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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May 26. 2019

Weekly Critics: 2019년 5월 넷째 주

윤지성, 세븐틴, 갓세븐, 규현, 김재환, 태연, 에이비식스 외 5팀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윤지성 - 동, 화 (冬,花)

[Aside]나 [Dear diary]에서 보여준, 서늘하고 세련된 발라드가 아닌 90년대 혹은 2000년대의 멜로디와 구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작곡, 편곡을 맡은 커피소년의 음악적 경향성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그렇지만 윤지성의 편안한 톤의 보컬과 정서와 잘 어우러져, 맞지 않는 올드한 옷을 입은 인상은 없다. 시즌에는 맞지 않지만 사운드와 겨울, 2000년대의 감성이 인상적이다. 


세븐틴 - A-TEEN2 Part 2

OST 작업을 할 때 아티스트 본래의 정체성이 반영되는 곡을 발표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심지어 그게 아이돌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웹 드라마 <에이틴> 시리즈와 세븐틴의 OST 곡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드라마의 서사와 정서에 부합하면서도 세븐틴의 디스코그래피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9-TEEN'은, 그들의 앨범 수록곡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기자기하고 감각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한 사운드와 세븐틴 특유의키치한 랩, 소년 같은 보컬을 오랜만에 확인할 수 있는 곡.


GOT7 (갓세븐) - SPINNING TOP : BETWEEN SECURITY & INSECURITY

이번 앨범에 수록된 트랙들은 여전히 멤버들의 취향과 자체 작업이 추구해왔던 퓨처 베이스 위주의 댄스 곡들이다. 하나의 장르를 쭉 이어가고 있는 일관성은 분명 강점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이번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의 갓세븐은 기존의 에너제틱하고 건강한 컨셉과는 조금은 다른, 내향적인 컨셉과 메세지의 곡들을 발표하고 있고 이번 앨범 역시 그렇다. 첫 번째 곡인 '1˚'와 타이틀 곡 'ECLIPSE'를 비롯해 모든 수록곡에서 그들은 의존적인 내면을 고백했던 'You Are'이나 서정적인 메세지의 'Lullaby'보다 더 깊숙한 심연을 고백한다. 깊어진 감성에 비해 이전과는 달라진 메세지와 에디튜드에 맞춰 조금은 진하고 어두운 장르나 사운드에 도전을 시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뮤직비디오 역시 분명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감각적인 씬들의 몽타주로 가득 차있다.) 이제는 다양한 것들을 도전할 수 있는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한 그룹이고 멤버들의 취향이나 방향성이 분명한 만큼 장르적인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도 좋겠다.


규현 - 너를 만나러 간다 (The day we meet again)

지난주에 발표한 싱글과는 다른 맥락에서 미니멀한 구성의 곡이다. 성시경이나 윤종신, 김동률 등 지난 세대의 발라더들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해석하던 행보와는 달리 '애월리'는 규현에게 핏하게 맞추어진 음역대의 곡이다. 피아노와 스트링 사운드의 정석적인 구성은 규현의 보컬과 기존의 발라드 아티스트들 사이의 정서적인, 기교적인 차이를 부각한다. 규현이 입대 전 발표했던 솔로 앨범들보다는 슈퍼주니어의 발라드 곡에서 들을 수 있었던 규현의 보컬에 가깝기도 하다. 지난 시대의 발라드들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자신만의 디스코그래피를 이제야 만들어가고 있는 싱글.


김재환 - Another

김재환 보컬의 장점은 거칠면서도 형태감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프로듀스 101>에서 아델의 'Skyfall'을 커버했을 때부터 그의 음색과 곡을 해석하는 능력의 존재감은 컸다. 그런 의미에서 [Another]에 참여한 다양한 작곡진은 풍부한 사운드와 장르를 담을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있었다. 곡마다 호흡과 음색, 질감을 달리하는 김재환의 보컬은 여전히 놀랍고 곡 하나하나의 만듦새는 준수하다. 그렇지만 '김재환의 앨범'이라는 앨범보다는 김재환이 보컬로 참여한 다양한 아티스트의 곡들을 모아놓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장르적, 이미지적 컨셉이 부재한 채로 김재환의 보컬만이 앨범을 홀로 짊어지고 있다. 프로듀서나 작곡가들의 좋은 보컬을 찾아냈고, 마침내 그를 자유롭게 프로듀싱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선은 김재환이 어떤 아티스트인지, <프로듀스 101>과 워너원 활동을 통해 보여준 아이덴티티가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3YE(써드아이) - DMT

2014년의 히트곡 'Get Low' 내지는 2015년에 발표된 포미닛의 '미쳐'에 가까운 힙합 EDM 댄스 곡이다. 걸스 힙합을 표방하던 최근의 데뷔팀들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성이다. 오랫동안 보기 드물었던 3인조 걸그룹이라는 점도 독특하다. 힙합과 슬랭, 공격적인 밀리터리 스타일링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활동하는 팀이 드문 만큼 이후에도 뚜렷한 색의 작업물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크엔젤 (Chicangel) - LIKE IT

뭄바톤과 808베이스 등 최근에 아이돌 팝 씬에서 널리 쓰이는 요소들을 모아 발표한 티피컬한 곡이다. '초근접 직캠'을 노린 과도한 노출 의상으로 멤버들을 물화하던 기존의 행보를 조금이나마 탈피하려 노력하는 듯 한 시도가 보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나마 트렌드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는 쇼케이스 의상과는 달리, 행사 무대에서는 여전히 페티시즘적인 스타일링을 고수하는 기획사의 프로듀싱은 몹시 아쉽다. '행사에서는 노출이 많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낡은 사고방식(페미니즘적으로든 마케팅적으로든)은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남성 제작자들은 언제쯤 깨닫게 될까.


