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엔딩 SSG 랜더스, 아름다운 패자 키움 히어로즈
그 어느때보다도 치열했던 2022년의 한국시리즈가 끝이 났다. KBO리그 40년 역사에서 단 한번도 나오지 않은 역대급 1위 기록을 쓰고 올라온 정규리그 1위 SSG 랜더스와 우승후보라고 여겼던 KT, LG를 모두 겪고 그야말로 영웅적 활약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키움 히어로즈가 대결을 펼친 이번 한국시리즈는 모두의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해왔고, 역대급 명승부를 펼치며 모든 야구팬들을 흥미진진하게 했다. 그리고 그 치열했던 경기 끝에 SSG 랜더스가 4승 2패로 최종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다. 지금부터는 너무나도 완벽했던 SSG 랜더스의 우승, 그 우승 요인과 그들이 가진 강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어려움을 겪고 올라왔지만 기적과도 같은 경기를 치루며 아름다운 준우승을 하게 된 키움 히어로즈의 시리즈 전개 과정, 전체적인 시리즈에 대한 소회, 평가를 다루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다.
먼저, 한국시리즈가 각 경기별로 어떤식으로 전개되었는지를 간단하게 정리하면서 그 과정 및 평가를 해보도록 하겠다.
1차전 경기는 양팀의 국내선수 에이스인 안우진 vs 김광현이 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 모두 팀의 에이스인데다 ERA 1위와 2위를 기록한만큼 선발 매치업부터 주목 받은 경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안우진도, 김광현도 아닌 바로 전병우였다. 에이스들의 정면 맞대결은 안우진이 3회도 다 채우지 못한채 물집으로 인하여 강판되면서 금세 마무리되었다. 키움은 예상치 못한 안우진의 조기강판으로 인하여 투수 운용이 상당부분 차질을 빚었지만, 1차전 승리를 위해서 극단적인 불펜운용을 통해 이를 메웠다. 당초 2차전 선발로 예상되었던 에릭 요키시가 5회부터 등판하여 1.1이닝 26구를 던졌고, 이후에도 최원태- 김동혁- 김태훈 - 김재웅이 이어서 던지며 2실점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이렇게 선발이 조기에 내려갔지만 전혀 밀리지 않으며 분위기를 팽팽하게 유지한 키움은 9회 초 전병우의 투런 홈런으로 끝내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에 김강민의 동점 홈런으로 다시 승부가 원점이 되었지만, 전병우가 10회초에 모리만도를 상대로 다시 리드를 가져오는 적시타를 때려내며 전병우는 안우진이 없던 키움에 승리를 가져온 영웅이 되었다. 당초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전력에서도 상대적 열세에 있었던 키움은 시리즈를 가져오기 위해서 1차전에 사실상 승부를 걸었고, 그 승부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며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했던 1차전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반대로 SSG는 에이스 김광현을 내고도 1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상대 선발 안우진이 물집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고, 초반에 최정의 홈런을 포함해 2점이나 리드하고 있었음에도 중반 이후 더 달아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김광현 자체도 다소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인 것이 키움 선수들의 달려드는 공격으로 인해 너무 난타를 맞은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다보니 김광현 자체도 5.2이닝 99구 피칭을 하고 내려가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승원 - 김택형이 리드를 유지하며 승리를 가져오는 듯 했지만, 전병우에게 맞은 통한의 홈런이 분위기를 오묘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더 달아날 수 있을때 달아나지 못한 것이 이렇게 화근으로 다가오고 만 것이었다.(그 과정에서 득점 찬스가 몇번 있었지만 키움 불펜에 막힌 것이 컸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승부가 뒤집힌 이후 3차전 선발로 내정된 모리만도를 1차전에 조기 기용한 부분이었는데, 아마 김원형 감독이 키움이 요키시를 올리는 극단적 승부를 보고 기세에 밀리지 않으려는 수로 선택한거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당초 선택지가 없는 가운데서 요키시를 고른 키움과 선택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모리만도를 고른 SSG의 입장은 다르다. 게다가 요키시가 1.1이닝을 깔끔하게 막은것에 비해 모리만도는 1.2이닝 39구를 던지고 패전까지 떠안으며 김원형 감독의 모리만도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김택형이 1이닝을 잘 막았다는 점과 9회 말 김강민의 대타 홈런으로 여전히 날카로운 김강민의 폼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위안거리로 삼을 수 있었다.
