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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Oct 30. 2019

Weekly Critics: 2019년 10월 넷째 주

헨리, VAV, TXT, 영재, 타케우치 미유, 아리아즈, 써니힐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헨리(HENRY) - 한강의 밤

팀 활동 시기부터 세련된 팝의 문법을 딴 곡들을 선보였던 행보와는 달리, 최근의 한국 발라드 트렌드를 많이 반영하고 있는 곡이다. 팝 발라드 같은 멜로디 라인으로 시작하다가도 코러스에 이르면 로코베리의 특기인 가요적 흐름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 덕에 처음과 끝이 깔끔하면서도 끈덕진 창법과 감성을 중간에 폭발시키는 독특한 구조와 정서를 가지게 되었다. 대형 기획사를 벗어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외국인 아티스트로서 활로를 찾는 것이 당장 그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건 이해하지만, 그가 이전 활동을 통해 보여주었던 기교적이고 세련된 음악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른 것일까.


VAV - POISON

타이틀 곡인 'POISON'의 도입부와 첫 번째 벌스가 전달하는 잔잔한 비트와 소스의 복합적인 사용, 멤버들의 힘을 뺀 보컬과 랩핑은 새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곡의 집중도를 효과적으로 높인다. 문제는 브릿지와 코러스에 있다. 브릿지에서 비트를 갑자기 빠르게 높이다가 코러스에서 트랩 비트가 다시 곡의 텐션을 내려버리고, 랩과 보컬이 서로 오가는 하이라이트에서는 다시 비트가 빨라지며 곡의 흐름을 헝크러뜨린다. 특히 후반 코러스에서 랩과 갑자기 음을 잡아 끄는 보컬, 사운드의 연속은 분명히 일관되게 연속적이지만 전체적인 조합에서 정돈이 되어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안정적으로 곡이 시작됨에도 첫 번째 코러스부터 흐름이 끊겨버리니 이후의 전개에서 피로감을 느끼기가 쉽다. 오히려 펜타곤 후이가 프로듀싱한 '119'에서 일관된 흐름과 컨셉이 돋보이고 팀의 초기 발표곡들과도 연결고리가 생긴다. 에이노의 자작곡인 'Runway' 역시 복고적인 비트와 펑키하고 컬트적인 흐름으로 VAV의 특징을 전달하고 있다.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아트워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감각적이고, 글래머러스한 섹슈얼함을 강조해온 VAV의 색을 잘 드러내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펑키한 기존 스타일과 라틴 팝 계열의 곡들을 발표하며 나름의 스타일을 잡아가고 있던 행보를 보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꿈의 장: MAGIC

세련된 팝적인 구성과 직설적이면서도 여유로운 사운드의 조합, 독특한 아트워크가 인상적이었던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CROWN)'과 [꿈의 장: STAR]는 올 상반기 주목할 만한 앨범 중 하나였다. 신인 보이그룹 특유의 청량함을 전달하면서도 밀도 높은 사운드 레이어와 힘을 조절하는 편곡이 돋보이는 곡들의 연속은 올 한 해 데뷔한 보이그룹 중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특징적이었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 역시 독특한 분명히 구성의 곡이다.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과 기타 리프로 진행되다가도 음이 떨어지는 변주와 통통 튀는 소스가 흘러나오고, 코러스에서는 일렉 기타의 주도로 진행되는 구성의 변화가 극적이면서도 깔끔하다. 그렇지만 코러스에서 극적인 구성을 취하는 멜로디 진행과 멤버들의 보컬, 소스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BTS의 화양연화 시리즈 이후 곡들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각 기획사를 대표하는 스타일이 신인 팀의 음악에 묻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SM의 많은 보이그룹들은 신인 시절에 프로듀서 유영진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고, YG의 보이그룹들에게는 빅뱅과 테디의 흔적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렇지만 데뷔 앨범부터 BTS와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보여줬던 팀인 만큼 앞선 팀의 흔적이 이제야 드러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올해 SM의 많은 앨범 역시 바로 이 맥락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뮤직비디오 역시 재미있고 동화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했던 전작에 BTS의 뮤직비디오 플롯이 더해져 마치 데자뷔와 같은 인상을 남긴다. '간지러워 (Roller Coaster)'나 '그냥 괴물을 살려두면 안 되는 걸까', 'Magic Island'와 같은 수록곡들의 가사 컨셉은 전작의 것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데뷔 앨범의 맥락을 엿볼 수 있기는 하다. 데뷔 후 7개월 만에 발표하는 첫 정규 앨범인만큼 아쉬움이 남지만 여전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완성도의 앨범.


