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RO Oct 18. 2019

Weekly Critics: 2019년 10월 첫째 주

SuperM, 원어스, 정세운, 스테파니, 장우혁, 강시원 외 4팀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원어스(ONEUS) - FLY WITH US

'US'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임에도 마무리에서 방향이 틀어진 감이 찝찝하게 남는다. 2000년대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의 아이돌 댄스 팝을 적극적으로 변주하던 흐름이 갑자기 추상적인 한국적 이미지로 흘러가버렸다. BTS의 'IDOL'이나 GD의 '늴리리야', 송민호의 '아낙네' 등에서 레퍼런스를 찾은 듯하기도 하다. 레퍼런스가 확실한만큼, 원본을 과장하고 재구성한 만듦새가 나쁘지 않고 오히려 새삼스럽게 이러한 스타일의 곡들에 대한 흥미를 재고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일관되게 2000년대 아이돌 댄스(혹은 가요)를 에너제틱하게 계승하던 행보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는 팀의 서사와 일관성이 어그러졌다는 감상을 지울 수가 없다. 비장하고 판타지적인 주제를 타이틀 곡과 수록곡에서 유기적으로 풀어냈던 전작들과는 달리, '가자 (LIT)'는 앨범 내에서도 붕 떠 있다. 서정적인 선율과 노이지한 신스의 'Blue Sky'와 거친 사운드와 랩핑, 쏘는 듯 한 보컬의 'Level Up' 같은 트랙들이 앨범을 전작들과 연결하고는 있다. 그럼에도 타이틀 곡이 홀로 다른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3부작 시리즈로서의 존재감과 유기성이 흐지부지 되어버려 못내 아쉬움이 남게 된다. 원어스는 곡 자체만으로 분명히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주었고 이후의 앨범과 시리즈 역시 기대되는 팀이다. 그렇지만 시작을 장식하는 웅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짓기 전에 너무 일찍 다음을 준비해버린 것은 아닐까.


퍼플백 - Dream Line

경쾌한 사운드와 하드코어한 스타일링의 언밸런스가 아쉬웠던 데뷔곡을 딛고 유러피안 신스 팝과 키치한 스타일링에 일치를 주고자 한 시도가 일단은 눈에 띈다. 몇 년 더 일찍 발표되었더라면 나름대로의 차별성을 가진 곡이 될 수 있었겠지만, 이미 다른 팀들이 많이 시도했고 또 수록곡으로도 발표하고 있는 사운드 구성과 스타일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다. 어느 팀이나 아티스트에게나 마찬가지이지만, 퍼플백에게는 레퍼런스를 확실하게 잡고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프로듀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해시태그 - 어때보여

전작인 'Freesm'에서 나쁘지 않은 완성도의 작업을 보였음에도,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시도를 위한 시도에 그친 싱글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Freesm'이나 'Love Game'과 같은 곡에서 자연스러운 호흡과 톤을 보여줬음에도 과장되게 발랄한 톤으로 팀의 음색을 뭉뚱그려버려 오히려 팀의 대표되는 음색이 부재하게 되었다. 이미지 변신이 비교적 쉬운 연차인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좋지만, '한 방'을 노리는 변신은 위험부담이 너무나 크다.


하민우 - The Tempo

인트로 트랙인 'Encore'부터 타이틀 곡 'Let Me Love U', 'We R 0'에 이르기까지 트렌디한 장르와 사운드를 모아놓은 앨범이다. 곡 하나하나의 특징은 비교적 뚜렷하고 완성도 역시 무난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곡에서 같은 톤과 호흡을 보여주는 하민우의 보컬과 역시나 모든 곡에서 같은 소리를 유지하는 믹싱이 옥에 티이다. 미성과 비음이 특징적인 그이지만 더 무거운 소리를 내거나 담백한 음색을 보여줘야 하는 곡에서까지 같은 톤과 호흡이 이어지니, 곡의 매력이 살아나지 않는다. 아이돌 팀 활동을 한 가수들은 종종 팀 곡에서 짧게 보여줬던 특징적이고 튀는 톤으로 솔로곡 전체를 이끌어가는 실수를 종종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곡에서도 두 번째 벌스까지 듣는다면 피로감이 느껴지고 흥미를 잃게 된다. 솔로 아티스트로서 롱런하기 위해서 곡에 따라 보컬을 다양하게 운용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


