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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Jun 05. 2019

Weekly Critics: 2019년 5월 다섯째 주

마스크, 위 인 더 존, 온리원오브, CLC, 원어스, 윤아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마스크(MASC) - MASCHERA

멤버 에이스의 타 멤버 폭행사건 이후 큰 멤버 변동이 있었다  여덟 명이던 멤버가 반으로 줄어든 후의 컴백이기 때문에, 스페이스카우보이와 작업하고 로케이션 촬영을 한 비디오 등 나름대로의 준비가 눈에 띄기는 한다. 그렇지만 낮은 인지도와 사건의 그림자를 씻어내기에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 이제는 하나의 매뉴얼처럼 짜인 트로피컬 하우스와 바닷가를 비추는 비디오는 어느 그룹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의 것이다. 8인 체제 시절의 나쁜 남자 컨셉과 여성에 대한 비틀린 대상화를 담은 가사를 벗어난 것은 긍정적인 변화지만, 팀에 드리운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팀의 이미지와 음악을 어디로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WE IN THE ZONE - WE IN THE ZONE

첫 번째 트랙인 'LOVE LOVE LOVE'부터 쓰이고 있는 하우스와 퓨처 베이스를 혼합한 사운드는 분명히 트렌디하고 지금의 K-POP 씬에서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공식화된 조합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아직 팀의 컨셉과 멤버 각자의 정체성과 인지도, 스킬이 쌓이기 전 단계의 신인이 시도하기에는 차별점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툴이다. 타이틀 곡 '내 목소리가 너에게 닿게'의 코러스에서조차 멤버들의 보컬이 사운드 소스에 묻히는 감이 적지 않다. 수록된 트랙들의 완성도가 준수한만큼, 세련된 퓨처 사운드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적은 것이 아쉽다. 그들이 도시적이고 '진보적인' (홍보 자료에 쓰인 문장에 의하면) 컨셉과 이미지를 추구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필연적인 선택이지만, 도회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지금의 보이 그룹 트렌드를 그대로 덧입을 필요는 없다. 나름대로 컨셉을 분명하게 강조했고 또 괜찮은 A&R을 보여준 만큼, 다음에는 지금의 멤버들의 경험치에 맞는 수준의 구성을 취한 곡들을 찾기를 기대한다.


OnlyOneOf(온리원오브) - dot point jump

칠한 튠과 구성이 눈에 띄는 'savanna'와, 최근 보이 그룹들의 뮤직비디오 중에서도 좋은 레퍼런스들을 골라 잘 조합한 결과물도 깔끔하다. 그렇지만 '음악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중 지향적', '데카당스한 튠', '샤를 보들레르나 랭보의 시선으로 음악을 접근' 같은 수식어들은 오히려 이 앨범을 이해하는데 혼란을 준다. 많은 보이 그룹들의 앨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의, 평이하거나 무난한 완성도의 곡들을 모아놓은 앨범이지만 이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거창한 수식어들은 실제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나 비디오와 서로 대치된다. -한 아이돌 팀의 공식 팬덤이 300만을 훌쩍 넘어가고 아이돌 팝에 기반한 곡들이 북미 차트를 오르내리는 시대에서 '대중 지향적'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무게를 잃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은 생략하자.- 전형적인 아이돌 앨범의 스타일과 장르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앨범과 뮤직비디오임에도 (심지어 팬들의 해시태그로 수록곡들을 하나씩 공개하는 팬덤 친화적인 전략과 함께했음에도) 이를 설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표현과 팬덤과 대중을 나누는 주관적이고 모호한 태도는 쉬이 이해할 수 없다. 시대착오적이고 또 상호 배타적인 컨셉 혹은 시각을 극복하고, 지금과 같은 완성도의 곡과 비디오를 만들어나간다면 준수한 디스코그래피의 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LC - ME(美)

'도깨비'와 [BLACK DRESS] 이후로 CLC는 강하고 카리스마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ME(美)'는 'NO'에서 레드 립과 하이힐, 핸드백 등으로 대표되는 것들을 거부하며 "청순 / 섹시 / 귀엽다는 말도 그 말 하나론 날 표현할 수 없어"라고 이야기하던 것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최근 몇 년간 걸그룹의 음악에서 잘 쓰이지 않는 거친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쓴 훅 인상적이다. 비너스의 초상을 검은 페인트로 지우며 기존의 미의 틀을 거부한다는 메세지와, '아름다운 나(ME)'를 강조하는 코러스, 몸의 굴곡을 부각키는 안무, 다양한 기존의 '미'를 보여주는 스타일링 등이 서로 충돌하듯 배치되어 메세지가 희석된 결과물은 아쉽다. 그렇지만 CLC 기존의 컨셉이 [FREE'SM]에서 가장 세련된 형태로 완성되었듯, 지금의 걸그룹이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직접적인 표현을 지속해가며 그들이 음악적으로도 이미지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원어스(ONEUS) - RAISE US

데뷔 앨범에서 보여줬던 판타지적인 요소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 앨범이다. '발키리(Valkyrie)'와 마찬가지로 타이틀 곡 '태양이 떨어진다(Twilight)'은 서정적인 리프 사운드와 노이지한 신스 사운드의 대조에서 특유의 비장한 정서를 연출한다. 이러한 기조는 수록곡인 '개와 늑대의 시간(BingBing)'과 '백야(白夜) (White Night)'에서도 유지되며 시간대를 테마로 한 서사를 만드는 앨범의 서사 역시 인상적이다. -이는 '발키리(Valkyrie)'와 '붉은 실(Red Thread)', 'HERO' 등의 곡과 키워드로 신화적인 서사를 만들었던 데뷔 앨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컨셉이나 메세지적으로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절제된 사운드에 확고한 정체성을 부여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식이 계속 이어진다면 원어스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팬덤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신인임에도 팬송, 그것도 해외의 팬들을 겨냥한 메세지를 담은 'Engligh Girl'은 너무 노림수가 분명해 오히려 아쉬운 점.


윤아 - A Walk to Remember

이전에 발표했던 세 곡과 새로운 곡 두 곡을 수록한 미니앨범이다. 윤아의 최근의 솔로곡들에서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윤아의 편안하면서도 청량한 보컬이 어쿠스틱 장르와 잘 어우러진다는 것이었다. 10cm나 스무살, 로코베리, 이상순 등의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 곡이 이어지는 앨범의 형태이기에 그 장점이 더 잘 드러난다. '덕수궁 돌담길의 봄'에서는 뚜렷하고 시원한 질감의 음색을 들려주다가도 '너에게 (To You)'에서는 장윤주의 곡들을 연상시키는 기교가 없는 목소리로 변한다. 편안하면서도 기교 있는 호흡과 스킬을 보여주는 '여름밤(Summer Night)' 역시 인상적이다. 팀 내에서 보컬을 담당하지는 않았지만, 활동 10년 차를 넘긴 노련한 멤버인 만큼 보컬리스트로서의 정체성과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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