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 청공소년, 브라운아이드걸스, 에이스, 유빈, 아이유 외 2팀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지난해 발표한 싱글 '작아지는 중'부터 레이나는 톤을 내리고 무게감 있는 발라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애프터스쿨 활동기부터 준수한 실력을 꾸준히 보여준 그이기에, 곡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 좋지만 늘 곡의 멜로디 구성과 프로덕션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프로젝트 앨범인 만큼 여러 가수들이 무난하게 부를 수 있는 곡이 나온 것은 당연하겠지만, 팀 활동기나 초기 솔로곡들을 통해 만들어낸 상쾌한 에너지와 정체성을 이어나갈 만한 포인트를 잡는 것이 당장은 관건이다.
데뷔 곡에서도 곡의 완성도를 어그러뜨렸던 보컬 믹싱과 디렉팅이 이번에는 심각한 수준이다. 'YESSIR'의 인트로부터 거의 날 것의 호흡과 목소리가 들어간 보컬 레이어는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된 사운드와 어우러지지 않는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는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고, 에너지를 내야 할 부분에서는 텐션이 낮아진다. 오히려 'Dangerous'에서는 힘의 분배가 비교적 제대로 되어 있는데, 여전히 보컬 믹싱은 아쉽다. 청량하고 시원한 사운드의'question'에서는 지금만큼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던 요소들이 크게 부각되었기에, 멤버들의 역량 부족이라기보다는 멤버들의 음색에 어울리는 사운드와 장르를 프로듀싱 과정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아직 신인 팀인 만큼 여러 가지 컨셉을 시도해보는 것은 좋지만, 때로는 가장 안전하게 가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우선 아쉬운 점부터 이야기를 해 보자면, 브아걸 특유의 강렬한 이미지로 가득한 뮤직비디오에도 불구하고, 각기 강한 색의 곡들을 하나로 묶을 테마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리메이크 앨범임을 감안하더라도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앨범에는 늘 중심 되는 테마가 묵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그럼에도 [RE_vive]는 많은 즐길 거리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최근의 리메이크 작업물들은 뉴트로 트렌드와 맞물려 과거의 시공간을 트렌디한 형태로 현재에 소환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Re_vive]는 과거를 재현하거나 뉴트로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는 아티스트에 맞춰 원곡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비교적 과거의 리메이크 앨범들이 취하던 전통적인 태도이고, 그렇기에 브라운 아이드 걸스는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오히려 강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R&B 사운드와 오리엔탈 발라드 풍의 연주를 적절하게 섞어 팝과 가요의 경계에서 미묘하고 격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던 베이시스의 '내가 날 버린 이유'는, 절제된 오케스트레이션과 공간감 있는 비트로 몽환적이고 어두운 곡으로 편곡되었다. 호사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시부야계 풍의 '원더우먼'도 브라운 아이드 걸스 특유의 쫀쫀하고 치밀한 사운드로 꾸려져 매우 다른 질감의 곡이 되었다. '결국 흔해 빠진 사랑얘기'나 '애수',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과 같은 수록곡들 역시 각기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지금까지 어느 정도 보여줬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편곡이 돋보인다. 멤버들이 각각 참여한 솔로곡, 특히 미료의 '초대'는 박진영의 강한 흔적을 걷어내고 트로피컬 하우스 비트와 도회적인 신스 사운드를 사용하면서도 엄정화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재지하면서도 차가운 '사랑밖에 난 몰라' 역시 가인의 초기 솔로 앨범들을 연상하도록 한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라는 팀과 멤버들은 아직도 보여줄 수 있는 자원이 많고, [RE_vive]는 이것이 그들의 제3막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도록 만든다.
'Intro : Escape'에서는 사운드 소스의 실험적인 조합을 시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듯 하지만 타이틀 곡 '삐딱선 (SAVAGE)'는 비교적 정석적인 구성을 하고 있다. 랩을 중심으로 한 벌스와 코러스로 향해 달려가는 보컬, 드랍에서 반복되는 비트와 랩핑은 그리 새롭지만은 않다. 금속성의 노이지한 사운드로 인해 중심을 잃을 수 있는 드랍에서 오히려 힘을 갖추고, 어지럽게 (의도적으로) 흐트러진 사운드의 흐름을 정리하는 구성은 나름대로 흥미롭기도 하다. 하나의 비트를 중심으로 소스를 흩어놓고, 이를 멜로디 라인으로 묶어낸 'Slow Dive'나, 리드미컬한 도입부와 서정적인 선율의 대비가 자연스러운 '나쁜 말 (So Sick)' 등 수록곡들에서도 의외의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하나의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데뷔부터 지금까지 일정한 컨셉과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행보로 인해 이러한 디테일이 빛을 보기가 어렵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피아노 세션과 강렬하면서도 멜로디가 돋보였던 '선인장(CACTUS)'와 펑키하고 복잡하면서도 시원시원했던 'Take Me Higher', 거칠고 강한 사운드의 댄스곡 'Under Cover'까지 모두 나름대로의 차별성과 존재감을 가지고 있던 곡들이지만 통일된 컨셉이나 방향성이 없으니 디스코그래피 전반에는 트렌드를 따라가고만 있다는 흔적만이 남는다. 데뷔 이후 2년이 지나 3년이 되어가고 있는 만큼 '한방'을 노리지는 못하더라도 이제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단호하게 결정할 때가 되었다.
