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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남TV May 17. 2020

프롤로그: 제주도 올레길에서 코치를 만나다

‘휴~~~~~~~~~~~~~~~~~~~~~~~~’


영웅씨는 땅이 꺼져라 숨을 내쉬고 있다.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나만 바라보고 있는 아내와 갓 태어난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영웅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으로 진로를 정하고 컴퓨터 공학과와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전공한 이후 세계의 게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메이저 게임 회사에 입사했다. 영웅씨는 자기 계발 차 참여했던 한 미래 포럼에서 이제는 산업화 시대가 지나갔기 때문에, 월급쟁이 삶의 스타일로는 도저히 승부가 날 수 없다는 자기계발 강사의 말에 감명을 받고, 용기를 내어 과감하게 회사를 박차고 나와, 대한민국의 높은 교육열로 인해 사그라들 수 없다는 에듀테인먼트 게임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재미있고 질높은 교육 콘텐츠를 보급한다는 사명감으로 젊은 혈기로 뜨거운 열정을 쏟아부어 개발한 에듀테인먼트 앱들이 초반에는 분야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고 떠오르는 신흥 CEO로 언론의 주목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그렇듯이 잠깐의 반짝임만으로 경영을 지속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순간적인 주목을 받아 일시적인 매출을 일으키긴 했으나,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앱들에 묻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다. 좋은 콘텐트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너무 순진하게 믿었던 것이었다. 직접 사업을 경영해보면서 콘텐트의 질도 중요하겠지만 마케팅과 세일즈가 균형있게 받쳐주지 못할 때, 사업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됨을 뼈저리게 깨닫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버티고 버티다 통장 잔고는 비어만 가고, 갓 태어난 아기와 힘들어 하는 아내의 한숨 속에 영웅씨는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에 땅이 꺼져 나갈 것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참담한 처지가 된 것이다.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르고 객기를 부린 것인가? 내가 어쩌다가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주변에 피해를 주는 인생으로 전략한 것인가? 아~ 남들처럼 안정적으로 월급 받으며 살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끊임없이 떠오르는 내면의 의문과 면목 없음, 우울함, 열패감의 감정들에 짓눌려 영웅씨는 숨이 턱턱 막히는 하루 하루를 보내던 영웅씨는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바다라도 보면 숨통이 좀 트일까 하여, 인터넷 사이트에서 우연히 본 땡처리 제주행 비행기 표를 끊고, 아내에게는 사업 구상차 일주일만 시간이 필요해서 친정에서 지내달라고 양해를 구한 후, 무작정 제주도로 떠났다. 어린 아이와 산모를 두고 떠나는 마음이 괴롭기만 하였다. 그래도 먼저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숨이라도 쉬면서 살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제주도로 향하였다. 


특별히 제주도에 아는 지인도 없던 영웅씨는 지도를 펴들고 무작정 제주 올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 속에 바다 제주 올레길을 터벅 터벅 걸었다. 


그런데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보고 마음이 확 트였으면 좋으련만, 괴로운 마음의 영웅씨는 그냥 바다 속에 몸을 던져 버리고, 인생의 짐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번뜩 정신이 들었다.


“자네 영웅 군 아닌가?”


“어, 정 회장님? 아니 여기는 왠 일십니까?”


“내가 물을 소릴세. 자네야 말로 여기 왠일인가?”


“아, 전 그냥, 바람 좀 쐴까 하고요...”


“하는 사업은 잘 되고? 연락 끊지 말라고 했거만, 왜 이렇게 연락이 뜸했나? 회사를 위해서라면 자네 같은 인재를 놓치기는 아까웠지만 내 경험을 비춰보아도 젊은 날의 도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자산임을 알기에 도전하도록 보내주었었는데”


“아, 예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습니다.” 


엉겹결에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이 편치 못했다. 말릴 때,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에 비해 현재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차마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자네, 우리 회사 R&D 부서가 창의적 게임 개발을 위해서 제주도로 이전한 것 알고 있었나? 나도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일한다는 핑계를 대고서, 제주도는 내게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해서 가끔씩 제주도에 와서 이렇게 올레길을 걷고는 한다네. 참 반갑네. 그간 어떻게 지냈나?”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영웅씨가 제주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인물은 바로 창업 전에 영웅씨가 몸 담았던 게임 회사의 창립자로 “영웅의 여정 Hero’s Journey”라는 빅히트 게임을 개발한 정명상 회장이었다. 평소부터 무엇보다 인재를 중시하던 정회장의 눈에 패기만만하고 자신감 넘치는 재능 있는 신입사원이었던 영웅씨는 눈에 띄었고, 영웅씨가 회사에 근무하던 동안 아낌없는 총애로 지지해주었다. 영웅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도, 젊은이라면 그런 패기와 도전이 필요하다며 격려해주던 정회장에게 영웅씨는 차마 사업의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중견 회사의 창립자인 정회장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잠시 말없이 걷던 정회장은 영웅씨에게 한마디 말을 던졌다.


“사업이라는 것이 참 쉽지 않지?”


