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vs 이란 간단 후기)
모두의 기대를 모은채 화려하게 시작한 2022 카타르 월드컵. 2일차 경기는 A조 1경기와 B조 2경기가 치뤄졌다. 그 중에서 가장 축구팬들의 기대를 모은 경기는 바로 프리미어리그 스타들이 즐비한 잉글랜드와 아시아의 강호 이란의 맞대결일 것이다.
잉글랜드는 현재 전 세계 축구 리그 중 가장 강력한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의 스타들 다수가 포진된 팀이다. 게다가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들도 수두룩한 만큼 우승후보 중 하나로 늘 거론되고 있는 팀이다. 최전방 해리 케인과 라힘 스털링, 매과이어, 부카요 사카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선수들이 많다.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지휘 아래 4위까지 기록하며 오랜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지난 유로 2020에서도 아쉽게 이탈리아에 패해 준우승을 기록했지만 어느정도의 성과를 내며 강팀으로 부상한 잉글랜드이다. 비록 수비에는 다소 의문점이 붙는다는 문제점이 상존하긴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인 해리 케인을 필두로 하는 공격진의 파괴력은 무시할 수 없고, 부카요 사카, 주드 벨링엄 등의 신예 선수들이 가세하기도 했기에 신구조화는 잘 되어 있다는 평가도 있는 편이다. 올해 들어서는 유럽 네이션스리그에서 리그 B로 추락하며 부침을 겪기도 한 잉글랜드였는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자신들의 플레이를 보여줄지가 관건인 팀이다.
이란은 아시아에서 여전히 강팀으로 꼽히는 팀이다. 타레미, 자한바크시, 에자톨라이 등의 핵심 선수들의 플레이가 좋은 편이며 유럽 못지않은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팀이라 2차 예선에서 다소 부침이 있긴 했지만 최종예선 1위로 쉽게 올라온 팀이다. 그러나 본선 진출 이후 자국 내 상황과 감독교체라는 변수가 있었던 상황이 있다. 물론 이란을 가장 잘 아는 카를로스 케이로즈 감독이 부임하긴 했지만 복귀한지 단 2달 밖에 되지 않은 점, 축구 외적으로 어려운 분위기, 이란과 가까운 중동 지역에서의 월드컵 첫 경기라는 점에서 이란에게는 장단점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1차전 경기였다.
잉글랜드는 4-2-3-1 포지션을 선보였고, 이란은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잉글랜드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경기, 이란에게는 대 참사 경기였다. 경기 초반부터 이란 주전 골키퍼 베이란반드의 부상 이탈로 어려움을 겪은 이란이 그나마 전반 30분까지는 잘 버텼으나, 전반 30분 주드 벨링엄의 선취골 이후 잉글랜드의 파상공세에 그야말로 이란은 초토화되었다. 전반에만 3:0으로 무너졌으며, 후반에 타레미의 2골로 그나마 따라가는 모양세였지만, 후반에도 3골을 더 헌납해 6:2 처참한 스코어로 무너지고 만 이란이었다. 반대로 잉글랜드는 경기 초반부터 파상공세를 펼치며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했고, 19살 신성 주드 벨링엄이 헤더 선취골을 넣으면서 주도권과 함께 모든 것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아스날의 신성 부카요 사카가 멀티골을 넣었으며, 라힘 스털링과 후반 교체로 투입된 래시포드와 그릴리쉬까지 골고루 골 맛을 맛보며 대포 예열까지 완벽하게 완료할 수 있었다. 물론 주포 해리 케인이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케인은 2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해주었다.
경기 기록으로 보더라도 점유율부터 슈팅, 모든 공격 지표에서 잉글랜드가 이란을 압도한 경기였다. 선취골을 넣은 이후부터 이란의 수비라인이 붕괴된 틈을 이용한 잉글랜드는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침투 플레이와 좌우를 폭 넓게 활용하는 플레이를 통해 이란을 가볍게 요리하듯이 플레이했다.