영재 - O, on

[Fancy]에서 살짝 숨김 사운드로 넣었던 록 사운드나 빠른 비트의 EDM을 전면적으로 사용하고 영재의 보컬을 강조하려 한 시도가 엿보이는 앨범이다. 전반적으로 시원시원한 사운드와 청량함을 강조한 두 트랙과 감성적인 R&B 팝 곡인 '너와 나의 이야기'는 미니 앨범 내에서는 각자 다른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지만, 전작에서 사용되었던 사운드나 구성에서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트워크 컨셉의 차이를 베재한다면 [Fancy]와 [O, on]은 영재의 에너지로 가득 찬 앨범들이다. 그렇기에 이번 앨범이 서로 따로 발매되었기에 힘의 분산이 무리하게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하나의 앨범이었더라면 비슷한 사운드 컨셉의 앨범 안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며 그의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출사를 확실하게 강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데뷔 연차가 적지 않으나 아직 아이돌 팝 씬에서 뚜렷하게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는 만큼, 안정성보다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타케우치 미유 - 내 타입

윤종신표 '시티팝'을 이제는 사조적인 의미에서 시티팝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멜로우한 멜로디 라인이나 여유롭고 호사스러운 세션을 활용하기보다는 멜로디와 보컬을 강조하고 다양한 소스를 화려하게 밀어붙이는 구성은 오히려 과거의 아이돌 음악이나 가요의 스타일에 가깝다. 물론 안정적인 완성도의 곡을 만드는 프로듀서인 만큼, 쏟아지는 화려한 사운드 소스에서도 멜로디 라인의 중심을 잃지 않고 타케우치 미유의 보컬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적용하는데도 성공했다. 윤종신-시티팝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가고 있는 타이밍에 노련한 경험치를 쌓은 인물과 함께하게 된 만큼, 이후에는 좀 더 오리지널에 가까운 것을 만들어낸다면 어떨까.


ARIAZ(아리아즈) - Grand Opera

순탄치 않은 데뷔 과정을 겪고 나온 앨범이기에, 타이틀 곡 '까만 밤의 아리아'의 단조로운 멜로디 라인이 아쉽다. 엑소, 러블리즈, 트와이스 등의 곡을 작업하며 텐션 완급이 좋은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왔던 정호현 작곡가의 곡이기에 더욱 그렇다. 타이틀 곡을 포함해 'Ouch!', 'Drama'와 같은 수록곡들에 독특한 소스들이 정교하게 쌓여 있지만 멜로디 라인과 보컬이 소스에 묻혀버리며 정작 강조해야 할 요소들이 존재감을 가지지 못했다. (곡들에서 쓰인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지만) 오페라, 아리아, 앙상블이라는 키워드와 로코코, 벨-에포크 회화를 연상시키는 아트워크는 비교적 유니크하고 존재감이 크다. 아직 두 개의 앨범이 더 남아있는 시리즈이고 이미 방향성과 재료가 확보되어 있는 만큼,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조금 덜어내고 들려주고 보여줘야 것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써니힐(Sunny Hill) - 놈놈놈

오랫동안 써니힐 특유의 따뜻하고 감성적인 음악을 발표해온 지 8년 만에 다시 [Midnight Circus], [The Grasshoppers], [백마는 오고 있는가]에서 보여줬던 주술적이고 서커스틱한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놈놈놈'에서 반복되는 남유럽 스타일의 세션 사운드는 언뜻 90년대 말 혹은 2000년대 초의 복고적인 가요의 문법으로 곡을 이끌어가는 듯하다. 그렇지만 멤버들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보컬과 화음이 코러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다양한 소스들이 추가되며 써니힐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이국적인 사운드를 완성시킨다. 타이틀 곡에 비해해 평이하고 정직한 구조의 'From Oz'에서는 어딘가 녹음이 잘못된 듯 한 보컬 믹싱이 독특한 플럭 신스로 꾸며진 동화적인 분위기를 해치는데, 명곡 'Wedding Cake'에서 모티브를 딴 '눈물닭발'은 (어둡지는 않지만) 다시 켈트 민속 음악과 같은 사운드와 가요적인 멜로디의 균형을 찾는다. 써니힐 특유의 직설적이고 유머러스한 가사 역시 돋보인다. 트랙마다 한두 가지의 개선점이 남아있지만, 일상적인 따뜻함을 오랫동안 유지했던 써니힐의 디스코그래피에 다시 한번 이국적이고 기이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다시금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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