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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Jun 22. 2019

Weekly Critics: 2019년 6월 셋째 주

레오, 김보형, 청공소년, SF9, 예성, 스트레이 키즈, 엔티크, 젤로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레오(LEO) - MUSE

타이틀 곡인 '로맨티시즘(Romanticism)'과 성적인 긴장감을 담은'타이트해'를 제외하면 폐쇄적이고 감성적인 앨범이다.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가 참여한 '다가오는 것들'에 깔려있는 날렵한 사운드와 독특한 비트, 최자의 거친 랩에도 불구하고, 멜로디가 최소화된 사운드로 인해 곡은 시종일관 폐쇄적으로 들린다. 감성적인 가사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힘을 보탠다. 피아노와 현악기로 꾸려진 세션과 레오의 보컬로만 이루어진 '향수병'이나, 밴드 세션으로 구성된 'MUSE', 막시밀리앙 헤커와의 콜라보레이션 곡인 'the flowers'에 이르기까지 서늘하면서도 폐쇄적인 사운드 믹싱과 분위기가 앨범 전체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로맨티시즘'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긴장감과 레오 특유의 섹슈얼한 에너지가 앨범에 텐션을 부여하고는 있지만 사운드적, 메세지적으로 느껴지는 답답함을 해소하기에는 어쩐지 부족하다. 폐쇄적인 감성과 섹슈얼함이라는 키워드가 그의 음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분명하고 지금까지 파편적이었던 레오의 아이덴티티를 좀 더 온전한 형태로  확인할 수 있는 앨범임에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좀 더 정제되거나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줄 타이밍을 맞춰야 할 때 역시 다가오고 있지는 않을까.


김보형(SPICA) - 아름다워

[A Bird Flutters Away]에서 보여준 단단한 감성과 드라마틱한 에너지를 더욱 극대화시킨 곡이다. 초반의 절제된 보컬과 사운드가 지루하게 느껴질 즈음 거친 애드리브와 에스닉한 드롭이 터지고 새롭게 등장한 사운드들이 곡의 마지막까지 강약을 조절하며 이어진다. 이로 인해 평이한 구조의 팝 곡임에도 독특한 에너지를 가지게 되었다. 스피카 활동 시절부터 이미 좋은 보컬리스트임을 증명했지만, 곡의 중간중간 진성으로 거칠게 내는 고음이 매우 새롭다. 직접 작사와 작곡, 편곡에 참여한 김보형의 프로듀싱 능력 역시 주목할만한 점이다. 그가 직접 피지컬 앨범을 만든다면 어떤 곡들로 채우게 될지 기대하도록 만드는 싱글.


靑空少年 (청공소년) - 靑空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참여했던 최태웅이 소속된 팀의 데뷔 싱글이고, 그룹명에서도 알 수 있듯 청량한 하우스 사운드의 곡이다. 그렇지만 인트로, 드롭의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신스 사운드에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는 점과 메인보컬인 Bon을 제외하면 '청량함'과 거리가 있는 목소리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K-POP 씬에서 어느 정도 일정한 양식이 갖춰진 장르의 곡임에도 그 양식 이상의 것(하다못해 신인의 '패기'라고 불리는 에너지라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데뷔곡으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같은 소속사의 Be.A(전 가물치, K-MUCH)가 팀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장르와 컨셉, 멤버 변동을 오랫동안 경험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행보에서 확실한 방향성을 잡는 것이 어느 팀보다도 더욱 중요하다.


SF9 - RPM

SF9은 데뷔 이후로 여러 가지 장르와 사운드, 이미지 컨셉을 시도하고 있고 그동안 나름대로 준수한 완성도의 앨범들을 발표해오고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아직까지도 그룹을 대표하는 스타일이 부재하다는 이야기다. 'RPM'에 담겨있는 일렉 기타 리프 사운드를 포함해 오르간을 연상시키는 신스, 에코가 입혀진 코러스 등은 1세대 보이그룹의 음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뮤직비디오에서 보이는 의상과 아트워크 역시 90년대 퓨처리즘과 맞닿아 있다. 90년대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최근의 90년대 트렌드를 해석해낸 보이그룹들의 작업물들이 뒤섞인 듯하다. 청량하고 감성적인 기타 리프와 뭄바톤 리듬, 브라스 사운드가 조합된 '돌고 돌아 (Round And Round)'는 트랩과 퓨처 베이스, 거친 신스 사운드로 이루어진 앨범에서 걷돌고 있다. 최근의 활동, 그리고 기획사의 보도자료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SF9이 섹시한 퍼포먼스를 중심에 두고 있는 팀이라는 것인데, 아예 사운드와 이미지 컨셉에서 트렌드를 놓아버리더라도 이 요소를 살릴 수 있는 곡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예성 - Pink Magic

