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혹은 담백한 일본 감성으로 '상처 깁기'
주말 오후,
잠잠한 일본 감성의 영화를 찾다가 선택한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입니다.
책 속의 내용도 좋아하지만,
책이 가진 물성과
첵이 자리하는 공간과
책을 가운데 두고 하는 이야기들을
모두 사랑하는 저로서는
그리 특별한 내용없이 마른 꽃 같은
이 영화의 감성이 참 좋았습니다.
주인공 다카코는 애인에게 실연을 당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그리고 엄마의 부탁으로 삼촌이 운영하는 헌책방에서 일을 도와주게 되지요.
책과 그리 친하지 않았던 다카코는
헌책방에 오는 손님들,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해주는 삼촌,
삼촌의 단골 바의 사람들과 친해지고 대화하며
조금씩 책에 관심을 갖게되고 상처도 아물어 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지만, 다카코
지나치고 있었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스스로 일어서려는 의지를 다시 갖게 되죠.
책을 읽지 않으면 세상의 겉밖에 볼 수가 없어.
헌책방 손님이 하는 말을 듣고 잊어버릴까 적어두었습니다.
정말이지,
제가 책에 집착하는 이유가 저 한 문장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더군요.
세상의 겉, 그리고 내 안에 숨어있는 진짜 나를
보려면 책이 그 정답인거죠.
영화를 보는 내내 소유하고 싶어졌습니다.
영혼의 선배같은 삼촌.
책이 가득찬 고요한 공간.
진솔한 대화 그리고 침묵까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네 지인.
손님이 아니라 친구처럼 책 하나 들고 들어설 수 있는 집 근처 카페.
사람의 상처를 기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분명 '책'이 존재할 것입니다.
책을 읽을 때 인간은 오롯이 혼자이지만,
그 순간 그를 사로잡는 것은 누군가와의 교감입니다.
책이란 결국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장 내밀하게 이어지는 통로니까요.
- 이동진 <밤은 책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