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0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매일 1시간 이상 동안 동영상을 시청하며, 1분마다 셀 수 없이 많은 동영상을 업로드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튜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게임 방송 BJ '대도서관'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을 계기로, 수많은 인터넷 방송인들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 시작했고 70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씨가 유튜브와 구글의 CEO에게 초청받는 등 한국에서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유튜브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높다. 이것은 단순히 모바일 SNS가 우리 시대의 기본 문법이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유튜브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범 세계적인 유통망을 가진, 수익성을 가진 시장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상과 생각, 혹은 취미를 촬영해 전시하는 행위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을 유튜브는 제시했다. 그리고 이 새롭고 편의적인 유통망의 장이 된 유튜브는 조금은 특이한 스테이터스의 사람들까지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이돌 말이다.
가장 먼저 유튜브를 개인 차원에서 시작한 이들은 f(x)의 엠버와 비투비의 프니엘과 같은 미국 출신 아이돌 멤버들이다. 당시의 많은 유튜브 콘텐츠들이 그랬듯, 이들의 초기 영상들은 화려한 편집과 거창한 내용보다는 정제되지 않은 일상을 공유하는 형태로 꾸려졌다. 본격적으로 아이돌 유튜브 채널을 '콘텐츠화'한 것은 엠버인데, 영어권 유튜버들의 영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리액션 캠'이나 '챌린지' 같은 내용들로 채널을 꾸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미권 팬들 사이에서 "이런 영상들로 편하게 소통할 수 있어 좋다"같은 호응이나, "이 사람이 왜 일반인들이나 할 법한 것들을 이런 데다 올리고 있지?'와 같은 의문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엠버의 선택은 옳았지만.
유튜브의 수익성이 점점 화제가 되어가던 2016년 하반기에는 f(x)의 루나가, 2017년에는 2NE1의 산다라 박이 차례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부터 이들의 영상에는 다양한 편집 효과가 추가되고, 브이로그나 뷰티, 다른 유튜버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 등 본격적으로 콘텐츠화되었다. 주목해볼 수 있는 점은, 다른 아이돌 유튜브에 비해 빨리 채널을 개설한 이들 모두가 모종의 이유로 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혹은 팀의 주력 멤버들만큼 개인 활동을 왕성하게 이어가던 멤버들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튜브 이전부터 쓰여왔던, 지속적인 SNS 활동이나 V앱 방송과 같은 수단들은 아티스트와 팬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줄 수는 있었지만, 그들의 커리어적인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했다. 아이돌 유튜브의 본격적인 유튜브-콘텐츠화는 이들이 유튜브를 대체-커리어로서 인식하고 또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은 더욱 많은 아이돌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유튜브를 개설하고 있다. 구독자를 1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멤버들이 있는가 하면, 꾸준한 활동으로 높은 조회수의 영상들을 만들어가는 이들도 있다. 아직까지는 유튜브보다는 팀 활동을 주력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는 하다. 또, 인터넷 콘텐츠의 형식으로 멤버 개인들의 유튜브 활동보다는 방송 프로그램 전문 제작팀을 통해 제작한 콘텐츠를 V앱이나 옥수수와 같은 매체를 통해 공개하는 방식이 지금은 더 자주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기존의 기획사-방송 매체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아이돌 커리어에 점점 커다란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유튜브에서는 진짜 너를 보여줘라'라고 하더라.", "8월이면 계정이 완전히 내 소유가 된다"라고 밝힌 루나의 말을 통해, 기획사에서도 아이돌 개인의 유튜브 활동과 수익 창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고 나름대로 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다.
유튜브를 통해 자전적이고 LGBT 지지적인 믹스테이프를 발표한 엠버나, 음반 활동 기간 동안의 기록과 콘텐츠를 유튜브에 남긴 선미의 경우처럼 아티스트의 주요 커리어를 이어가거나 보충하는 수단으로 유튜브를 선택하는 경우 역시 활동 양상의 변화 중 하나다. 유튜브를 통해 아이돌 팀의 활동 영역이 공중파 음악 방송과 콘서트에 머물지 않게 된 것처럼, 유튜브는 아이돌 팀 멤버들 개인의 커리어 활동 범위를 음반 제작이나 매스 미디어 바깥으로 넓히도록 대안을 제시했다. 보다 더 많은 발언권과 자유를 확보하게 된 이들이 아이돌 씬의 방향을 어디로 이끌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엠버의 유튜브 채널가 대표하듯, 그것은 기존 유튜브 콘텐츠와의 동화일 수도 혹은 자유로운 음악적/메세지적 표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기획사와 방송국의 제약 없이 오픈된 매체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이미지와 메세지들이 지금까지의 아이돌 씬을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아직까지는 그 알 수 없는 미래를 기대하며, 혹은 불안해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