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유력? 이에 대한 단상들

by 돌비수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신임 감독 유력…"야구 인기에 큰 도움될 것" [춘추 이슈분석]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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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끝났다. 정규시즌이 끝나니 경기를 벌이는 치열함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치열한 구단별 전쟁이 시작된다. 선수들의 FA 이동을 비롯하여 감독들의 이동, 프런트의 이동 등등 선수들이 벌이는 그라운드의 전쟁과는 다른 이른바 20C 냉전처럼 뒤에서 벌어지는 물밑 전쟁은 그야말로 치열하다.

이 차갑고도 치열한 전쟁, 그 스타트는 바로 감독들의 물밑 이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어제자로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의 재계약 불발과 함께 7년 간의 감독직을 마무리했다는 기사가 뜬 이후 요 며칠 야구를 다룬 기사에서 가장 핫한 기사를 찾아보라면 바로 이 기사라고 할 것이다. 바로 삼성라이온즈의 레전드 이승엽이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으로 부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일단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다가오는 기사의 첫 인상은 그야말로 놀람과 당황의 연속일 것이다. 크보 기준으로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선수 생활을 하고 삼성 라이온즈의 영광스런 역사를 남긴 등번호 36번 영구결번 이승엽이 삼성도 아닌, 두산이라는 타 구단에서 감독을 한다? 쉽게 와닿지 않을것이다. 삼성팬, 아니 대한민국 전체 야구팬들 통틀어서도 이 기사가 쉽게 와닿는 사람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 썰에 대해서 어제 오늘 야구 커뮤니티를 비롯한 야구 토크 방송, 각종 야구 관련 컨텐츠에서 이 이야기를 안하는데가 없을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일단 소문의 진위는 내부자들만 아는 사항이니 이 부분에 대해서 논할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이라면 정리되는대로 오피셜이 뜰테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승엽이 삼성이 아닌 두산이라는 타 구단의 감독으로 가는 사항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찬반 여론이 분분할 정도의 의견이 있어야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어제 오늘 이 내용에 대한 갖가지 올라온 의견들을 보다보면 그야말로 삼성 라이온즈를 상징하는 선수이고, 홈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우측에 벽화까지 그려져 있는데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영구결번을 받은 사람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코칭스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팀의 코칭 스태프로 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삼성 라이온즈를 버리고 가는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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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 사태를 보면서 떠오른 사례가 하나 있었다. 비록 야구는 아니지만 프리미어리그 팀 리버풀의 레전드인 스티븐 제라드가 바로 그 사례. 제라드는 지금도 리버풀에서는 리버풀 최고의 선수, 레전드 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 리버풀이 어려운 시절, 좋은 시절을 모두 함께하며 버텨주었던 리버풀 팬들에게 그야말로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아마 축구에도 야구처럼 영구결번이 활성화되었다면 제라드는 리버풀에서 영구결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제라드는 리버풀의 상징과도 같다. 그런 제라드가 LA 갤럭시를 거쳐 은퇴를 한 뒤 그가 프로팀 감독으로 간 곳은 놀랍게도 그가 뛰었던 리버풀이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축구팀 레인져스였다. 그리고 레인져스에서 2년 동안 좋은 성적을 만들고 간 곳은 친정팀 리버풀이 아니라, 같은 프리미어리그의 팀 애스턴빌라였다. 그리고 지금 그 애스턴빌라에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 제라드라고 리버풀이 아닌 애스턴빌라의 감독을 하고 싶었을까? 그를 불러주는 구단이 있었기에 간 것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또한 제라드의 사례는 그의 친정팀 리버풀에 위르겐 클롭이라는 뛰어난 감독이 자리 잡은 부분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감독으로써 첫발을 내딛은 제라드에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팀으로 자리잡은 리버풀은 너무 큰 부담의 자리였을수도 있었고, 이미 클롭이 그 자리에서 성공을 한 상황에서 무작정 밀어낼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승엽에게도 그런 상황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의 첫 감독, 코칭스탭 자리에 그의 친정팀 삼성이라는 자리는 너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고, 현재 삼성의 감독이 허삼영 감독의 사퇴 이후 공석이라고는 하지만, 올 시즌 후반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감독대행 박진만의 자리가 이미 공고해진 상황.

물론 축구의 사례와 야구의 사례는 엄연히 다르다. 제라드의 사례를 적용해서 봐야할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겠지만 결국 따지고 보자면 자팀 레전드의 코칭스탭 커리어에서 굳이 친정팀이고 아니고를 가릴 처지는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반대의 케이스로 레전드가 친정팀의 감독으로 돌아와 부진했던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제라드와 동시대에 활약했던 프랭크 램퍼드는 친정팀 첼시의 감독에서 기대를 안고 갔지만 오히려 팀을 퇴보시켜버리며 경질이라는 새드 엔딩을 맞기도 했고, 멀리갈 필요도 없이 타이거즈의 레전드 선동열도 기아 타이거즈가 아니라 삼성에서 시작한 첫 커리어를 잘 마무리하고 기아로 돌아간 3년 동안 그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불명예스럽게 감독직을 마무리한 사례도 있다.

이 외에도 또 다른 삼성 레전드 이만수도 외부의 영향이 있었지만, 친정팀 삼성의 감독이 아닌 SK 와이번스의 감독을 맡았던 사례도 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수 많은 각 팀별 영구결번 선수 중 자팀의 감독을 맡은 사례는 없다.

물론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이승엽이 삼성 라이온즈의 감독으로 영광스럽게 돌아오는 것이다. 친정팀의 홈 구장에 영광스럽게 감독으로 돌아와 영광의 시대를 만들어낸다면 친정팀 팬들에게도, 구단에게도, 레전드에게도 모두 좋은 일이겠지만, 선수의 세계와 감독의 세계는 다르고,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엮여있는 만큼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안타깝게 생각할 것은 없다고 본다. 모든 결정은 이승엽 본인이 하겠지만, 만약 이승엽이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부임하고 거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다시 삼성 라이온즈에 온다면 그야말로 좋은 일일수도 있다.(물론 두산 베어스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리지만....)

개인적으로도 삼성 라이온즈의 팬으로써 이승엽 때문에 야구를 좋아했고 이승엽을 통해 야구에 열광했다. 스티븐 제라드가 애스턴 빌라 감독을 하면서 안필드 원정을 오게 되면 리버풀 팬들은 여전히 환호해주고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게 되더라도 라팍 원정을 오게 된다면 여전히 삼성은 레전드를 환영해주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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