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나피아, 남우현, 이진혁, 빅톤, 갓세븐, 밴디트, 현아, 던 외 5팀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곡 전체에 깔려 있는 에스닉한 리듬과 멜로디 라인이 2000년대의 댄스곡들을 연상시키며 블랙핑크, (여자)아이들과 같은 걸스 힙합 팀의 이미지와는 차별점을 두고 있다. 이 특징적인 사운드를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 역시 안정적이다. 그렇지만 안무의 구성과 보컬 어레인지에서 전신인 프리스틴의 흔적이 아직 진하게 남아 있다. 아쉽게 활동을 마무리한 팀의 멤버들이 다수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새로운 데뷔가 반갑지만, 희나피아만의 컨셉과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사운드와 보컬을 좀 더 전면적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이미 경험치가 쌓인 멤버들을 확보하고 있고 그 시작점이 나쁘지 않은 만큼, 과감한 선택을 밀고 나가도 괜찮다.
올해 입대나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시작한 보이 그룹 멤버들이 발표한 곡들이 대부분 그렇듯 특별한 차별점 없이 평이한 발라드 곡이다. 그럼에도 우현 특유의 힘주어 부르는 창법을 벗어나 편안한 발성으로 부드러운 멜로디 라인을 따라가는 구성 자체는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이다. 컴백 이후 보컬리스트로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싱글.
타이틀 곡 'I Likfe That'과 '빌런(VILLAIN)'은 2014년~2016년의 크리스 브라운과 같은 힙합 기반의 곡들을 레퍼런스로 한 흔적이 강하게 묻어나는 앨범이다. 팀에서 래퍼를 담당하고 있었던 만큼 앨범 전체에 그의 취향이 보이고, 레퍼런스가 확실하기에 곡 자체의 스타일과 구조도 준수하지만 앨범과 이진혁 간의 밸런스가 아쉽다. 굵직한 스웨그보다는 꼬거나 씹는 듯한 랩핑이, 무게감 있는 랩이 필요한 곡 안에 있다 보니 사운드보다 랩핑이 정면에 나서야 할 파트에서도 사운드가 더욱 존재감을 가지고 만다. 그 때문에 가강 존재감을 발휘해야 하는 코러스에서조차 신스 멜로디가 더 귀에 익게 들린다. 반복적이고 쏘는 듯 한 사운드와 비트의 '빌런(VILLAIN)'에서는 벌스를 끌고 가는 흐름이 나쁘지 않지만, 역시 텐션이 폭발해야 하는 코러스와 브릿지에서 힘이 풀어졌다. 오히려 미디엄 템포 팝 사운드와 트랩 비트의 '돌아보지마 (Follow Me & You)'에서 그의 높은 톤과 키치한 스타일의 랩이 가장 존재감을 가지고 있고, 곡을 이끌어가다 의도적으로 힘을 풀고 다시 끌어가는 스킬이 좋다. 뮤직 비디오에서 보여준 연기나 제스처조차도 타이틀 곡보다도 세 번째 트랙에 더 잘 맞는 성격의 것들이다. 이제 막 솔로 앨범을 발표한 많은 보이그룹 멤버들은 자주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전자를 택하며 안 맞는 옷을 입는 오판을 하곤 하기에, 이진혁의 경우가 유별난 것은 아니다. 스스로와 잘 맞지 않는 스타일이면서도 시대착오적인 아티스트를 레퍼런스로 삼은 것은 몹시 아쉽지만, 이후의 활동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대한 힌트가 앨범의 마지막에 있는 건 흔치 않은 행운이다.