스포티하고 건강한 멜로디 라인을 일렉 기타와 외치는 듯 한 보컬의 조합의 'Fly up'은 전작인 '내 목소리가 너에게 닿게'와 어느 정도 방향성과 컨셉을 공유한다. 그렇지만 'Loveade'의 감각적인 신스 사운드와 하우스 비트, 보컬 어레인지에서 워너원의 '에너제틱'을 연상하지 않기란 쉽지 않고, 수록곡인 'Call Me' 역시 마찬가지다.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만큼 팀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충분히 전달되고 그 레퍼런스 역시 명확하지만, 워낙 강한 존재감을 남기고 간 팀의 스타일인 만큼 위 인 더 존의 음악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득력은 약하다. 데뷔 앨범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레퍼런스가 된 팀이나 음악들을 그대로 덧입을 필요는 없다. 아직 신인인 만큼, 프로듀싱에 있어 가능성을 더 열어두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보이그룹의 최근 음악들을 멤버들이 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재조합했던 [dot point jump]에서 어느 정도 발전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Candace Sosa나 빌리진 등의 스태프들이 보여주었던 세련되고 실험적인 사운드와 멜로디라인은 팀의 컨셉에 설득력을 가지도록 만든다. 특히 타이틀 곡 'sage/구원'의 복잡한 비트와 다양한 소스의 조합이 -멤버들의 보컬과 랩이 아직 숙련되지 않았음에도- 곡을 힘 있게 이끌어가며 독특한 질감을 전달한다. 수록곡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보이그룹들의 스타일을 적절하게 변형하고 다양한 소스를 추가했다. 그러면서도 어반 힙합 스타일에 중심을 두거나 퓨처 사운드로 곡의 결을 비교적 일정하게 다듬으며 트랙 간의 스타일에 통일성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타이틀 곡과 'OnlyOneOf me'가 앨범 전체에서 이질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두 곡을 각각 앨범의 처음과 끝으로 배치해 팀이 현재 내세우고 있는 스타일을 강조하도록 했다. 아직은 멤버 개인을 강조하기보다는 사운드에 의지하는 경향이 크지만, 아직 완성되지 못한 면모를 애써 보여주기보다는 모범적인 완성도의 프로듀싱에 힘을 싣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앨범.
80년대 일본을 지나 유빈이 당도한 곳은 고전 할리우드이다. '무성영화'는 감각적이고 레트로적인 신스 소스, 유빈과 윤미래의 매력적인 보컬이 곡을 주도해가는 구성의 곡이다. 그렇지만 뒤로 들려오는, 고전 영화 음악과 같이 호사스러운 스트링과 쿨 재즈를 연상시키는 브라스 사운드가 적재적소에서 튀어나오며 곡의 테마를 명확히 잡아주고 있다. 특별히 눈에 띄거나 한방을 꾀하는 곡은 아니지만, '무성영화는' 테마와 정서를 사운드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그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한다. 이와 달리 'Not Yours'는 어반 장르 특유의 세련된 사운드와 비트로 구성된 곡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간간히 곡을 장식하는 다양한 소스와 도회적인 멜로디 라인 구성이 '무성영화'가 은근하게 품고 있는 여유롭고 차분한 도회성을 공유하며 싱글의 컨셉을 잃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속 박나래의 익살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연기와 호사스러운 비주얼,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세련된 골드와 브라운 색감은 곡의 고전적이면서도 도회적인 정서를 극대화한다. 1년 만의 컴백에, 이 정도로 공을 들인 곡과 비디오를 갖추고도 정규 앨범이 아니라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준수한 존재감을 가진 컨셉츄얼 아티스트가 되어가는 유빈의 행보에 더욱 기대를 가지게 하는 싱글이다.
묵직한 피아노 연주와 우울한 멜로디 라인은 지금까지 아이유가 내세운 적 없던, 가장 어두운 스타일이다. 'Love poem'은 다채로운 장르와 컨셉, 섬세하고도 모호한 감정선이 돋보였던 아이유의 이전 음악들과는 궤를 달리 한다. 거미의 '아니', 린의 '이별살이', 그리고 아이유와 '미아'부터 함께 했던 이종훈 작곡가 특유의 팝 발라드와 가요의 균형 역시 팝 발라드 쪽으로 추가 기울어졌다. 아이유가 지금까지 보여왔던, 섬세하고 재미있는 사운드나 메세지, 컨셉은 부재하다. 그렇지만 아이유는 여전히 좋은 스토리텔러이다. 청자를 잡아 끄는 듯하면서도 이야기하는 듯 유약한 벌스와 음절마다 가사를 힘주어 부르는 코러스에 이르기까지 가사를 전달하려는 의도와 의지가 보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타성과 이기심이라는 복잡한 주제에 대한 생각을 가사뿐만 아니라 우울하고 어두운 벌스에서 힘이 실린 코러스로 이끌어가는 구성 역시 심플하지만 인상적이다. '밤편지', '스물셋', '삐삐' 등 존재감 강한 키워드의 조력 없이, 자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사 능력 역시 새삼스럽게 돋보인다. 어느 때보다 어두운 멜로디라인과 사운드의 곡임이지만, 'Love Poem'은 아이유의 어느 곡들보다도 강하고 희망적인 곡이다. 꽤 오래 아티스트라는 표현으로 수식되어온 그이지만, 어쩌면 아티스트로서의 아이유는 이 지점부터 시작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