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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Apr 22. 2019

[Weekly Critics] 2019년 4월 둘째 주

카밀라, 오마이걸, 걸크러쉬, 밴디트, 은하&라비, 멋진녀석들 외 2팀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CAMILA(카밀라) - 넘어가 (Take Me Home)

지난해 8월 데뷔 싱글인 [RED LIPS]를 발표한 후 오랜만에 돌아온 카밀라의 두 번째 싱글이다. 리더 겸 대표인 한초임 -엠넷의 <댄싱9>과 <러브캐처>에서 얼굴을 알린 바 있다.- 프로듀싱 아래 멤버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방식은 분명히 흥미롭고,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팀은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돌 팀에게 가장 중요한 팀 아이덴티티와 음악적, 장르적, 비주얼적 컨셉에 대한 고민과 도전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특징적인 사운드와 멤버 각자의 특장점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오마이걸X유재환 - 사랑속도

지금의 아이돌 팝에서 쉽게 듣기 어려운 정직한 6/8 박자가 매우 특징적이다. 현악기와 피아노까지 더해지니 더욱 전통적이고 모범적인 구성과 정서의 곡이 되었다. 오마이걸 멤버들의 스킬과 역량이 곡을 최대한 세련되게 풀어내고 있지만 어딘지 그 때문에 더욱 익숙한 이질감이 있다. 작곡가 유재환과 오마이걸 멤버들의 밝고 청정한 이미지가 형상화된 듯한 싱글.


걸크러쉬(GIRL CRUSH) - 메모리즈(Memories)

일단은 기획사인 오감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을 수가 없다. 여성인권과 성(性)인지 감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더라도, 게으르고 뒤쳐진 기획이다. 몸매를 모두 드러내는 옷을 입고 엉덩이와 허벅지를 강조하는 안무를 추며 카메라는 그 사이를 집요하게 잡는 뮤직비디오는 -당연히 성인 인증을 거쳐야만 볼 수 있고, 감상하지 않기를 권한다.- 2019년인 지금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노골적인 성 상품화를 의도하고 있다. 멤버들의 노출된 몸으로 조회수를 올리고 그를 홍보하는 보도자료 역시 뻔뻔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미니멀한 신스 사운드 위에서 절제된 보컬을 보여주는 멤버들의 실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프로듀싱 과정에서 이 정도로 노골적이고 저급한 포르노적 욕망을 표출하는 기획사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멤버들이 빠르게 회사를 옮여, 건강한 모습으로 K-POP 씬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BVNDIT(밴디트) - BVNDIT, BE AMBITOUS!

인트로 곡인 'Be Ambitious'는 매우 색다르다. 가볍지 않은 브라스 사운드와 본격적인 마칭 리듬밴드 리듬, 일직선상으로 쭉 뻗어나가는 멤버들의 코러스는 최근의 걸그룹 음악 중 가장 유니크하다. 같은 기획사 아티스트인 청하의 곡들을 함께 했던 스태프들이 작업한 타이틀 곡 'Hocus Pocus'는 뭄바톤과 플루트 사운드, 트랩 비트 등의 트렌디한 요소들이 산발적이면서도 키치한 구성으로 들어있다. 동일한 스태프들이 작업하고 아이즈원이 선보였던 '라비앙로즈'의 오리엔탈 사운드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다. 최근의 걸그룹들이 보여줬던 스타일의 다양한 의상을 연속적으로 오마주 한 듯한 뮤직 비디오에서도, 특히 편안해 보이는 스포티 캐주얼 룩이 이미지 컨셉의 주요 소재로 쓰이는 것 역시 눈에 띈다. 지금의 K-POP 씬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행보를 보인 MNH의 신인인 만큼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앨범.


은하&라비 - THE LOVE OF SPRING

그루비룸의 리드미컬하고 트렌디한 사운드와 은하의 청량감 있는 보컬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그루비룸의 곡들에 더 어울리는 음색을 가진 라비와의 조합에서 느껴지는 언밸런스함도 적절한 보컬 믹스로 매우 균형감 있게 들린다. 곡은 분명히 봄 시즌의 정서로 가득하고, 청량하고 시원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인 펩시의 이미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의문.


멋진녀석들 - Trigger

데뷔 싱글인 'LAST MEN'부터 이 팀은 나름대로 준수한 사운드의 일렉트로니카 댄스 곡들을 선보여왔다. 문제는 각 곡들과 앨범들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Dang!'은 레트로적인 신스와 베이스 사운드와 멤버들의 보컬로 꽉 차 있는, 무난한 완성도의 싱글이다. 트렌디한 컬러와 스타일로 채운 아트워크도 흔하지만 나쁘지 않은 완성도다. 문제는 프로듀싱 과정에서 이 팀을 데리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향성만 정해지면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의 멤버들과 작곡 스태프들을 가지고 트렌드의 홍수 속에 낚싯줄을 던지고 '대박'이 낚이기까지 기다리는 것은 좋지 못한 태도다. 1년 전에 발표한 [GANDA]와 함께 이어지는 곡이었더라면 더욱 특징적이고 눈에 띄지 않았을까.


원더나인(1THE9) - XIX

<언더나인틴>을 통해 데뷔한 팀의 데뷔 앨범이지만, 크러쉬와 행주가 참여한 곡인 1번 트랙 'Domino'부터 팀의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가사와 정서로 매우 어색한 느낌을 전달한다. 팀의 대부분이 청소년 멤버이며 이제 막 데뷔한 신인 그룹에게 술과 구질구질한 이별의 이야기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과 진배없다. 이런 것들은 크러쉬와 행주의 전매특허지, 아이돌의 첫 앨범 프로듀싱에서 고려될 만한 것들이 아니다. 'Spotlight' 역시 라틴 팝 사운드와 강렬한 트랩 비트로 최근의 트렌드와 맞닿아있긴 하지만, 이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여준 이미지와 팀의 특성과 멤버들의 역량상 너무 이르게 쓰인 도구다. 팀의 정체성과 초기 활동에서 무엇을 얻어갈 것인지에 대한 프로듀싱에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청하 - 아름다운 이별

김건모의 원곡을 보사노바적으로 풀어낸 시도는 안정적인 시도이지만, 리메이크를 위한 리메이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원곡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편곡이 담은 정서, 그리고 청하의 보컬이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달라 감상 포인트가 갈 곳을 잃는다. 더구나 청하의 매력인 중저음을 무시한 채 김건모의 고음을 남겨두려는 욕심도 아쉽다. 부르는 이와는 관계 없이 편곡을 만들어놓고 청하를 낭비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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