2년 만에 발표하는 미니 앨범이지만 전작인 '나를 기억해'나 지난해 발표한 싱글 '오월애(俉月哀)'가 담고 있던 정서나 곡의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빅톤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멜랑콜리한 멜로디 라인을 강조하는 인트로 트랙이 오히려 전작들이나 타이틀 곡보다 더욱 깊은 사운드와 정서를 전달한다. 전자음 소스와 세션의 대비가 인상적인 수록곡 '걱정이 돼서'를 포함해, 이 세 곡이 빅톤의 이전 스타일과의 연결점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팝적인 세련미 이외의 다른 차별점을 모색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사실상 팬송인 'Here I am'과 'Hands up'은 그 무대의 구성이 떠오르는, 콘서트 라이브에 최적화된 곡이지만 앨범 전체의 콘셉트와는 동떨어져 있다. 이 와중에도 라이언 전이 참여한 'New World'는 -EXO나 NCT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잘게 쪼갠 리듬을 기반으로 그루비한 멜로디와 랩핑이 특징적인 곡인데, 두 번째 벌스에서 도한세의 랩핑이 만들어내는 레퍼런스와의 차별점이 나쁘지 않다.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고 팀이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는 만큼, 아쉬운 완성도의 전작들을 되풀이하는 것보다는 특유의 건조한 세련미를 표현할 수 있는 장르와 레퍼런스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멤버들의 특징적인 음색을 내세우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FLIGHT LOG : ARRIVAL]부터 갓세븐은 JYP 특유의 에너지에서 점점 탈피해 날카롭고 차가운 질감의 사운드와 절제된 리듬을 사용한 곡들을 발표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타이틀 곡 '니가 부르는 나의 이름'을 포함해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가장 드레시한 톤을 보인다. 단조로운 퓨처 사운드와 굴곡을 거의 주지 않은 멜로디 라인은 마치 런웨이 뮤직처럼 일정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갓세븐을 포함해 JYP의 팀들이 발표한 곡들 중 가장 차갑고 안정된 구성이 눈에 띈다. JB가 참여한 'PRAY'는 적절한 변주와 갓세븐 특유의 건강한 보컬을 끼워 넣었지만 타이틀 곡의 톤을 해치지 않고 앨범의 무드를 이끌어나간다. 조나스 블루가 참여한 'Now or Never'는 날 선 긴장감을 해소하고 트렌디한 멜로디의 코러스로 정석적인 여름 팝 곡의 구성을 하고 있다. 펑키함과 칠함의 경계를 탄 'THURSDAY'와 그루비한 베이스 사운드와 미니멀한 신스 사운드의 조합이 안정적인 'RUN AWAY', 앰비언트 사운드와 무겁고 느린 비트, 다양한 소스의 쓰임이 흥미로운 'Crash & Burn'까지 준수한 완성도의 수록곡들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특히 퓨처 사운드에 치중한 구성이 아쉬웠던 전작 [SPINNING TOP : BETWEEN SECURITTY & INSECURITY]에서 더 다양한 조합과 연출을 시도한 진전이 좋다. 치밀하고 날 선 초반 트랙에서 점진적으로 여유롭고 팝적인 트랙들을 배치해 'Now or Never'을 마지막으로 터뜨렸더라면 점진적인 분위기 변화가 더 돋보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적어도 갓세븐은 지금 그들이 향하고 있는 곳으로 매우 정석적이고 충실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앨범임에는 확실하다.
기괴한 나라사랑이 담긴 데뷔곡으로 잠시 유명세를 타고, 이후 쭉 저돌적인 사운드와 랩핑의 클리셰를 보여주던 팀이었지만 노선이 급격이 바뀌었다. 미니멀한 베이스에서 점차 라틴팝적인 사운드를 완성해가는 세션과 멜로디 라인, 가성과 외치는 듯 한 보컬을 오가는 벌스, 오리엔탈리즘적인 선율 위의 랩핑까지 이전에는 시도한 적 없는 장르와 사운드이다. 약간은 유치한 감이 있을 정도로 공격적이었던 가사도 라틴 팝 특유의 정서에 맞게 정돈되었다. 때 늦은 라틴 팝 잔치에 뒤늦게 합류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아라빅 음악의 커버로 올 초 아랍 문화권에서 성공을 거둔 결과에 대한 화답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림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더 흥미롭다. 이전에 비해 모범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바뀐 가사와 중간중간 삽입된 아라빅 에스닉 풍의 사운드, 아랍어 버전의 음원도 그런 이유에서라면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곡 자체는 최근 3년간 발표된 라틴 풍의 댄스 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한 니치 시장에서의 활동이 K-POP의 문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다.