ARGON(아르곤) - GO FORWARD : Wide Dream

VIXX의 초기 곡들이나 몬스타엑스를 연상시켰던 'Master key'에 이어, 이번에는 BTS의 초기 스타일을 레퍼런스로 삼은 듯하다. 소리를 부풀려 내는 랩핑이나 공격적인 보컬, 힙합 사운드의 조합은 분명히 특징적이고 귀에 꽂히기는 하지만 이미 앞선 팀들이 수년에 걸쳐 들려준 것들인 만큼 팀의 정체성을 강조하기에는 진부하다. 오히려 보컬을 강조한 선율적인 퓨처 베이스 곡인 'Stranger'에서 이전에 들리지 않던 음색들이 들린다. 강렬한 사운드와 랩핑을 정면에 내세우는 구성이 이제는 클리셰를 넘어 이전의 방식이 되어가고 있는 만큼, 멤버들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다. 


강시원 - SUPA DIVA

첫 번째 싱글 'CLICK CLICK'의 아쉬운 점이었던 매끄럽지 못한 변주와 분위기 전환이 '열A-야'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다. 강시원의 쫀득하고 에너제틱한 랩핑과 서정적인 음색의 노래가 서로 어우러지지도, 혹은 확실한 대비를 보여주지도 않고 엉성하게 엮여 있어 곡의 에너지가 쌓여나가다가도 맥이 풀려버린다. 오히려 일관된 흐름을 가진 곡들인 'Fall Hard'나 '마음이 닿아'가 무게감 있게 안정적이고, 강시원의 존재 역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곡 하나하나의 완성도에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최대한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의 존재감과 질감을 드러내려 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고음보다도 저음에서, 길게 음을 이끌어가기보다는 툭툭 내뱉는 파트에서 더욱 뚜렷한 음색과 힘이 실리는 만큼 이후의 활동에서는 강시원의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구성의 곡과 보컬 어레인지가 필요해 보인다. 이미 대중들에게 그의 능력과 캐릭터가 잘 알려진 만큼 프로듀싱의 방향성은 더욱 뚜렷하고 섬세하게 잡혀야 한다.


정세운 - Day

지금까지 정세운이 선보였던 다양한 스타일 중 중 감성적이고 차분한 면들을 모아 재구성한 앨범이다. 피아노 반주와 잔잔한 리듬의 발라드 곡인 '비가 온대 그날처럼'은 클리셰적이고 가창력을 뽐내기 위해 쉽게 오버되기 쉬운 구성의 곡이지만 담백한 창법과 정서 덕에 과장되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고 깔끔하다. 그루비한 연주와 세운의 자극적이지 않은 음색 조합이 인상적인 'Day & Day'의 벌스는 특히 흥미롭다. 인트로와 벌스에 비해 심심한 코러스를 보이다가도 브릿지에서 미니멀한 사운드로 긴장감을 다시 잡는 구성이 절묘하다. 따뜻한 정서의 앞선 트랙들과는 달리 공감각적인 일렉 기타 연주와 서늘하고 세련된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Lie Lie Lie'에서도 앨범 전체의 정서를 해치지 않고 호흡을 삼키는 부르는 스킬 역시 인상적이다. 팝적인 선율과 리드미컬한 전개의 '온도차'나 클래식한 구성의 '내 이름을 부르면'까지 다양한 장르와 사운드에서도 섬세한 보컬 스킬로 앨범 전체의 중심을 잡는다. 전체적인 컨셉과 정서에 일관성을 주면서도, 그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 변주가 돋보이는 앨범.


스테파니 (STEPHANIE) - Say It

보컬이 워낙 돋보였던 팀의 멤버였던 만큼, 이번 싱글에서는 그의 음색을 정면으로 내세웠다. 특히 함께 팀 활동을 했던 린아와의 조합이 반갑다. 드라마틱하고 무게감 있는 선율 흐름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스킬이 새삼스럽게 돋보인다. R&B 곡들이 강세를 보였던 -그리고 천상지희의 활동기였던- 200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발라드의 문법을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다. 좀 더 모던한 사운드와 편곡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긴 공백기를 딛고 점점 자신의 본래 장점을 찾아가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장우혁 - WEEKAND

2011년 [I Am The Future]에 이어 8년 만에 다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미니멀한 힙합 비트와 드랍, 청량한 신스 사운드의 조합이 깔끔하고 세련됐다. 솔로 활동 초기에 힙합을 포함해 다양한 스타일의 블랙 뮤직을 레퍼런스로 삼은 앨범들을 발표했던 만큼, 최근의 블랙 뮤직 트렌드를 잘 잡아내 노련하게 소화해냈다. 군더더기 없는 곡과 마찬가지로 비디오와 스타일링 역시 과장 없이 준수하게 잡혀있다. 이러한 감각을 하나의 앨범으로 풀어낸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하도록 만드는 싱글.


