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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RO Nov 30. 2019

Weekly Critics: 2019년 11월 셋째 주

골든차일드, 슈퍼엠, 우주소녀, 어위크, CIX, 아스트로 외 5팀

[Weekly Critics]는 일주일 동안 발표된 아이돌 팝 신곡들을 모아 짧은 리뷰를 남기는 시리즈입니다.

골든차일드 - Re-boot

건강하고 에너제틱하지만 음악적으로도 이미지적으로도 밋밋한 수준에 머물렀던 이전 행보를 말 그대로 '리부트'하는 앨범이다. '소년에서 남자로', 혹은 '남자답고 강렬한'이라는 수식어로 앨범은 소개되어 있고 실제로 안무와 이미지 컨셉에서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음악적인 면에서는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울림 엔터테인먼트가 지금껏 해왔던 것에서 조금 동떨어져 있던 골든차일드가 울림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스타일의 곡들로 가득 차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듯 빈티지한 사운드와 선명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서정적인 멜로디를 연주하다가 점차 노이지한 신스 사운드와 소스로 나아가는 'Re-boot'는 골든차일드의 기존 음악과 새로운 음악으로의 연결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구성은 타이틀 곡 'WANNABE'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최대한 음감을 뭉쳐놓은 신스 베이스와 보컬을 강조한 벌스에서 샤프하고 선명한 소스와 거친 비트가 뒤섞인 코러스의 대비를 브릿지로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다. 공감각적인 신스 사운드와 서정적인 멜로디의 미드 템포 팝 곡인 '나침반'이나 트렌디한 퓨처 사운드와 트랩 조합의 'No Matter What', 파편적인 브라스 사운드와 멤버들의 자유분방한 코러스가 펑키하게 터져 나오는 'She's My Girl' 같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들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러블리즈 음악을 연상시키는 '느껴져(Lately)'를 수록하는가 하면, 서정적인 멜로디의 신스 팝 'Fantasia'과 날카로운 호흡의 '도망가지마'에서는 인피니트의 흔적이 강하게 보이기도 한다.  울림의 기존 스타일을 골든차일드에 수혈하려 한 시도가 곳곳에서 보이는 만큼 팀을 레이블의 음악적 영역에 끌어오는 것에는 성공한 앨범이다. 깔끔하지 못한 트랙 배치나 아직은 힘이 충분하지 않은 보컬, '울림화'되었기에 이전보다 더 모호해진 정체성은 아쉬운 점이다. 그렇지만 울림 사운드 프로덕션과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을 좋아해 온 리스너들에게는 분명히 반가운 변화이고, 특유의 드라마틱한 멜로디 라인을 강조해간다면 (회사 내가 아닌) 지금의 씬에서는 독자적인 위치를 잡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비해 힘을 실은 앨범인 만큼 지금의 에너지를 잘 유지해나가야 한다.


SuperM - Let's Go Everywhere

앞서 발표한 앨범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진 커머셜 디지털 싱글이라는 스테이터스 자체가 의아하지만 적어도 이 팀에게 가능한 스타일이 SMP 외에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는 싱글이다. 멤버들의 하모니를 강조한 일렉트로닉 팝 댄스 곡이라는 점에서 기존 샤이니의 스타일과 최근 NCT 127이 발표한 곡들을 강하게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이미 SM 내에서 공식화된 구성인 데다 경험치가 좋은 멤버들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흐름과 완성도는 역시 안정적이다. 지나칠 정도로 전통적이고 빡빡했던 기존 앨범에 이런 느슨한 상상력이 좀 더 추가되었다면 어땠을까.


