번 여러 보도들을 접하면서 영미권의 부모들의 의견들이 그들 문화의 일면을 보여준 것처럼 우리 국민성의 일면 또한 만천하에 보이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번 대회의 파행에 대해 냄비같이 어떻게든 덮으려고 하고, 상대방은 생각도 안 하는데 " 육바"해서 TPO에 맞지도 않는 과한 국가적인 친절을 베풀 것이 아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전라북도청에서는 자치도 행정기관의 레벨에서 많은 반성 통해 미래를 위해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제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이번 한국에서의 대회로 인한 파문이 너무 커서 향후 몇 년 간 아예 운영이 불가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금전적 손실과 이미지 실추도 아마 어마무시할 것이다. 소송을 좋아하는 영미권 문화에서는 잼버리나 우리 국가를 향해 소송을 할 가능성도 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각국 참가자들이나 대회 조직위에게 합리적인 선에서의 여행비나 체제비 보상 정도를 일정 부분 해줄 수는 있다고 본다.


어느 기사 내용에 따르면 미국의 어느 참가자의 한인 부모라는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소송의 나라"답게 미국에서는 잼버리 운영위원회를 대상으로 소송이 곧 있을 것 같고 그렇다면 너도 나도 참여할 것이며 자신 역시 마찬가지다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에서는 한국의 국격 실추 이런 포인트보다도 한국이 원래 그런 나라인 줄 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쯤 되면 모든 부끄러움은 역시나 우리 국민의 몫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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