이날 선취골을 넣으며 잉글랜드의 골 파티 문을 연 선수는 19살의 신예 주드 벨링엄이었다. 이날 벨링엄은 90분 풀 타임을 소화하였으며, 전반 35분에 넣은 헤더골은 잉글랜드에게 있어 이란의 수비진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소중한 골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2000년대 출생 선수가 FIFA 월드컵에서 넣은 첫번째 골이기도 했다. 이렇듯 벨링엄 외에도 2선의 사카와 스털링은 각각 골 맛을 본데 이어 시종일관 잉글랜드의 빠른 패스웍과 뒷공간 침투 플레이는 이란의 수비진을 교란시키는데 아주 주효했다. 사실 이란이 자랑하는 늪 축구는 거의 텐백에 가까울 정도로 상대를 압살시키는 수비로 정평이 나있었지만, 벨링엄이 넣은 선취골 이후부터는 이러한 늪 축구 전략이 먹혀들 상황이 아니었고, 그로 인해 좀 더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렸던 것을 놓치지 않고 사카와 스털링의 스피드가 이란의 뒷 공간을 폭격했던 것이다. 거기에 마운트와 벨링엄의 중원 역시 이란의 중원 라인을 압도하며 경기를 장악했다. 물론 그동안 잉글랜드의 2선, 3선 라인의 화려한 플레이는 강점이었지만 그 결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는데, 이번 경기에서 더욱 기쁜 부분은 케인이 아니어도 득점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잉글랜드에 많다는 점을 이 큰 경기에서 여실없이 보여주었다는 점이었다. 이렇듯 2, 3선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득점력, 중원을 장악한 압도적인 전술 플레이의 승리가 주효했고, 거기에 자신들의 전술까지 완성시켜보는 일석 삼조의 효과를 오늘 경기를 통해 얻어가는 잉글랜드였다.
경기적으로는 깔끔한 승리였지만, 잉글랜드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바로 이란에게 2골이나 헌납했던 점이 바로 그것인데, 2골 모두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나온 아쉬운 플레이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이 실점은 아쉽기만 하다. 타레미의 첫번째 골은 4:0으로 골을 넣고난 직후였는데, 그 부분도 순식간에 침투하는 타레미를 수비라인이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으며 두번째 타레미의 페널티킥은 경기 종료 직전에 나온 수비진의 아쉬운 플레이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골키퍼 조던 픽포드는 정말 간간히 나온 이란의 공격을 나름대로 선방을 통해 막아주었지만, 전반에 뛰던 매과이어 - 스톤스 조합, 후반에 뛰던 다이어 - 스톤스의 중원 수비 조합에 대한 우려심은 여전히 상존해있다. 이란이야 첫 경기를 통해서 상대하기 쉬웠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이어서 벌어진 웨일스 - 미국 경기를 통해서 보면 아론 램지와 가레스 베일을 필두로 하는 웨일스와 풀리식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플레이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본다면 이러한 수비 집중력의 저하, 안일한 플레이는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자 하는 잉글랜드에게서는 경계해야할 부분으로 보인다.
