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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Nov 25. 2019

Weekly Critics: 2019년 11월 둘째 주

레오, 박경, 소연, 아이러브, 세븐어클락, 네이처, 엘리스 외 4팀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레오(LEO) - All of me

그의 솔로 작업물들이 그래 왔듯 무겁고 블루한 멜로디 라인과 태도의 톤을 한 팝 발라드 구성의 곡이다. 팬송 차원에서 나온 곡인 만큼 진솔하고 정제되지 않은 형태의 가사가 특징적인데, 이 때문에 멜로디 라인과 가사의 음절이 서로 충돌하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다. 레오 본인의 메세지 전달이 목적인 곡이기에 납득할 수 있지만 가사와 멜로디 라인의 조화를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더 매끄러운 결의 곡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박경 - 사랑을 한 번 할 수 있다면

박경의 독특한 음색과 제이레빗 혜선의 힘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음색과 절제된 어쿠스틱 세션의 조합은 분명히 클리세적이다. 그렇지만 보편적인 어쿠스틱 사운드에서 재즈, 보사노바 풍의 연주로 나아가는 흐름이 흥미롭고 효과적이다. 그 과정에서 힘을 잃지 않고 곡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두 보컬 역시 평이하지만 깔끔하다. 발라드가 지배하고 있는 지금보다 초봄을 노렸더라면 어땠을까.


TRUE DAMAGE - GIANTS

트랩 비트와 잘게 쪼갠 신스 사운드를 배경으로 각 멤버들의 파트가 연속하듯 나오며, 프로젝트 팀임에도 불구하고 톤의 합이 자연스럽다. 각 멤버들의 파트에서 극적으로 변화하는 사운드 레이어와 속도감도 복잡하지만 깔끔하다. 반복되는 변주로 인해 유일하게 한국어 파트를 소화하는 소연의 차례에도 곡의 맥이 끊기지 않고 텐션을 고조시킨다. 한 번의 이벤트를 위해 만든 싱글이라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 


아이러브(ILUV) - 문을 열어줘 (OPEN THE DOOR)

무겁고 미니멀한 사운드의 데뷔 곡 'Got It'은 평이한 완성도와 보컬 디렉팅이 서로 어우러지지 않는 곡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가사를 하나하나 씹거나 부드럽게 흘려야 하는 타이밍과 질러야 하는 타이밍의 구분이 확실하고, 곡의 흐름을 타는 것뿐 아니라 힘을 싣는다. 뭄바톤을 기반으로 라틴 팝과 댄스홀 등 다양한 요소들을 엮어 전체적으로 드라마틱한 구성의 곡을 완성했는데, 보다 날카롭고 선명한 사운드를 내야 하는 타이밍에서도 사운드가 비교적 뒤로 빠져 있는 점은 아쉽다. 트렌드의 물결을 타고 나름대로 완성도를 상향하는 과제는 성공했다. 이제는 확실하게 방향성을 정하고 나아갈 때다.


세븐어클락 - 백야 : White Night

세븐어클락의 장점은 데뷔 미니 앨범인 [Butterfly Effect]부터 수려한 신스 사운드와 베이스로 편안한 흐름의 곡들을 발표한다는 것이었고, 이번 앨범도 그러한 장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뚜렷하게 튀는 곡은 없지만 앨범 전체에서 트로피컬과 뭄바톤, 라틴 등의 장르적 테마를 안정적으로 사용하며 직관적으로 앨범 전체의 질감과 정서를 전달한다. 그렇기에 여름 시즌에 맞추어 발표했더라면 더 주목받을 수도 있었을, 준수한 완성도의 앨범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벌써 세 번째 미니 앨범이고 늘 비슷한 테마의 곡들을 발표해오고 있음에도 멤버들의 스킬적인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렬한 음악을 보여주는 팀이 아닌 만큼, 보컬 디렉팅과 믹싱에도 비중을 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NATURE - NATURE WORLD : CODE A

전작인 '내가 좀 예뻐(I'm So Pretty)'는 네이처는 기존의 노선을 바꾸고 곡을 구성하는 소스와 레이어를 복잡하게 쌓아 올린, 컬트적인 댄스 곡이었다. 반복적이고 일차원적인 가사와 추임새의 연속이 단지 수많은 시도 중 하나로 그쳤다면 유감만이 남았겠지만, 그 노선을 계속해서 밀고 나가겠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강렬한 신스 베이스와 의도적으로 힘을 준 외치는 듯 한 음색, 키치한 소스의 연속에서 모모랜드와 트와이스, f(x)나 레드벨벳 등의 레퍼런스가 보이기도 한다. 트로피컬 하우스 사운드와 금속성의 소스를 조합해 반복적이고 리드미컬한 메인 라인을 올린 '빙빙 (Bing Bing)', 위트 있는 색소폰 연주와 레게 풍의 편곡을 트랩 비트 위로 얹어낸 ''Drinkin' 등의 수록곡들에서 타이틀 곡과 마찬가지로 감각적이고 다양한 소스를 마치 어지럽게 늘어놓은 듯 한 레이어와 찰기 있는 보컬 디렉팅이 특징적이다. 비주얼 컨셉과 가사를 쓰임이 사운드의 완성도를 쫓아오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평이한 컨셉과 곡에서 벗어나 전면적인 키치 펑크스타일을 시도하며 멤버들 각자의 음색과 존재가 귀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앨범이다. 90년대 아이돌 발라드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트랙은 분명히 재미있지만, 앨범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