타이틀 곡인 'Dumb'는 팝과 가요의 경계를 탔던 청하 음악의 특징을 이어받은 'Hocus Pocus'와 '드라마틱(Dramatic)'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다. 그 덕에 이전 발표곡들을 수록한 EP의 테마와 방향성은 분명해졌다. 그러면서도 파워풀함을 강조한 청하와는 다른, 차분하고 고혹적인 멜로디 라인과 사운드로 차별점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밴디트의 장점인 퍼포먼스에서도 움직임이 큰 동작들을 부드럽게 소화해내거나, 다섯 멤버가 공간을 넓게 쓰다가도 간격을 좁히는 구성이 비교적 적은 멤버 수임에도 극적이면서도 안정적이다. 부드럽게 가성을 쓰는 브릿지에서 저음의 코러스로 쑥 꺼지는 변화를 더 강조했더라면 생동감 있는 곡이 되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일단 청하의 짙은 영향력 아래에서 벗어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데뷔부터 라틴 팝 풍의 멜로디와 뭄바톤, 신스 등을 강조하고 있는 팀인 만큼 이제는 비슷한 노선을 걷고 있는 다른 팀들과의 차별점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오랫동안 함께해온 큐브에서의 방출을 겪고 난 후, 음악적으로도 커리어적으로도 중요한 분기점에 발표한 싱글이지만 의외로 'FLOWER SHOWER'은 2017년 발표한 '베베(BABE)'와 'Lip & Hips'의 -그리고 현아가 이전에 발표해온 곡들의- 연장선에 있다. 앞선 곡들보다 힘을 뺀 비트와 여유로운 사운드가 차이점으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트로피컬 장르에서 쓰이는 뭄바톤과 리듬을 강조한 드롭은 멜로디 라인과 랩핑 스타일의 디테일만 달리할 뿐 동일한 소재의 것들이다. 현아 특유의 귀에 꽂히는 독특한 스타일은 여전히 트렌디하고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 싱글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아의 이전 곡들과 마찬가지로 현아 자체보다는 작곡가나 프로듀서의 감성을 더 대변하는 가사이다. 신사동호랭이와 빅싼초, 서재우 등의 스태프들은 현아의 캐릭터보다도 그의 섹슈얼한 이미지를 조명하는 데에 집중해왔는데, 싸이 역시 그러한 경향에서 벗어나지 않는 인물은 아니다. 게다가 싸이가 현아를 해석하는 (혹은 소비하는) 방식은 '오빤 딱 내 스타일' 이후로 거의 변화하지 않은 듯하다. 현아와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데뷔 이후 10년이 넘어가는 지금은 현재의 현아와 그의 서사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스태프와의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펜타곤 활동 시절 보여줬던 펑키하고 유쾌한 사운드나 감성과는 거리가 있는 곡을 발표했지만 위트 있는 가사와 랩핑 스타일은 여전히 남겨두었다. 안무에서 역시 그가 보여주었던 풀어진 제스처와 액트가 눈에 띈다. 가사의 표현과 보컬 디렉팅 등에서 싸이나 YG의 흔적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 조합이 어색하지 않다. 다만 독특한 존재감을 가진 그임에도 비트와 소스에 이끌려가는 감이 적지 않은데, 믹싱 과정에 원인이 있는 듯하다. 특유의 캐릭터성으로 곡과 무대에 어우러지고 있지만 클리셰적인 기획과 구성은 아쉽다. 이제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커리어를 이끌어가야 하는 만큼, 곡 전체에 자신의 음색과 에너지를 필요가 있다.