우주소녀 - As You Wish

두 번째 미니앨범 이후 우주소녀는 일관적으로 우주를 테마로 한 신스 사운드 기반의 댄스 팝을 선보여왔고, [As You Wish]는 그 클라이막스에 있는 앨범이다. 감각적인 글리치 신스나 거친 레트로 사운드, 뭄바톤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며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면서도 사운드에 적당한 공간감을 주며 앨범 전체에 우주적인 테마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드라마틱한 멜로디 라인과 힘찬 비트를 기반으로 우주소녀 특유의 사운드와 음색을 쌓아 올리는 '이루리'도 기념비적인 트랙이지만, 그루브가 돋보이는 베이스와 촘촘한 신스 사운드를 배경으로 해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중저음을 담아낸 'Full Moon'은 우주소녀의 제2막을 예고하듯 우주라는 테마를 무게감 있고 여유롭게 풀어냈다. 레트로 신스로 펑키한 우주를 표현한 '행운을 빌어'나 '우와' 같은 트랙으로 적극적으로 앨범을 끌어가다가도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로 밤하늘의 정서를 정석적으로 풀어낸 '야광별' 같은 곡으로 텐션을 조절하기도 한다.  2년 간 동일한 주제와 사운드 컨셉으로 디스코그래피를 쌓아 올린 우주소녀에게 [As You Wish]는 좋은 자축의 앨범이다. 그리고 이제는 변화가 필요해진 연차가 된 그들에게 있어, 우주라는 기존 테마란 경쾌하고 발랄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AWEEK(어위크) - The Birth Of Seven

최근 보이 그룹 앨범에서 잘 찾아볼 수 있는 투스텝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빠른 템포의 댄스 팝과 하우스, 뭄바톤 등의 요소들이 적절하게 가미된 미니앨범이지만 사운드 레이어와 보컬 레이어의 밸런스가 매우 나쁘다. 사운드가 강조되어야 하는 지점에서 보컬만이 들린다던지, 많은 소스들을 쌓아 올려 풍부한 질감의 사운드가 들려야 하는 지점에서 납작한 소리만이 들린다던지 하는 문제가 앨범 전체에 나타난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야심 차게 준비한 앨범이지만 마스터링 작업이 아쉬우니 곡도 앨범도 힘을 잃는다. 비교적 주목도가 덜 한 신인인 지금, 문제점을 수정하고 빠르게 새 작업물을 발표할 필요가 있다.


CIX - 'HELLO' Chapter 2. Hello, Strange Place

'학교'를 테마로 한 곡과 앨범, 뮤직비디오들은 최근에도 여러 케이스가 있어왔지만 '순수의 시대(Numb)'만큼 전통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문법으로 풀어낸 경우는 드물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점은 H.O.T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직설적인 가사들을 최근의 힙합 비트와 트렌디한 사운드로 풀어냈다는 점인데, 비슷한 주제의 다른 앨범들이 사운드나 곡의 구성까지 90년대 복고를 살리거나 무겁고 거친 사운드를 사용했던 데 반해 '순수의 시대(Numb)'는 섹슈얼한 어반 댄스로 곡을 이끌어나가다 드롭에서야 공격적인 에디튜드를 드러낸다. 물론 이 드롭에서도 섹슈얼한 무드를 살린 안무를 통해 나이브하거나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테마를 중화시키며 오히려 현재적인 설득력을 부여한다. 타이틀 곡에서 보여준 기조를 'Rewind'와 '방관자(Bystander)'와 같은 수록곡들에서도 비교적 충실하게 지키고 있기에 미니 앨범임에도 테마와 방향성이 확실하다. 배진영을 중심으로 배진영 특유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EXO나 NCT 같은 SM 보이 그룹의 레퍼런스를 섞어내며 전작보다 밸런스나 설득력도 좋아졌다. 앞으로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며 팀의 정체성을 밀고 나갈지 혹은 다른 컨셉을 시도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컨셉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스태프들과 함께 이 정도로 밸런스를 잘 유지한다면 준수한 에너지의 컨셉츄얼 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SMTOWN - 4 LOVEs for Winter Part.1

전통적인 SM 스타일의 팝 발라드 곡이고, 서로 다른 매력의 보컬들이 합류했음에도 보컬 믹싱에 차이를 두거나 보컬에 코커스를 입히는 등 최대한 부드럽고 일관된 질감을 전달하려 노력했다. 호화로운 구성과 스타일 면에서 'We Are The World'을 연상하지 않기는 쉽지 않고 곡의 메세지와 수익금을 기부한다는 목표를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성이지만, 하나의 팀이나 개인을 강조하며 흥미로운 구성과 스타일의 곡을 발표했다면 음악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목적을 이룰 수 있지는 않았을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남은 세 개의 싱글을 기대하게 되기보다는 오히려 시리즈의 엔딩 같았던 싱글.