어려운 여건에서 1차전을 잡아내며 유리한 고지를 잡은 키움과 불의의 일격을 당한 SSG는 다음날 바로 2차전을 치뤘다. 2차전 경기는 외국인 선수 애플러 vs 폰트의 맞대결로 펼쳐졌다. 당초 폰트는 2차전 선발로 예정되어 있던데다 키움전 극강의 선수였고, 애플러는 1차전 요키시의 등판으로 인해 로테이션이 조정되며 2차전에 등판하게 된 상황이었다. 2차전 경기는 전날 1차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는데, 당초 2차전을 대비하고 준비했던 폰트는 키움 킬러 답게 키움 타선을 압도하며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폰트는 정규시즌 대 키움전 성적이 4경기 3승 0.62로, 정규시즌에도 압도적인 모습이었던 키움 킬러였는데 그 명성을 여실없이 증명했다. 3회에 무사 만루로 잠시 위기를 맞이했으나 베테랑 이용규의 치명적인 병살타로 단 1실점으로 막아내며 위기를 탈출했고, 그것이 2차전 유일한 실점이 되었다. 폰트는 7이닝 1실점 100구로 자신이 왜 키움 킬러인지를 완벽히 증명하고 내려갔으며, 이후에는 김택형, 서진용이 올라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지으며 깔끔한 승리를 거두었다. 특히 이번 경기에는 지난 1차전에 올라오지 않은 서진용이 올라와 무실점으로 막아낸 부분도 나름 의미있었다. 정규시즌 마무리로 기용되었으나 다소 불안함을 노출하며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단 2차전에서는 깔끔하게 매조지으며 안정감을 보여주긴 했다. 반대로 타선에서는 자신들의 장기인 홈런을 앞세워 이번엔 주어진 기회를 깔끔히 잡았다. 특히 최지훈, 한유섬의 홈런이 터지며 타선이 고루고루 터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상황이었으며, 그래도 홈에서 1승 1패를 거두며 최악의 상황은 면한채 고척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키움은 1차전 승리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전날의 역전승을 거두었던 결정적 순간의 클러치도 없었으며, 상대 선발 폰트에게 경기 내내 끌려가며 이렇다할 기회도 없었다. 그나마 3회초 찾아온 기회마저도 이용규의 병살타로 1점만 내는데 그쳤으며, 그 이후에는 아예 득점도 올리지 못했다. 폰트에게 막히며 좋던 타선의 흐름도 잠시 식은 느낌이었는데, 이는 향후 5~6차전에서 다시 폰트를 만나게 되었을때 약점으로 자리잡을수도 있는 만큼 걱정거리로 자리잡게 되었다. 투수진은 선발 애플러가 무너진게 뼈아팠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는 괜찮은 피칭으로 팀 승리에 기여한 애플러는 한국시리즈에서 다소 긴장했는지 1회에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고, 거기서 3실점을 하며 초반부터 승부가 기우는 단초를 마련했다. 애플러는 5이닝 5실점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제일 좋지 않은 피칭을 하고 내려갔으며, 승부가 기운 만큼 키움도 이영준 - 김태훈 - 김선기를 내며 최원태, 김재웅, 김동혁 등의 핵심 불펜들이 하루 쉬어가게 되었다. 그래도 상대가 자신들의 킬러였다는 점, 1차전에서 승부를 걸어 성공하며 원정에서 1승 1패를 거두며 소기의 성과를 거둔 키움은 3~4차전 고척 홈에서 벌어지는 경기에서 다시 반전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시리즈가 1:1로 균형이 맞춰진 뒤 장소를 고척으로 옮겨서 치뤄진 3차전. 3차전 선발은 요키시 vs 오원석의 대결로 펼쳐졌다. 1차전 등판하고 26구를 던진 이후 2일을 휴식하고 등판하게 되는 요키시와 1차전 39구를 던지고 3차전에 오를수 없는 모리만도 대신 선발로 등판하게 되는 오원석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그러기 때문에 선발 매치업은 다소 키움에게 기운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의 맞대결은 그야말로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되었다. 요키시는 5.2이닝 무실점, 오원석은 5.2이닝 1실점을 거두며 8회초까지 1:0 승부가 이어진 것이다. 게다가 1차전 이후 2일을 쉰 키움의 불펜진들도 호투를 펼치며 승리를 거의 가져온 단계였다. 그리고 8회초 승부를 가져온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는데, 최정이 친 땅볼 타구를 유격수 김휘집이 원바운드 송구를 하면서 포구가 되지 않아 주자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어서 올라온 김동혁이 한유섬을 잡았으나 라가레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역전 투런 홈런을 맞고 말았다. 그리고 9회 터지지 않던 SSG 타선이 대폭발했다. 김강민이 김재웅을 상대로 추가점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무려 6점이나 만들어내며 완벽한 승리로 게임을 가져오게 되었다.
