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관린, 아르곤, 드림노트, 공원소녀, 박봄, 예리, 마마무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남자 아이돌 듀오 팀들이 따르는 특유의 경향성이 있다. 일단은 '각'을 살릴 필요가 없으니 비교적 편안하고 그루비한 느낌을 살리고, 동시에 데칼코마니나 쌍둥이 같은 이미지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듀오 유닛이 대부분 이러한 경향을 따랐었고, 타이틀 곡인 '별짓' 역시 그렇다. 그렇지만 2번 트랙부터 4번 트랙은 각각 라이관린과 우석의 솔로곡으로 채워져있고, 매우 대조적인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하드코어하고 강한 비트의 라이관린과, 비교적 부드럽고 감성적인 우석의 곡들이 번갈아가며 전혀 다른 분위기 혹은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대조적인 (혹은 조화롭지 못한) 구성은 이벤트 혹은 단발적인 목적성의 앨범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두 멤버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앨범.
매드시티나 원어스와 같은 최근의 신인 보이그룹들은 BTS나 몬스타엑스에서 컨셉과 장르성, 메세지를 차용하고 있고 아르곤도 이 경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날카롭고 무거운 비트와 베이스, 공격적인 래핑과 고음을 찌르는 보컬 등은 보이그룹들의 첫 앨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스타일들이 그다지 차별화되지도, 눈에 띄지도 않는 낡은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2010년대 초반의 보이그룹들에게서도 그대로 찾아볼 수 있었고, 약 10년 동안 단물이 다 빠져나가고 있는 것들이다. 트로피컬 하우스 잔치도 끝나가는 시점에서 신인 그룹들을 만드는 기획사와 프로듀서들은 경향성이나 트렌드와는 상관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드림노트의 데뷔 앨범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아기자기하고 유니크한 사운드를 인트로 트랙부터 수록곡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고, 이번 앨범에서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Dream:us]에서는 사운드 소스를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에너제틱하고 독특한 비트가 이러한 소스들에 활기를 불어넣어 곡에 빈틈을 꽉 채운다. 그동안 몽환적이고 밝은 사운드를 사용하는 걸그룹이 많이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드림노트는 질주하는 듯한 템포로 특유의 차별화되는 음악적 아이덴티티와 감각적이고 엉뚱한 컨셉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들이 쌓아하갈 디스코그래피와 세계관을 기대하게 하는 앨범.
지난 해 8월에 발매했던 데뷔 앨범의 'Let It Grow~ a litthe tree', 'YOLOWA(욜로와)', 'Melting Pot' 같은 수록곡들이 가지고 있던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소스를 앨범 전체에 반영한 듯 한 스타일의 앨범이다. 타이틀 곡 'TOKTOK(수천 개의 별, 수천 개의 꿈)'을 포함해 'BLOOM(True Light)', 'Miss Ping Pong' 다양한 장르의 트랙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밝고 다채로운 사운드 소스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고 있고 경쾌한 가사와 안무는 컨셉으로서의 '몽환적임' 이상의 에너지를 앨범에 부여한다. 다양한 사운드에 묻히지 않는 멤버들의 보컬에서 긴 준비기간을 짐작할 수 있기도 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아트워크 역시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앨범의 컨셉에 묻어난다. 드림노트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앞으로 쌓아나갈 세계관과 음악을 기대하도록 하는 앨범이다.
2NE1의 마지막 싱글 '안녕' 이후로 2년, 솔로로는 8년만의 컴백이다. 박봄의 이름과 봄이라는 계절과 상징성, 그리고 그가 겪어온 논란과 긴 침묵의 시간이 맞물려 '봄'으로 승화되는 순간은 강렬하다. 서정적인 곡과 산다라의 건조하고 시니컬한 랩이 이루는 조화 역시 인상적이다. 박봄의 폭발적이고 기교적인 보컬을 살리지 못하는 곡의 단조로운 흐름과 적당한 무게감을 갖추지 못한 사운드는 아쉽지만, 세 곡 모두 은유적인 자전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박봄의 새로운 시작을 묵직하게 알리기에는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차트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아직까지 박봄이 우리에게 뚜렷한 현재성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를 증명한다.
웬디와 슬기와 같은 출중한 보컬을 갖춘 멤버들 사이에서 어필하기 어려웠던 예리의 목소리는 이미 한 곡 전체를 소화하는 것에 준비된 상태이다. 안정적인 멜로디의 작곡 능력과, 아직은 다듬어야 할 점이 있지만 단어와 문장을 부드럽게 이어가는 작사 능력 역시 눈에 띈다. 이미 그룹 활동으로 많은 커리어를 이룬만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싱글이다.
다양한 장르와 사운드를 아우르는 마마무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풍성한 구성의 앨범이다. 그동안 이어왔던 컬러 연작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도 부족하지 않다. 점점 세련됨을 추구하고 있는 마마무의 음악에 방점을 찍은 인트로와 아웃트로 트랙은 하나의 앨범을 열고 닫기에 손색없는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풍부하고 세련된 감성의 '25'와 정통적인 팝 R&B 장르의 문법을 따른 'Bad Bye'는 그 동안 마마무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던 스타일의 곡이다. [Red Moon]의 '잠이라도 자지(Sleep In The Car)'에서 보여줬던 무겁고 거친 면은 'My Star'로 이어진다. 점점 감성적이면서도 와일드한 면을 보여주고 있는 마마무의 컨셉 방향성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한 후반 수록곡들은 마마무의 다음 행보, 특히 트렌디하고 유쾌한 지금의 마마무가 다음으로 향할 곳을 기대하도록 한다. 아쉬운 점은 계속 표절 논란을 몰고 다니는 김도훈 작곡가와의 협업이다. 타이틀 곡 '고고베베(gogobebe)'는 Mashmello & Anne-Marie의 히트곡 'Friends'의 표절 시비에 놓였다. 그 동안 마마무를 위해 작업했던 곡들과 뮤직비디오가 지속적으로 표절 시비에 시달렸던만큼, 이제는 새로운 스태프와 협업을 이어나갈 때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