아스트로(ASTRO) - BLUE FLAME

[All Light]에서 살짝 기존의 노선을 이미지적으로 틀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완전히 방향을 바꾸었다. 퓨처 베아스와 트랩을 기반으로 뭄바톤을 사용한 'Blue Flame'은 아스트로가 기존에 보여줬던 시원시원하고 공간감이 좋은 신스 팝과는 달리 비트와 사운드, 보컬이 귀에 쏟아지듯 가득 차 있다. 부담스럽기 쉬운 구성의 곡임에도 범용성이 있는 보컬들을 가진 팀인 만큼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냈다. 확실히 노선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는 트랙은 'Go&Stop'인데, 펑키한 선율의 플루트 연주와 코러스의 라틴 리듬, 가성을 강조한 보컬이 최근의 라틴 팝 기반 댄스 곡 중에서도 독특한 질감을 전달한다. -오히려 이 곡이 타이틀 곡이었다면 더 드라마틱한 변신을 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아스트로 특유의 시원한 베이스와 청량한 보컬이 돋보이는 '다야 (All About You)'와 같은 트랙도 있기는 하지만 후반 트랙 '찬바람 불 때면'과 'You're my world'에서 타이틀 곡과 마찬가지로 범용성 있는 보컬을 강조했다. 뮤직비디오나 안무에서 섹슈얼한 모습을 강조했고 실제로 팬덤 내외에서 그러한 변화가 유효하게 작용한 만큼, 변화의 농도를 더 짙게 해도 무방할 것 같다. 팀의 디스코그래피에 있어 [All Light]보다 더 좋은 전환점이 될 앨범.


전효성 - STARLIGHT

팀 활동 시기부터 전효성의 강점은 음색이었지만 솔로 작업물에서는 호화로운 스태프들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그의 매력을 찾아보기 어려운 보컬 믹싱이 늘 발목을 잡았다. 그렇기에 3년 6개월 만의 컴백만큼이나 그의 음색이 가진 매력을 온전히 담은 'STARLIGHT'는 반가운 곡이다. 작곡에도 직접 참여한 만큼 자연스러운 피치의 멜로디 라인을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발표한 싱글이지만 방향성이 확실한 프로듀싱과 함께 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하도록 하는 싱글.


민아 - 알게 모르게

두어 번의 솔로 작업물을 통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음색의 곡들을 발표한 만큼 평이한 구조의 곡 안에서도 힘과 호흡을 미묘하게 조절하는 스킬이 돋보인다. 2년 만에 발표한 싱글이기에 새삼스럽게 그의 보컬이 반갑다. 아쉬운 점은 전효성의 신보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그의 이전 솔로 작업물들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방향성의 프로듀싱과 그 의욕의 부재이다. 이미 검증된 캐릭터와 실력을 가진 이들에 대한 가능성을 더 활짝 열어둘 필요가 있다.


성민 - 오르골 (Orgel)

첫 솔로 앨범이자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그의 미성에 온 단단한 변화가 눈에 띈다. 여러 차례 준수한 완성도의 발라드 앨범들을 만든 경험이 있는 SM 엔터테인먼트 특유의 미니멀한 발라드 트랙들과 아기자기한 사운드가 성민의 톤과 캐릭터에 부합하며 전체적으로 안정감 있는 앨범이 되었다. SM의 이름을 걸고 나온 앨범 치고 평이한 방향성의 프로듀싱 컨셉은 아쉬운 점.


라비(RAVI) - LIMITLESS PART 2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노이지한 사운드와 여러 가지 테마와 소스, 다양한 피처링의 조합을 마치 찍어내듯 나열한 포트폴리오 같은 앨범이다. 믹스테이프와는 다르게 정제된 믹싱, 특히 보컬 믹싱에서 동일한 편집의 반복을 앨범 전체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과도하게 반복되는 믹싱 스타일로 인해 모든 곡이 동일한 레이어를 얹은 것 같은 피로감이 이제는 뚜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파트를 나눈 의도가 보이지만 사운드의 조합 이외에 그 요소들을 편집해내는 스타일의 방향성에도 색다른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아직 한 방을 노리는 트랙은 없지만 완전히 자신만의 색을 정립하고 반복하고 있는 지금의 작업 이후의 행보는 분명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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