사실 키움은 이 경기를 거의 다 잡았었다. 8회초까지 1:0으로 리드하고 있었으며, 단 2일을 쉬고 나온 요키시가 5.1이닝 무실점, 이어서 던진 김선기, 최원태까지 그야말로 SSG 타선을 공략해내며 완벽한 계투작전으로 리드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8회초 김휘집의 이 수비가 나비효과가 되고 말았다. 한국시리즈같은 큰 무대에서 작은 것, 에러 하나가 어떻게까지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이번 경기가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미 히어로즈는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 강정호의 에러로 9회말까지 리드하던 경기를 끝내기 역전패로 당한 적이 있고, 2019년 한국시리즈 1차전 김하성의 뜬공 에러로 인해 팽팽한 승부가 끝내기로 패배한 전적이 있다. 나중에 시리즈 전체 평에서 후술하겠지만, 전체적으로 팀 연령이 젊은 키움 선수단에게 이러한 한국시리즈 에러 시리즈가 전체적인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또 앞으로도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처음으로 키움 핵심 불펜에 균열이 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1차전 한유섬을 상대로 언더투수 김동혁을 올려 재미를 봤던 홍원기 감독은 이번에도 한유섬 상대로 김동혁을 올렸다. 물론 한유섬은 범타로 처리해냈지만 그 타구도 푸이그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큰 장타가 되었을 정도로 이미 간파당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어서 라가레스에게 그 우려가 현실이 되듯이 역전 홈런을 맞고 말았던 것이다. 지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호투했던 핵심불펜이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9회 김재웅이 무너지면서 더욱 그 균열은 가속화됐다. 이미 1차전에도 49구를 던진 김재웅은 2일을 쉬고 3차전에 올라와 분위기를 막아보려했지만 이미 터진 SSG타선을 막을수 없었다. 이렇게 다 잡은 경기를 놓친 키움은 경기를 놓친것도 놓친거지만, 2차전 이후 서서히 식어가는 타선의 부조화뿐 아니라 승부를 팽팽히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 핵심 불펜들이 점점 퍼지면서 무너지는 부분이 더욱 뼈아팠을 것이다. 앞으로 남은 시리즈에도 이런 부분이 가속화되다면 시리즈가 조기 종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느꼈다.
SSG의 대역전극은 타선이 터진 것도 주효했지만 선발로 나온 오원석의 역할도 매우 컸다. 사실 오원석을 3차전 선발로 낼때 대부분 기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원석의 대 키움전 성적이 3패 ERA 8.14일 정도로 매우 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오원석이 얼마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던 경기에서 마치 2007년 김광현을 보는 것 처럼 호투를 펼치며 분위기를 투수전으로 만들어갔다. 비록 5회에 1점을 실점했고 팀 타선이 터지지 않아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자칫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갈 수 있었던 경기를 중반부까지 팽팽하게 끌고 갔던 오원석의 호투는 그래도 후반부에 팀이 역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오원석의 호투에 더해져 SSG의 강점인 타선은 8회 라가레스의 홈런을 시작으로 대폭팔을 시작했다. 사실 SSG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은 타선이다. 팀 홈런 1위에 가을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았던 것 만큼 8회까지 계속 끌려갔지만 분명히 터지기만 한다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기를 밀려가는 상황에서도 이런 평들이 많았는데, 결국 지쳐버린 키움의 불펜을 잘 공략하면서 87.5%의 승리 확률을 챙기는데 성공했으며, 2차전에서 한유섬, 최지훈에 이어 3차전에는 그동안 장타가 터지지 않던 라가레스까지 터지는데 성공하며 팀 타선의 완성이 궤도에 오르는 등 얻어가는 것도 많았던 경기였다.
