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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Apr 25. 2019

[Weekly Critics] 2019년 4월 셋째주

슈퍼주니어 D&E, 성리, 해시태그, 스테파니, 이기광, 영재 외 2팀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슈퍼주니어 D&E - Danger

일단 타이틀 곡인 '땡겨'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3~4년 전의 슈퍼주니어보다 한참 후배인 보이그룹들이 따랐던 전략과 장치로 가득 찬 곡과 비디오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물론 오랜 활동으로 쌓은 경험치로 훨씬 노련한 실력과 높은 완성도의 해석으로 풀어내기는 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슈퍼주니어에게 기대하는 것, 또 D&E가 그동안 이어온 디스코그래피와 매우 이질적으로 동떨어져 있다. 카지노 혹은 클럽을 은유하는 뮤직비디오 역시 지금의 사화적 함의나 변화에 따라오지 못한다.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지금의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프로그레시브한 컨셉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트로피컬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시원한 신스 사운드와 강렬하고 키치한 코러스의 대비가 인상적인 'Jungle'이나 공감각적이고 풍부한 사운드의 팝 발라드 'Dreamer', 그리고 일본 앨범에 수록되었던 곡들의 한국 버전들은 SM 특유의 정교한 프로덕션이 돋보이고 또 새롭다. 오히려 이러한 곡들을 정면에 내세우고 SM이 오랫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밝은 액티브함을 강조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성리 - 첫, 사랑

팀에서 메인 보컬을 맡은 많은 멤버가 그렇듯, 차분하고 잔잔한 발라드 앨범을 발표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현악기 사운드를 기반으로 최근의 K-POP 발라드 곡들이 가진 특징들을 곡마다 반영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사운드와 준수한 곡 해석이 돋보이지만,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컨셉과 스토리텔링이 분명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발라드 곡에 기억에 남는 스토리와 가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


해시태그(HASHTAG) - Freesm

플럭 신스 사운드의 인트로 트랙으로 시작되는 감각적이고 다채로운 사운드와 'Freesm'이라는 키워드의 어우러짐이 나름대로 준수한 앨범이다. 미니멀하면서도 트렌디한 사운드 구성의 레게풍 곡인 'Love Game' 역시 독특하고 특징적이다. 그렇지만 뮤직비디오와 안무, 아트워크에서 보이는 구시대적인 프로듀싱은 매우 안타깝다. 프로듀서와 기획사가 걸 그룹을 해석하는 시각이 발전하지 않은 것도, 지금의 소비자 -특히 아이돌 씬을 움직이는 가장 주된 소비자인 여성 팬들이- 지금의 걸그룹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모니터링조차 하지 않은 결과다. 바닥에 엎드려 골반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안무나 팔다리를 크게 노출시키는 의상은 10년 전의 K-POP 씬에서도 논란을 일으킬만한 요소들이다. 지금의 걸그룹을 만드는 스태프들은 이 그룹으로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또 누구에게 그 메세지를 전달해야 오랫동안 작업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테파니 - Man On The Dance Floor

빈티지하고 미니멀한 사운드와 복고적인 댄스 장르의 곡이 눈에 띈다. 분명히 좋은 장르성과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이효리의 '미스코리아' 이후로 이런 곡은 흔치 않았다. 곡에 참여한 스태프들의 세션과 편곡 역시 세련되고 섬세하다. 사운드를 총괄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한 스테파니의 역량 역시 이후의 행보를 기대하도록 한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컨셉을 만드는 전략 대한 고민은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빈티지한 색감의 브이로그 같은 뮤직비디오는 어느새 비욘세를 오마주 하는 듯 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또 비하인드 영상에 어울릴 듯 한 스테파니의 홈메이드 비디오가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파편적으로 연속된다. 빈티지와 레트로를 구분하지 못한 듯 한 아트워크 컨셉 역시 아쉽다. 그렇지만 경험이 많은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가지고 디스코그래피를 꾸려나간다면 보다 좋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는 확실히 가질 수 있다.


이기광 - 웃으며 인사해

군에 입대하는 남자 아이돌들이 남기는 굿바이 싱글들 중에서 조금은 밝고 리드미컬한 구성의 곡이다. 이기광과 하이라이트가 보여준 사운드와 비트, 멤버 동운의 피쳐링으로 인해 이전의 디스코그래피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진다. 잠시 공백을 가지지만 돌아올 것이 확실한 이들이 남기는 곡은 이 정도로 적당히 희망적인 것이 좋지 않을까.


영재 - Fancy

B.A.P 멤버들의 발표한 솔로 앨범들 중 가장 밝고 액티브한 분위기이고,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많이 끌고 왔다. -물론 그들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르다.- 브라스 사운드와 레트로한 베이스 연주로 세련된 프로덕션을 보여주는 'Gravity'는 특히 솔로 앨범을 발표한 보이그룹 멤버들 중에서도 특징적이다. 인트로의 기타 리프가 눈에 띄지만 비교적 평이한 곡인 'Another Night'가 타이틀 곡으로 뽑힌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 이상으로 진부한 구성의 비디오가 더욱 아쉽다. 감각적인 아트워크와 비디오임에도 K-POP 씬이 여성을, 특히 백인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에이핑크(Apink) - Everybody Ready?

그동안 에이핑크에 대한 좋은 해석을 보여줬던 김진환 작곡가와 함께한 싱글이다. 데뷔일마다 선보였던 팬송들 중 가장 밝고 에너제틱하고, 이미지 전환을 꾀했던 최근 활동들에서 보기 어려웠던 기존 에이핑크의 활력과 에너지를 감상할 수 있다. 멤버들의 힘차고 건강한 보컬 역시 반갑다.


청하 - 나였으면

나윤권의 원곡이 2000년대 발라드의 전형적인 곡 구성과 정서를 가지고 있는 반면, 이번 리메이크는 인트로에서 90년대 R&B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너무나 정석적이라, 정말 당시의 곡에 수록된 인스트루멘탈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 싶은 사운드는 뒤로 하고서라도 일단은 청하와 맞지 않다. 청하의 보컬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곡이 혼자 진행된다. 과거의 명곡들을 리메이크하는 작업에서 중요한 점은 원곡의 맛을 살리는 것과 리메이크를 한 아티스트에게 최대한 어울리도록 만드는 것이 있다. 첫 번째 조건은 사실상 이루기 어려운 만큼, 리메이크를 하고 싶다면 두 번째 조건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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