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RO Jun 08. 2019

Weekly Critics: 2019년 6월 첫째 주

산들, 틴탑, 프로미스나인, 우주소녀, 하성운, 레오, NCT Dream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산들 - 날씨 좋은 날

산들의 첫 번째 솔로 앨범 [그렇게 있어 줘]는 발라드 트랙들로 곡을 채웠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구성된 것이 장점이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발라드 곡들과, B1A4 활동에서 보여줬던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절제하고 호흡과 음절에 섬세하게 신경 쓴 보컬의 조합은 (발라드로만 채워진 앨범들이 단조로운 트랙 구성으로 앨범 전체의 호흡을 떨어뜨리는 것을 감안한다면) 뻔하지 않고 재미있는 결과물이었다. [날씨 좋은 날]에서도 전작의 장점을 이어가려 한 시도가 엿보인다. 윤종신 특유의 스타일이 진하게 묻어나는 '날씨 좋은 날'로 시작해, 산들이 직접 작사, 작곡한 서늘한 어쿠스틱 곡 '이 사랑', 미니멀하면서도 그루비한 매력의 '사선' 등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스타일의 트랙들로 채워져 있다. 트랙마다 질감을 달리하며 충실하게 곡을 해석해내는 산들의 보컬은 더욱 깊어졌다. 공찬과의 듀엣으로 B1A4 활동기의 음색과 보컬 조합을 떠올리도록 하는 'Love, always you'는 반가운 곡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산들 본래의 보컬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윤종신의 디렉팅이 강하게 묻어나는 타이틀 곡이나 가사로 인해 느껴지는 위화감이나, 앨범 전체의 정서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수록곡 구성이 아쉽다. 3년 만의 새 앨범임에도, 산들이 솔로 아티스트로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더욱 모호해졌다. 곡과 보컬 자체의 좋음에만 집중하기에는 데뷔 연차가 8년이 되는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이 아직은 궁금하다.


틴탑(TEEN TOP) - DEAR. N9NE

타이틀 곡 'Run Away'는 그동안 틴탑의 음악에서 들어볼 수 없었던 트렌디한 사운드의 곡이다. 뭄바톤과 트로피컬 하우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멤버 변동과 중견 아이돌로 접어드는 연차 등 다양한 변화에 맞춰 어느 정도 절제된 구성과 사운드가 특징적이다. 그렇지만 2번 트랙 'Your Man'과 3번 트랙 'Swag'에서 틴탑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는데, 이런 앨범 내 분위기 변화가 반갑기보다는 지루하다. 여성의 외모를 묘사하며 찬양하는 방식 역시 지금의 트렌드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Run Away'에서 쌓아 올린 절제되고 세련된 무드와 서사가 무너지고 2010년대 초의 틴탑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이 구태의연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팀 내외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변화를 과감하게 이끌어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프로미스나인 - FUN FACTORY

초반부터 터져 나오는 키치한 신스 사운드와 멜로디 라인, 벌스에서 상쾌한 흐름을 이어가다 코러스에서 다시 처음의 사운드로 돌아가는 구성이 강렬하다. 고음을 쳤다가 단조로 떨어지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마치 믹싱된 레트로 소스처럼 쓰이는 점 역시 재미있다. 뮤직비디오 전체에서 쓰이고 있는 오렌지 컬러와 시원시원한 색채들, 다양하면서도 쉽게 알 법한 광고 이미지들과 음료 제품들의 패러디 역시 재미있다. -레드벨벳이 '빨간 맛'에서 여러 과일들로 이미지 컨셉을 강조했던 것과 유사하지만 스마트하게 차이를 가진다.- 전형적인 결과물을 가지고 나오기 쉬운 여름 시즌 앨범임에도, 직관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결과물이 프로미스나인의 앞으로의 정체성을 구축하게 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앨범.


우주소녀 - For The Summer

타이틀 곡 'Boogie Up'은 우주소녀 특유의 아기자기한 사운드에 씨스타의 여름적인 에너지가 겹쳐진 인상의 곡과 비디오이다. 오케스트라 사운드나 오르골,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 등 전작들에서 들을 수 있었던 J-POP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인 요소들은 빠졌지만 여전히 다양한 소스들이 곡의 중간중간을 장식하고 있다. 사운드가 거창해지지 않은 만큼 멤버들의 보컬과 코러스가 오히려 귀에 더 잘 들려오기도 한다. 씨스타뿐 아니라 소녀시대의 'Party'와 레드벨벳의 '빨간 맛'등 여름의 대표작들을 만든 팀들의 이미지와 컨셉을 오마주한 비디오도 눈에 띈다. 두 번째 곡 '눈부셔'에서는 레트로 디스코를 연상시키는 멜로디를 연주하는 가벼운 브라스 사운드와 낮은 신스 베이스의 사이의 넓은 공간감에서 멤버 각자의 보컬과 읊조리듯 내뱉는 랩 등으로 쌓인 사운드 레이어가 쫀쫀하고 깔끔하다. 키치한 사운드와 템포와 'Sugar Pop', 레트로 신스 사운드와 베이스, 에너제틱하고 청량한 멤버들의 보컬이 다양한 소스들과 함께 뚜렷한 형태감을 가지고 통통 튀는 'My Type' 등 수록곡들의 완성도 역시 준수하다. 우주소녀의 이미지와 여름 시즌송으로서의 역할, 완성도가 모두 균형감 있게 잡힌 앨범.


하성운 - 라이딩(Riding)

다양한 세션과 보컬, 코러스를 하나의 형태감으로 쌓아 올렸으면서도 편안한 사운드를 유지한 구조가 인상적이다. 그런 만큼 피처링에 참여한 개코의 랩 역시 별 다른 스킬 없이 존재감이 크다. 작사, 작곡뿐 아니라 사운드를 디자인하고 구성하는 능력을 갖춰가는 하성운의 역량이 돋보이면서도 여유감 있게 들을 수 있는 곡.


레오(LEO) - the flower

막시밀리언 헤커가 작업한 곡인만큼 그의 발표곡인 'My Wretched Love'와 매우 닮아있는 곡이다. [CANVAS]의 수록곡 '꿈'에서 보여줬던 것과 마찬가지로 레오 특유의 서늘한 미성이 미니멀하면서도 풍부한 피아노와 얼터너티브 사운드가 잘 어우러진다. 후반부에서 막시밀리언 헤커의 보컬과 레오의 보컬을 번갈아 듣는 경험이 새롭고 생소하지만, 두아 리파나 니키 미나즈 등 팝 스타들의 아이돌 아티스트들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형태의 K-POP일지도.


NCT DREAM & HRVY - Don't Need Your Love

NCT Dream 본래의 색보다는 하비가 지금까지 시도해왔던 댄스 팝으로서의 정체성이 일단은 더 크다. 그렇지만 다양하면서도 세련된 음악들을 시도해온 덕에 곡 안에서 멤버들의 존재감과 해석이 나쁘지 않다. 주로 미성의 고음 보컬 위주였던 팀에서 낮고 거친 목소리의 지성의 존재감도 새롭다. 만듦새가 좋은 전형적인 팝 곡이고 멤버 변동이 결정되어있는 팀이기에 새로운 목소리들의 조합을 강조한 곡들을 발표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Weekly Critics: 2019년 5월 다섯째 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