벤과 많은 곡을 작업한 VIP와, 역시 벤을 포함해 바이브, 포맨, 린 등과 작업해온 김동휘, 그리고 바이브의 윤민수와 류재현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스태프들의 면면만큼 앨범 역시 예상할 수 있는 스타일이고, 팀 활동에서 보여줬던 미성보다는 긁는 소리를 내며 장르적 클리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최근의 발라드 트렌드에도 편승할 수 있을 정도로 2000년대 이후 한국 발라드의 보편적 형태를 정석적으로 재현한다. 팀 시절부터 다재다능한 멤버라는 것은 확실했기에 곡들에 대한 소화력과 경험치는 좋지만, 역시 취향의 함정에 빠져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방향을 잃은 것은 아닌지 염려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앞선 두 싱글과는 달리 무거운 베이스와 단조롭고 섹슈얼한 멜로디 라인으로 힘을 풀다가 코러스에서 급격하게 둔탁하고 낮은 신스를 사용해 리듬을 강조했다. 베이스와 신스 사운드 구성이 깔끔하면서도 코러스에서 반전이 과장되지 않고 효과적이다. 표현의 과잉으로 빠질 수 있는 사운드임에도 보컬 디렉팅이 담백해 오히려 사운드와 무드에 잘 부합한다. 섹슈얼한 스타일링과 네온을 이용한 김용수 감독의 뮤직비디오는 곡에 비해 비교적 전형적이지만, 톤 앤 매너가 나쁘지 않다. 랩과 보컬이 교차하며 여러 소스와 사운드를 복잡하게 엮어낸 'Love It'은 앞선 곡과는 다른 컨셉이지만 사운드의 대담한 조합이 흥미롭다. (그 때문에 멜로디 라인이 비교적 심심하게 들리기도 한다.) 역시나 클린 기타와 여러 소스들을 사용한 'Not Afraid'는 'Love It'보다도 멜로디 라인과 보컬을 확실하게 강조한다. 급격하게 방향을 틀었음에도 컨셉과 사운드에서의 성취가 나쁘지 않다. 곡의 질감과 정서를 효과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아트 디렉터와 협업한다면 새로운 방향성의 섹슈얼 보이 그룹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절제된 기타 리프와 리듬으로 라틴 팝 풍의 전개를 이어나가다 오리엔탈적인 피리 연주와 현악기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전개가 인상적이고 세련됐다. 이 끌어올려진 긴장감이 폭발해야 하는 코러스에서 힘을 충분히 내지 못하는 보컬과 사운드 레이어가 아쉽지만 첫 솔로 곡으로서의 방향성은 잘 잡혔다. 독특한 사운드 조합을 반영하지 못한, 2000년대 댄스곡의 뮤직비디오적인 연출과 이미지 컨셉 역시 빠르게 변경해야 할 점이다. 좋은 레퍼런스의 기획이 뒷받침된다면 이후의 활동을 기대해 볼 만한 싱글.
라비(RAVI) - LIMITLESS Part. 1
현재 라비의 강점(이자 성취)은 2017년부터 다수의 믹스테이프와 EP, 싱글을 발표했음에도 다양한 스태프, 아티스트, 크루와 협업하며 다양한 사운드와 테마를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동안 정립했던 스타일을 정제한 형태로 발표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데, 짧은 기간에 많은 곡을 발표하다 보니 비슷한 구성의 곡들이 나오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지만 다양한 사운드를 사용하거나 믹싱에서의 차이를 주며 나름대로 다른 질감을 전달하려 하고 있는 행보는 인상적이다. 여러 가지 소스의 조합과 복합하고 두터운 레이어는 여전히 귀를 즐겁게 해 주고, 곡마다의 다양한 테마와 스토리도 흥미롭다. 그렇지만 정식으로 발표하는 EP인 데다 시리즈 앨범인 만큼, 이제는 라비가 줄곧 보여준 거친 톤과 텐션을 정리하거나 변주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실험보다는 격식을 갖춘 정식 앨범을 보여주기 위한 시리즈인 만큼, [LIMITLESS]의 남은 파트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현재 라비가 취하고 있는 속도로 자신만의 음악관과 커리어를 구축해낸 아티스트는 드물다. 누구보다 몇 발자국 앞서 나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힘을 잘 분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