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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Jun 01. 2019

Superhuman, SM, NCT 127.

과거와 미래 사이에 놓인 현재

'소방차'부터 시작해 'Simon Says'까지, NCT 127은 독특한 사운드와 아트워크를 꾸준히 선보여왔고 특유의 이미지와 세계관을 쌓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NCT #127 WE ARE SUPERHUMAN]은 NCT의 음악과 색을 좋아했던 사람들에게는 큰 의문을 안겨주는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2018년 발표곡 'Touch'만큼이나 NCT 127이 그동안 보여왔던 음악과 가장 동떨어져있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낯설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번 앨범은 NCT 127을 넘어 동방신기부터 EXO까지 SM이 보여왔던 스타일과 사운드의 총집편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익숙한 인상을 준다. 데뷔 이후로 3년이 지난 NCT 127에게는 새롭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번 앨범은 SM과 NCT가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피지컬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는 분명히 좋다. 특히 타이틀 곡인 'Superhuman'은  NCT를 통해 기존의 SM의 음악을 재생산해냈기에 어느 정도 새로운 시도하고 할 수 있다. 태용와 마크의 랩이 중심을 잡고 도영과 태일의 보컬이 하이라이트를 찌르던 기존의 구성과는 다른 보컬 배치도 달라진 점이다. 인트로부터 곡의 중간중간 텐션을 고조시키는 해찬과 유타의 보컬 배치는 이전의 활동곡들과는 다른 질감을 전달한다. 이는 'Highway to Heaven'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인트로와 브릿지에서 유타와 해찬의 고음은 상당히 새로운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랩이 곡을 이끌어가는 구성의 곡인 '아 짝이야(FOOL)'에서도 멤버들의 활용도는 높아졌다. 랩을 전담하고 있던 태용과 마크 외에도 쟈니와 유타, 재현이 랩에 참여했다. 덕분에 펑키하지만 시종일관 단출한 베이스 리듬이 반복돼 심심할 있었던 곡이 훨씬 액티브하고 재미있어졌다. '시차(Jet Lag)'와 '종이비행기(Paper Plane)'는 비교적 평이한 곡이지만, 역시 기존과는 달라진 보컬 배치로 좀 더 풍성해진 음색을 들어볼 수 있었다. 잦은 멤버 추가와 랩 중심의 구성으로 멤버들 간 파트 분배에 큰 불균형이 있었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던 만큼, 균형감 있는 보컬 배치로 새로운 음색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은 반가운 변화다.


긍정적으로 이번 앨범의 음악과 아트워크를 해석하면, 지금까지 SM의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 있던 NCT가 SM 본연의 정체성을 대표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그들이 북미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국내 팬들이나 K-POP에 익숙했던 아시아 지역의 팬들을 넘어 새로운 시장의 팬들에게 'SM은 이런 음악을 하는 레이블이다'라고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거기다 대형 히트곡이 발표되기 이전의 팀들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NCT 127의 경우는 특수하다. 이제는 신인이라고 할 수 없는 활동 연차인에다 기존의 사운드와 컨셉이 이미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있었고, SM의 새로운 음악과 시스템을 상징적으로 짊어진 팀인 만큼 이전 그룹들의 색이 강하게 느껴지는  [NCT #127 WE ARE SUPERHUMAN]은 '더 이상 SM이 새로운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각과 행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지도록 한다. SM에서 나온 음악들을 오랫동안 좋아했거나, 음악 그 자체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팬들이라면  [NCT #127 WE ARE SUPERHUMAN]은 좋은 앨범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인지 가능했던 NCT 127의 매력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SM과 NCT가 '무언가 새로운-네오한 것을' 반드시 보여줘야 하는 의무는 없다. 거기다 '좋은 곡과 피지컬 앨범을 만든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샤이니가 동방신기나 SJ를, EXO가 샤이니와는 차별화되는 음악과 컨셉을 가지고 활동해나가며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큰 흔적을 남겼듯, NCT에게도 그러한 행보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중간에 힘이 풀린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 것 역시 사실이다. 분명히 NCT만의 특징이 있던 음악에서 NCT가 아닌 SM만이 보인다면 -심지어 멤버들이 그것을 너무나 충실히 구현해서 더욱 SM의 과거만이 보인다면- 이것을 회귀라고 부르지 않기는 어렵다. 선공개 곡인 'Highway to Heaven'과 'SUPERHUMAN'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더욱 그렇다. 인트로의 보컬 믹싱은 최근 동방신기나 태민의 곡에서 찾을 수 있던 요소이다. 또, 청량한 멜로디와 점점 쌓여가는 보컬은 샤이니와 EXO의 음악과 닮아있는 구성이다. NCT 멤버들의 보컬과 조합이 기존의 SM 보이 그룹들과의 차이점을 만들고는 있지만 'Cherry Bomb'이나 'Simon Says'의 코러스에서 보여줬던 멤버들의 보컬 합과 비교한다면 이마저도 기존의 매력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익숙하기에, 역설적으로 [NCT #127 WE ARE SUPERHUMAN]는 선뜻 받아들이기에 낯선 앨범이 되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최근에 겪고 있는 크고 작은 변화들을 고려한다면 이번 변화는 불가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던 NCT의 행보를 생각해봐도, SM이 기존의 흥행공식과 노하우들을 한껏 발휘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소방차'부터 'Cherry Bomb', 'Simon Says' 같이 유니크한 이미지를 꾸준히 쌓아오던 NCT 127의 디스코그래피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의 K-POP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던 NCT 프로젝트의 첫 선언이 공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감상이다. 아쉬울 정도로 성공적인 실험인 [NCT #127 WE ARE SUPERHUMAN]는 NCT 127이 SM의 기존의 색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점점 늘어나는 멤버의 수에 맞춰 새로운 보컬 배치와 믹싱을 시도했다는 긍정적인 변화 역시 있다. 미래가 있어야 할 자리에 과거가 (그것도 근과거가) 소환된 것은 당황스럽지만, 그것조차도 NCT의 세계관인 무한 확장의 꿈이라고 해석한다면 놀라울 일도 아닐지 모르겠다. NCT는 아직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고, 또 늘 그래 왔던 레이블인 만큼 지금까지의 활동을 정비하는 차원에서의 스페셜 앨범이라고 이해한다면 첫인상에서의 당황스러운 익숙함은 점차 덜해질 것이다. 어쨌든 NCT는 SM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계속 이어질 시스템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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