지난 앨범들과는 컨셉과 곡에서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멜로우한 신스 사운드와 레트로한 비트의 곡과 허스키한 예성의 보컬이 의외로 잘 어우러진다. 경험치에서 나오는 소화력임을 감안하더라도 곡을 해석해내는 스킬이 안정적이고 자연스럽다. 그의 별명인 '굶(구름)'을 살린 자작곡 '굶지 말기(Eat's OK)' 역시 예성의 앨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장르의 곡이다. 이렇게 산뜻한 팝 사운드의 앨범을 발표했던 보이그룹 출신의 아티스트가 종현 외에는 사실상 부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례적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3번 트랙인 '그냥 오면 돼 (Every day, Wair for us)'부터 마지막 트랙 '우연을 모아(Wish)'까지 발라드 트랙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활동 연차가 이미 10년을 넘긴만큼 예성의 가창력이 좋다는 사실을 더 이상 증명할 필요는 없다. 특히 예성은 활발하게 OST 작업에 참여하며 몇 개인가의 기억될만한 곡들을 남겼다. 그가 발라더 혹은 슈퍼주니어 멤버 외의 영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지금은 더 중요하다.


Stray Kids - Cle 2 : Yellow Wood

패기와 에너지로 시작해 혼란의 시작으로 귀결됐던 [Cle 1 : MIROH]를 이어가듯 어두운 감성에서 시작한 앨범은 믹스테이프 트랙들의 안정감(혹은 안정의 추구)으로 끝난다. 감정의 바닥을 드러내며 방황하는 내면을 묘사하는 가사와 무거운 사운드는 힙합 기반의 음악을 선보여온 B.A.P (특히 방용국)이나 BTS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디도 한다. -힙합 기반의 보이그룹이 거쳐가는 단계가 어느 정도 클리셰화 된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전작들의 에너지를 남겨둔 채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팀 특유의 정체성이 오히려 강하게 드러난다. 이미 발표했던 믹스테이프 트랙들이 다수인 구성은 아쉽지만, 일련의 곡들이 하나의 앨범에 수록되어 큰 이야기를 구성하는 시너지 효과가 나쁘지 않다. 팀과 멤버 개인의 서사를 지켜봐 온 팬들에게는 분명히 흥미로운 앨범.


엔티크(N.tic) - Fiction

앞선 두 싱글에서 함께했던 코드나인을 뒤로하고 새로운 프로듀서와 함께한 곡이지만 전작들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장르적인 법칙도 실험성도 부재한 채 '흥'만이 남아있는 곡과, 곡과는 어우러지지 않는 이미지 컨셉과 부실한 아트워크의 조합이 매우 안타깝다. 각 활동의 사이에 적지 않은 공백이 있음에도 준비되지 않은 기획력이 이후의 활동에서는 나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ZELO - DISTANCE

B.A.P 활동기의 날카롭고 어두운 사운드의 곡들로 채워진 앨범이지만 텐션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트렌디한 하우스 사운드의 타이틀 곡 '알고싶어'는 비교적 경쾌하지만 역시 곡 전체에 깔린 무거운 사운드가 톤을 낮추고 있다. 젤로의 날렵한 랩부터 굵직한 질감의 보컬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일관된 사운드와 장르의 곡들에 표현되어, 앨범 전체의 유기성이 분명하다. 우울하고 어두운 감성을 메세지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집중한 방용국과는 달리 깔끔하고 정제된 사운드로 풀어낸 차이점이 흥미롭다. 정체성이 뚜렷한 팀에서 오랜 활동을 한 만큼, 팀 시절의 아이덴티티를 이어가면서도 젤로 개인의 음악과 이미지를 확실하게 구축한 셀프 프로듀싱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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