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식, 슈퍼주니어, 엔플라잉, 원더나인, 방탄소년단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첫 트랙인 'RENDEZ-VOUS'부터 앰비언트와 얼터너티브와 같이 아이돌 팝 씬에서 쉬이 듣기 어려운 요소들을 사용해 우주적이고 서정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DOCKING'에서도 이 우주적인 사운드 컨셉을 이어가는데, 몽환적이면서도 복고적인 신스와 밴드 세션, 감각적인 소스가 어우러지며 앞선 트랙과는 또 다른 사운드를 전달한다. 서정적이고 풍부했던 1번과 2번 트랙을 지나면 무게감 있는 비트와 기타 리프로 이루어진 'BLACK'이 위치하고 있는데, 앞선 트랙보다 더 적극적인 비트와 얼터너티브 사운드로 나아가는 반전이 인상적이다. 'MOONLIGHT'에서는 다시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신스 사운드로 돌아오는데, 앞선 트랙들과는 달리 여유와 공간감이 돋보이는 신스 팝의 구조를 하고 있다. 세션이 빠진 자리에는 초반 곡들보다 더 다양한 소스들이 레이어를 쌓으며 풍부한 질감을 전달한다. 이 트랙들을 모두 지나 마지막에 배치된 'DEAR LOVE'는 피아노 연주와 기타 등의 세션으로 이루어진 공간감 있는 발라드 곡으로, 앞선 곡들이 전달한 컨셉과 사운드 질감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도 가요의 문법을 통해 그 정서를 폭발시킨다. 우주를 테마로 한 많은 아이돌 팝 앨범이 있었지만, [RENDEZ-VOUS]는 그중에서도 음악적으로 컨셉을 가장 잘 전달한다. 록 음악에서 들을 수 있는 보컬과 팝 발라드의 창법을 유려하게 오가며 새롭고 수려한 질감의 보컬을 들려준 임현식 역시 보컬리스트로서 기량을 기대치보다 더욱 잘 드러냈다. 또한, 보컬 기교나 특정한 장르에 의지하지 않고 곡 하나하나와 앨범 전체의 사운드를 디자인하고 컨셉과 음악의 균형을 맞춘 아티스트로서의 역량 역시 인상적이다. 첫 번째 앨범으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설득하는 데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임현식은 가장 어려운 과제를 가장 빠르게 끝낸 셈이다. 그의 앞으로의 시도와 행보가 기대되는 앨범.
멤버 변동과 군 복무 등의 팀 정비를 모두 마치고 발표하는 정규앨범이지만, 아쉽게도 앨범 초반 트랙에서 전작인 [Replay]와 [One More Time]를 통해 보여줬던 무게감과 실험이 사라졌다. 그동안의 곡절을 정리하고 팀의 건재함을 강조하듯 SMP적인 구성과 사운드로 가득한 첫 번째 트랙인 'The Crown'과 슈퍼주니어 특유의 펑키함과 재미있는 사운드 조합의 'SUPER Clap'이 특히 그렇지만 전체적인 사운드 디자인과 흐름이 새롭지는 않다. 오히려 전작의 세련된 팝 사운드를 이어가는 'I Think I'가 -타이틀 곡으로는 약하다는 멤버들의 의견으로 타이틀 곡에서 교체되었음에도- 팀의 음악적 변화를 더 뚜렷하게 반영한다. 복고적인 드럼과 베이스, 장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브라스 사운드, 멤버들의 보컬로 비교적 간소하지만 각 요소들을 강조한 -그리고 역시나 타이틀 곡 후보였던- 'Game' 역시 사운드적인 재미와 멤버들의 역량을 균형감 있게 담아냈다. 그 외에도 감각적인 플럭 신스 사운드와 하우스 리듬을 안정적으로 엮어낸 'Skydive'나 섹슈얼한 비트와 보컬 믹싱의 'Heads Up' 같은 중후반 트랙들에서 음악적 트렌드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팀만의 색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활동 15년 차에 정규 9집을 발표하는 시점에서는 무게감과 질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굿밤 (GOOD BAM)'은 자유로운 아메리칸 밴드 사운드를 담아냈던 엔플라잉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그 와중에도 기합을 빼고 여유를 더 담아낸 곡이다. 타이틀 곡 뿐 아니라 'Autumn Dream', 'Sunset'에서도 밴드 뮤직보다는 힙합이나 R&B 곡에서 들을 수 있는 멜로디 라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밴스 세션과 사운드 소스를 쌓아놓았다. 시원시원한 보컬과 다이나믹하면서도 쉬운 전개, 국내 대중음악 씬에서 유독 사랑받는 블랙 뮤직의 요소를 심어놓아 일단은 귀를 사로잡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조를 언제까지 이어갈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막 성공을 거둔 팀이기에 여유를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멤버 대부분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성숙한 에디튜드를 시도했던 전작과는 달리, 거칠고 감성적인 멜로디와 보컬, 컨셉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곡 전체에 입혀진 에코 이펙트와 날 선 사운드의 부조화가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게다가 힘이 들어가야 하는 코러스에서 힘이 들어가지 않고, 두 번째 벌스에서는 힘을 더 풀어버리니 이미 BTS와 같은 팀들이 이미 선점한 스타일의 하위 호환이 되었다는 감상을 버리기가 어렵다. 이런 모습을 '춰', 'Drive'와 같은 수록곡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힘보다는 디테일을 강조한 사운드에 비해 아직은 테크니컬하지 않은 멤버들의 보컬과 랩, 그리고 엉성하게 입혀낸 에코 이펙트 때문에 온전한 원더나인의 곡이 아닌 커버곡처럼 들린다. 이러한 스타일을 초기에 정립한 B.A.P나, 대중적으로 자리 잡게 한 BTS의 경우도 활동 초기에는 감성적인 멜로디보다는 힘을 더욱 강조했던 바 있다. 새로운 팀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신인 그룹은 남들과는 다른 컨셉을 선점하고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때로는 앞선 팀들이 닦아놓은 길을 충실하게 따는 것이 답이 될 수도 있다.
[MAP OF THE SOUL]에 수록된 'Make It Love'에 Lauv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리믹스 버전의 곡이다. 블랙핑크와 두아 리파, BTS와 니키 미나즈의 사례가 그랬듯이 이러한 특별 콜라보레이션 싱글은 분명히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렇지만 이미 BTS가 완성해놓은 곡에 Lauv가 참여하니 일반적인 팝 스타일과 원곡이 충돌하며 부드러운 전개의 곡임에도 텐션이 일관적이지 못하다. 아예 새로운 곡으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더라면 좀 더 흥미로운 시도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