태연 - 춘천가는 기차

김현철의 곡을 윤종신이 리메이크하고 태연이 불렀다. 시티팝 특유의 여유롭고 세련된 세션과는 달리 사운스 소스가 꽉 찬 프로덕션이 조금은 아쉽기는 하다. 윤종신이 추억하는 시티팝이란 일본의 그것과는 달리 당시 한국의 정서나 발표곡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장르성과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재해석했다는 것에 의의가 크다. 청량하고 감성적인 태연의 보컬을 오랜만에 들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인상적이다.


체리블렛(Cherry Bullet) - LOVE ADVENTURE

레트로한 도트 그래픽이나 80년대의 그래픽 아트워크 등 서브컬쳐적인 컨셉을 사용한 그룹은 많았지만 체리블렛만큼 그것을 정면에 내세운 경우는 드물었다. '니가 참 좋아(Really Really)' 역시 그런 이미지 컨셉을 이어가고 있다. 아쉬운 점은 팀의 이런 컨셉을 음악적인 면에 반영한다면 충분히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하고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난한 곡으로 디스코그래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컨셉과는 관계없는, 직접적이다 못해 노골적인 의도의 가사 역시 결을 달리한다. 지원, 린린, 메이 등 퍼포먼스에 특화된 멤버들이 최대한 이끌어가고 있지만 컨셉의 존재감이 희석된 상태에서 멤버들만이 고군분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EXO와 같이 멤버들 각각의 능력을 부여하고 또 그것이 게임, 특히 롤플레잉 게임을 기반으로 한 컨셉이니만큼 이미지와 장르, 그리고 가사의 방향성을 그룹의 본래의 것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은 신인이고, 서브컬쳐를 컨셉으로 했던 좋은 전례들이 없지 않은 만큼 그 레퍼런스만 잘 확보한다면 가장 독특한 색의 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B6IX - B:COMPLETE

곡절 끝에 나온 데뷔 앨범임을 감안하더라도 에너지로 꽉 찬 앨범이다. 인트로 곡인 'ABSOLUTE(完全體)'와 마지막 곡인 'HOLLYWOOD'는 앨범의 시작과 끝을 거친 베이스와 신스, 다양한 소스로 촘촘하게 감싸고 있어 앨범 전체의 텐션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때문에 비교적 트렌디하고 대중적인 사운드와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채워진, 타이틀 곡을 포함한 중간 수록곡들도 본래 곡이 가진 에너지보다 더 생생하게 자기 자리를 잡는다. 이대휘의 손길이 닿은 트랙들 역시 곡 전체에 꽉 찬 사운드가 특징적이다. 짜임새가 좋은 곡들에 비해 멤버들의 보컬이 비교적 존재감을 발휘할 틈새가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팀으로서의 정체성과 사운드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인만큼 첫인상을 강렬하게 또 긍정적으로 남긴 앨범이다. 이 팀이 앞으로 어떤 장르적, 음악적 정체성을 만들어갈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어느 정도로 완성도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를 먼저 증명한 셈이다. 신인 그룹이 그러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화사, 휘인 - Fe's 10th - Preview

김현철의 10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하기에 앞서 선공개된 곡들 중 하나다. 가수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식의 프로듀싱을 보여온 김현철의 곡인만큼 그동안 두 멤버들에게 들을 수 없었던 정통 발라드 장르임에도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다. 최근 작곡가나 프로듀서의 역량에 대한 논란이 계속 따라오고 있는 마마무에게도 검증된 아티스트들과의 많은 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베리굿 - Fantastic

분명히 전작들과 궤를 함께 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완성도의 뮤직비디오에도 불구하고 런던노이즈의 키치하고 세련된 곡은 준수한 완성도다. 시원시원한 딥 하우스 사운드의 'One Step Closer'나 특징적인 브라스 사운드와 트렌디한 리듬의 '달빛아래 춤을'과 같은 수록곡들 역시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잦은 멤버 변동에도 태하와 고운의 보컬을 중심으로 서율, 세형 등의 멤버들 역시 곡 안에서 힘을 잃지 않는다. 그렇지만 명확한 이미지 컨셉의 부재와 음악 방송 활동의 부재로 인해 이러한 행보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음악적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좋은 이미지 컨셉과 PR을 갖춘다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팀이기에 JYG 엔터테인먼트의 과감한 실행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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