이란이 자랑하는 늪 축구는 이날 경기를 통해 그야말로 허무하게, 산산히 무너졌다. 지난 2014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90분까지 질식수비를 보이던, 2018년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상대로 선전을 펼치던 그 이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도 허무했던 늪 축구의 몰락이었다. 물론 이란에게도 일말의 변명거리는 있다. 바로 주전 골키퍼였던 베이란반드의 부상 이탈이 타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그 베이란반드의 부상도 수비 경합 과정에서 자기 선수들끼리의 충돌에서 기인한 부분이었고, 그 부분도 수비 집중력을 놓쳤던데에서 시작했던 것을 본다면 이미 이란의 수비가 그렇게까지 완벽했을까는 부분은 의문심으로 남는다. 어찌되었든 이번 경기를 통해서 더 이상의 질식 수비는 강팀들 상대로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부분이 여실없이 증명되었다. 사실 이 질식 수비는 약팀들이 강팀을 잡기 위해 종종 사용하던 전법이었고, 주효하게 먹힌 적도 꽤 많았다. 그러나 이란이 선보이려고 했던 질식 수비는 그냥 다 때려박아서 막는 무지성 텐벡 수비였다. 현재 약팀이 강팀을 잡는 전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현재 약팀들은 길목을 막는 두줄 수비가 아니라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강력한 압박으로 플레이를 막아낸 뒤에 한 순간에 나오는 빠른 침투를 사용한다. 그런데 오히려 경기를 보면 빠른 침투를 하고 있는 것은 이란이 아니라 잉글랜드였고, 게다가 이란은 이미 잉글랜드에게 중원을 완전히 내주고 있던 상황이었다. 벨링엄과 마운트의 중원라인은 개인 기량과 전술적 움직임을 통해 이란의 중원 라인을 그야말로 압도하고 있었고, 이미 잉글랜드의 1,2선 공격라인은 이란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던 상황이었다. 언제든지 위태위태했던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버티기란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건물에서 "내가 나갈때까지만 버텨줘"라고 바라는 일종의 요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터진 벨링엄의 선취골과 함께 이란의 늪 축구가 효용이 없어졌고, 늪 축구가 없어진 이란은 잉글랜드에게 그저 밥일 뿐이었다. 어찌보면 베이란반드 골키퍼의 이탈과 함께 이미 예견된 참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로써 이란은 첫 경기에서 벌어진 대 참사와 함께 조 최하위로 처지고 말았다. 게다가 잉글랜드에게 헌납한 이 결과는 약 16년 전 자신들이 아시안 컵에서 대한민국에게 선보인 바로 그 스코어와 같다. 물론 이 스코어가 뭔 의미가 있겠냐고 하겠지만 96년 그 아시안 컵에서 우리가 이란에게 대패할 때 그 느낌이 어땠는가? 아마 이란도 비슷한 느낌을 이미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란은 잉글랜드에게 대패를 한게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전술이 더 이상 월드컵 무대에서 효용이 없다는 점을 자각했을 뿐 아니라, 남은 경기에서도 그 가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다. 이제 이란은 다음 경기가 가레스 베일과 아론 램지를 필두로 하는 웨일스와 경기를 치룬다. 물론 웨일스가 베일과 램지 두 선수의 활약이 절대적인 팀이지만, 미국과의 경기를 보았을때 그 전력이 만만치는 않아 보였다. 이란이 과연 웨일스 상대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현재로써는 베일의 웨일스, 풀리식의 미국을 상대로도 선전을 펼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상 첫 중동에서의 월드컵인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직 2개조 뿐이지만 아시아 팀들의 부진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전날 개최국 카타르가 이미 불명예를 쓴데 이어 바로 다음날 아시아 맹주 이란마저도 대패를 당했다. 게다가 자신들의 홈 그라운드나 다름 없는 곳에서 말이다. 이제 아시아 팀들은 C조 사우디, D조 호주, E조 일본, H조 대한민국이 남아있다. 사상 처음으로 6팀이나 올라온 아시아 팀들이 아시아 대륙에서 펼쳐지는 월드컵에서 더 이상의 망신은 당하지 말아야하겠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당장 C조 사우디는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D조 호주는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 E조 일본은 강팀 독일, H조 대한민국은 발베르데의 우루과이와 상대를 해야한다. 과연 남아있는 아시아팀들은 아시아 대륙에서 펼쳐지는 월드컵에서 자존심을 살릴수 있을까?
- 11. 25. 19:00 B조 2라운드 웨일스 vs 이란
- 11. 26. 04:00 B조 2라운드 잉글랜드 vs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