엘리스(ELRIS) - 그립다 (Miss You)

데뷔곡부터 멤버들의 화음을 강조한 팀인 만큼 멤버 각자의 음색과 화음을 살리려 한 믹싱이 깔끔하지만 그로 인해 호사스러운 밴드 사운드가 곡 안에서 힘을 잃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렇지만 곡 자체보다도 데뷔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오랜 공백이 있던 팀이고, 1년 만에 발표한 곡으로 나름대로의 콘텐츠들을 선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스텔직한 멜로디 라인과 연출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곡이 담고 있는 정서와 사운드는 정석적인 구성이지만, 멤버들의 나이가 아직 어림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의 공백을 예고하는 듯 한 싱글.


IN2IT(인투잇) - PUZZLE

트로피컬 썸머를 테마로 한 데뷔 앨범 [Carpe Diem]부터 마돈나 'Vogue'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를 오마주한 [Snapshot]과 [Into The Night Fever]까지 인투잇은 뚜렷한 컨셉과 방향성을 가진 싱글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 그렇지만 [PUZZLE]은 이 컨셉츄얼한 테마가 전달하던 존재감을 잃고 평이한 컨셉으로 남아 버렸다. 라틴팝적인 요소가 담겨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힙합 댄스 사운드에 더 무게가 실려 있어, 곡의 구조와 정체성이 어중간한 상태로 남아 버렸다.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는 의의는 있지만 멤버들 각자의 의견과 색이 반영되기에는 팀의 아이덴티티와 음악을 아직 제대로 강조한 적 없다는 점에서, 타이밍적으로 디스코그래피의 흐름을 더욱 어그러뜨렸다. 아예 본격적인 라틴 팝 장르와 컨셉을 시도했더라면 적어도 컨셉츄얼한 팀이라는 이미지와 정체성은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


레인보우 - Over the Rainbow

팀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나온 싱글인 만큼, 'I Dream of You'는 감성을 자극하는 피아노 연주와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꾸려진 발라드 곡의 전형적인 구성을 따르고 있다. 호흡과 톤에서 멤버들 간의 통일성이 돋보였던 팀이기에 멤버들 각자의 음색이 강조된 발라드 트랙은 레인보우의 음악을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반갑고 신선할 수 있다. 'Aurora'는 힘 있는 멜로디와 서정적인 사운드, 멤버들의 화음을 주로 선보였던 레인보우의 곡들을 코러스에서 포지티브한 분위기로 재현하며 팀과 기존 발표곡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두 곡을 시작으로 레인보우의 디스코그래피를 다시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스카이걸스 - 너때문에

K-POP에 대한 애정으로 한국의 매니지먼트 사, 프로듀서와 협업해 야심 차게 발표한 싱글이지만 10년 이상 된 스타일의 곡과 이미지 컨셉으로 점철된 결과물이 몹시 아쉽다. 국내 신인 팀 사이에서도 흔치 않은 정석적인 한국 가요 발성과 음색, 노력의 흔적이 여실히 보이는 발음 실력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조악한 믹싱 상태가 그 특징을 가린다. 강조할 수 있는 포인트와 문화적 레퍼런스를 얼마든지 가진 멤버들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프로듀싱이 안타깝다.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K-POP 시장에 도전한 팀 자체도 흔치 않지만, 데뷔 시점부터 기초적인 실력 이상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팀은 더더욱 흔치 않다. 지금의 프로듀서와 스태프들은 이 팀에 대한 상상력에 가능성을 -그리고 '성의'를- 가질 필요가 있다.


루리(Luri) - 쉿 (Blah Blah)

일단 뮤직비디오부터 청하와 현아, 선미 같은 여성 솔로 가수들을 레퍼런스로 삼은 것이 보인다. 그에 맞게 트랩 비트와 뭄바톤을 기본적으로 배경에 깔고 가면서도 도입부와 코러스에서 강렬하고 공격적인 사운드로 질감을 거칠게 만들어 안무와 제스쳐를 강조했다. 그렇지만 코러스에서 루리의 음색을 살리다보니 곡과는 다른 방향성의 보컬 디렉팅으로 인해 힘이 실려야 하는 부분에서 오히려 에너지가 반감된다. 레퍼런스와 의도는 잘 전달되지만, 이미 서바이벌 방송과 팀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알린 그인 만큼 루리만의 확실한 캐릭터와 방향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프로듀싱이 필요하다.


창조 - Never Anything

팀의 수록곡 다수의 작곡에 참여한 바 있는 그이기에 곡 자체는 트렌디한 사운드와 정석적인 구성을 취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틴탑 시절의 활동곡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취했음에도 무난하게 곡을 소화하고 있지만, 그의 연차에 비해 무미건조한 색과 정체성이 못내 걸린다. 워낙 귀에 꽃히는 음악을 해 온 팀의 멤버이기에 그 아쉬움이 더 크다. 틴탑 활동에서 그가 작업했던 스타일의 수록곡들을 몇 가지 더 작업해, 앨범의 형태로 발표했더라면 적어도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에 모험보다 안정성은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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