“아, 네? 네..........”


“자네 모습을 보니 내 옛 생각이 나네.”


“회장님의 옛 생각이요?”


“사실 어느 개척자의 길도 그렇겠지만, 결코 쉽지는 않은 길이지 않았겠나? 더군다나 내가 생소했던 게임 산업에 뛰어 들때는 하물며 말할 필요도 없었겠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코흘리게 어린 아이나 하는 오락에 인생을 건다고 할 때, 주변의 만류는 물론, 가족들의 반대도 너무 심했었지.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리며 시작했던 첫 프로젝트를 비롯해 몇 개의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을 때는 정말 참담했었다네.”


“회장님도 그런 때가 있으셨다고요?”


“그러면 나는 그냥 처음부터 운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나?”


“네, 저야 처음부터 성공하셨던 모습을 뵈었으니까요.”


“허허~ 그럴만도 하겠네. 자네는 내가 왜 제주도 처음 방문했었는지 아나?”


“신혼 여행으로요?”


“허허, 하긴 나 젊었을 때는 신혼 여행지로 제주도를 많이 오긴 했었지. 

아니네, 그냥 푸른 바다에 몸을 던질 마음으로 왔었다네.“


“네???? 회장님께서 바다에 몸을 던지려고 오셨다고요?”


“믿기지 않지? 하지만 사실이 그랬다네. 몇 개의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니 참으로 참담했었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지. 가족들을 볼 낯도 없었고.”


과거를 회상하는 정회장의 눈이 어느덧 붉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뛰어내리려고 절벽에 서 있는데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도 눈에 아른거리고... 못난 남편 못난 아버지 많나 고생만 하던 가족들이 앞으로 더 고생할 생각을 하니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더구만.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네, 그냥 발길 닿는 데로 정처없이 길을 걷고 있는데, 벌레 소리, 새 소리가 들리고 꽃과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도 보이기 시작하는거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 ‘저 벌레도 살고 새도 살고, 풀도 사는데, 나라고 못 살 것 있어?’ 

그런 생각이 드니깐 신기하게도 조금씩 내면으로부터 생명력이 솟아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더군. 그러더니 재미있게도 배가 고프더라고.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잖아’하는 옛 속담도 떠오르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유명한 제주도 갈치나 한 번 먹어보고 죽자는 마음으로 가서 한끼 배부르게 먹었지. 그 때 먹은 갈치가 아마 평생에서 제일 맛있었던 거 같아.“



“하하, 회장님 심각한 이야기인데 왠지 좀 희극적이기도 하네요.


“하하, 나도 지금 돌아보면 그 때 허겁지겁 갈치정식 먹던 내 모습이 떠올라 빙그레 미소짓게 된다네.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 보면 희극이라고 하지 않나. 허허~” 


“회장님, 제가 말을 끊게 된 것 같은데, 그 후 어떻게 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그래, 배를 든든히 채우고, 식당을 나서는데, 맞은 편에 헌책방이 보이더군. 평소에도 보물찾기 놀이 하듯 헌 책방 가는 것을 좋아하던 취미가 있던 김에 들어가 보았지. 헌책방의 옛 책 냄새들은 묘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주는데, 그날은 더욱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더군.”


“뭔가 멋진 책들을 득템 하셨나요?”


“그렇지, 정말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은 작가를 거기서 만났거든.”


“와~ 그게 누구죠?”


“죠셉 캠벨이라네.”


“죠셉 캠벨이라면? 신화학자 죠셉 캠벨을 말하시는 것인가요?”


“그래, 자네도 잘 알고 있는 죠지 루카스 감독에게 영감을 주어 스타워즈를 탄생시킨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의 이론을 정립한 세계적인 신화학자지.”



“아, 그러면 그 때 헌책방에서 득템한 죠셉 캠벨의 영웅의 여정이 바로 빅 히트작 ‘영웅의 여정’을 탄생과 뭔가 관련이 있으신건가요?”


“그렇지! 역시 내가 주목해서 보던 인재답군. 그 때 헌책방에서 만난 죠셉 캠벨의 책이 바로 오늘날 우리 회사를 존재할 수 있게 근간이 된 것이지.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때, 내가 죠셉 캠벨이 전해준 지혜를 깨닫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 내 삶의 여정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이라네.


“내 자신이 내 삶의 주인공이라고요?”


“그렇다네. 그런데 자네 배고프지 않나?”


“아, 말씀에 열중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올레길도 식후경! 일단 오늘은 함께 갈치 정식이나 먹으러 가봄세”


막막한 마음으로 제주도에 왔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정회장과의 만남이 영웅씨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제주 갈치구이 정식을 먹으며, 사업의 어려움과 힘든 심경도 함께 공감해주며 경청하던 올레꾼 정회장은 영웅씨에게 일주일간 제주도 올리길 코스를 걸으며,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와 함께 연수원 숙소도 함께 제안해주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영웅씨는 기꺼운 마음으로 시간을 내겠다고 약속을 했다. 정회장이 사준 갈치 정식으로 배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든든하게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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