SuperM - SuperM The 1st Mini Album

슈퍼엠의 프로젝트의 발표가 이루어졌던 때부터, 독자적인 스타일을 각자 구축한 태민과 EXO, NCT, WayV의 멤버들을 모아 어떤 것을 보여줄지 기대와 우려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의외로, 혹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SMP의 정수만이 담겨 있다. 타이틀 곡인 'Jopping'은 그 인트로부터 H.O.T와 동방신기 초기 곡들과 같이 웅장한 사운드와 코러스로 꽉 채워져 있다. 특히 후반 코러스에서 유영진 특유의 고음 애드리브에서 전통적인 SMP 스타일을 재확인할 수 있다. 벌스의 시작에서 태용과 마크의 랩핑은 NCT의 곡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곡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인트로에서 폭발했던 사운드와는 다른 스타일을 취하고 있어 마치 다른 곡이 시작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직후에 카이와 텐의 랩이 이어지고, 백현과 태민의 보컬이 나오는데 일련의 흐름에서 동일한 리듬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각 파트에서 리듬감의 디테일이 세 번 전환되다 보니 긴장감이 폭발해야 하는 코러스가 그저 인트로의 반복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차라리 두 벌스에서 각각 랩과 보컬을 따로 채워 넣었다면 좀 더 흥미로운 구성을 취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목적 자체가 리스닝보다는 퍼포먼스에 맞춰진 곡이다 보니 각 파트의 안무를 수행하는 멤버들의 기량만큼은 뛰어나고, 특히 무대에서 경험치와 소화력이 두드러진다. 두 번째 트랙인 'I Can't Stand The Rain'은 천상지희의 'Dance In The Rain', 동방신기의 'Hey!' 'Maximum'과 같은 강렬한 댄스곡들의 연장선에 있는 듯 한 곡이다. 특히 북의 비트를 강조하고 현악기와 아시안 악기를 함께 사용하며 의도적으로 오리엔탈리즘적인 이미지와 사운드를 재현해낸 지점은 'Maximum'과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다. '2 Fast'이나 'Super Car' 같은 수록곡에서 역시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샤이니 시대부터 태민 솔로 앨범과 EXO, NCT에 이르기까지 시도되었던 진행 방식과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특히 SM 엔터테인먼트만의 남성미를 강조했던 스타일로 가득 차 있는데, 올해 발표되었던 유노윤호의 [True Colors]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특징들이기도 하다. 과장된 웅장함을 담은 뮤직비디오에서는 H.O.T의 평화의 시대와 EXO의 [DON'T MESS UP MY TEMPO]의 바이크 컨셉, 'Lightsaber'나 'New Heros' 뮤직 비디오 등 SM이 지금까지 보여왔던 이미지로 꽉 채워져 있다. 각 팀의 대표 멤버들을 모은 어벤져스 팀이라고 소개되었지만, 슈퍼엠의 첫 번째 미니앨범은 사실상 SM의 SM에 의한 SM을 위한 앨범이다. 이미 각자의 활동을 통해 자신들만의 개성과 역량을 보여줬던 멤버들은 전통적인 SMP를 수행하는, 가장 맵시가 좋고 스펙 높은 부품으로서 기능한다. 올 한 해 SM은 자신들의 지난 작업물들을 돌아보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쭉 보여왔지만, 이 앨범은 특히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무엇을 열망하는 프로듀서인지를 새삼스럽게 재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각 곡과 뮤직비디오, 무대에서 멤버들은 이미 실력이 검증된 멤버들인 만큼 훌륭하게 자기 역할을 소화해내지만 그 멤버들을 가지고 만들어낸 결과물이 새롭지는 않다. 빌보드 차트 1위라는 기염을 토해냈지만, 팀의 독자적인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기에는 아직 풀어내야 할 과제가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첸, 발라드 스펙트럼으로의 모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