2승 1패로 리드하며 87.5%의 시리즈 승리 확률을 거머쥔 SSG와 분위기를 다시 가져오려는 키움의 4차전이 다음날 펼쳐졌다. 이날의 선발 매치업은 모리만도 vs 이승호였다. 전날 3차전과는 완전 반대의 입장이 되었다. 3차전에서 체력적 문제로 등판하지 못한 모리만도가 정상적으로 4차전에 등판하게 되었고, 이미 정예 3선발이 모두 소진된 키움은 안우진을 4차전에서 낼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불펜데이의 형식으로 이승호를 선발로 냈다. 이로써 이승호는 2020년 이후 2년만에 선발로 경기를 소화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호는 전날 오원석이 그랬던 것 처럼 호투로 팀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승호는 48구 4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생각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었으며, 뒤이어 나온 양현 - 이영준이 무실점으로 후반부까지 잘 이닝을 끌고 가주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6회부터 9회까지 계속 만루위기를 맞으며 또 다시 핵심 불펜이 올라와야했다. 이미 3차전부터 지친것이 역력했던 김재웅은 7회에 올라와 8회 손가락 부상으로 결국 물러나게 되었고, 대신 김재웅 앞에 올라왔던 최원태가 남은 이닝을 매조지으며 7회 2실점을 제외하고는 불펜들의 추가 실점은 없었다. 아마 김재웅의 체력적 한계를 최원태를 마무리로 돌리며 막아보려는 키움 벤치의 의도가 눈에 엿보인 경기였다. 또한 전날 에러로 인해 분위기가 가라앉은 키움은 선발 라인업의 변화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는데, 김혜성과 김휘집을 대신해 선발로 나온 신준우와 전병우가 활약을 해주며 3회 모리만도를 무너뜨리며 대거 5득점을 해 승기를 가져온 것이 이날 경기에서 굉장히 컸다. 이때 분위기를 가져오며 비록 SSG에 비해 장타력은 떨어지지만 타선의 응집력만 확실히 발휘된다면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었으며, 시리즈가 몰릴 뻔한 분위기를 다시 균형을 맞추며 끝까지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SSG는 선발 모리만도가 무너진게 컸다. 당초 3차전 선발 예정이었다가 체력적 한계로 4차전으로 나오게 되며 전날 경기까지 이긴 마당에 모리만도의 호투만 더해진다면 시리즈를 완전히 가져올 수도 있었던 경기였지만, 53구 2.1이닝 5자책으로 초반에 키움에게 분위기를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지난 1차전에도 9회에 올라와 전병우에게 결승 적시타를 맞았더니 이번에도 키움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후반기 1점대 ERA로 상승세에 기여했던 모리만도였지만, 한국시리즈에는 그 페이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남은 시리즈에서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시리즈가 몰리거나 시리즈 중요순간엔 다시 불펜으로 기용해야할 순간이 올 수도 있는 만큼 모리만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을거라고 봤다. 선발이 무너지니 전날 폭발한 타선은 다시 식어버렸다. 물론 키움 불펜의 체력적 한계를 틈타 6회부터 9회까지 연속 만루 찬스를 맞이했으나, 7회 최정의 2타점 적시타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물론 타선이 돌아가면서 결정적 한방을 때려내고 적시타를 때리고 있지만 전체적인 응집력은 떨어지는 부분이 SSG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상황. 그렇지만 남은 경기가 모두 홈에서 열린다는 이점이 있으며, 다시 에이스들의 등판 차례가 돌아온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경기였다.
시리즈가 2승 2패 다시 균형으로 맞춰진 가운데 다시 장소는 문학으로 옮겨왔고, 이곳에서 최후의 결전이 펼쳐졌다. 5차전 대결은 1차전 선발의 재매치로 펼쳐졌다. 지난 1차전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안우진과 지난 경기에서 아쉬움을 삼키고 내려간 김광현이 다시 맞대결을 펼쳤는데, 이번에는 1차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손가락 물집으로 인해 제대로 된 등판이 가능할까 싶었던 안우진이 100구 6이닝 무실점으로 그야말로 완벽투를 선보였다. 안우진은 부상이 있는 선수라고 믿기지 않을정도로 SSG 타선을 압도하며 왜 자신이 에이스인지를 증명해냈다. 반대로 김광현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키움 타선을 압도하지 못하며 84구 5이닝 3실점으로 또 다시 아쉬움을 삼키고 말았다. 스코어가 4:0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분위기가 키움에게 넘어간 상황. 7회부터는 다시 양팀의 불펜 싸움이 펼쳐졌는데 다시 결정적인 순간에서 SSG의 장타력이 대폭발했다 8회 김재웅을 상대로 최정이 따라가는 2점 홈런을 때려내며 2점차로 좁힌 SSG는 9회 말 김강민의 대타 역전 끝내기 3점 홈런으로 경기를 끝냈다. 8회까지 4점이나 뒤져있던 경기를 지난 3차전처럼 단 2이닝만에 역전시킨 것이다. "끝날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안우진에게 밀려 이렇다할 득점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김광현 이후 등판한 문승원 - 김택형 - 노경은이 키움에게 더 이상의 득점을 허락하지 않으며 분위기를 유지한게 컸고, 4차전처럼 응집력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타선이라고 했던 것이 오늘 경기에도 그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 경기의 승리를 통해 3승 2패로 리드한것 뿐 아니라 83.3%의 확률을 다시 선점했으며, 6차전 키움을 압살했던 폰트가 다시 등판하는 만큼 시리즈 승리에 대한 기대를 가져올 수도 있었고, 나아가 분위기까지 완벽하게 가져온 그야말로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 경기였다.
키움은 3차전에 이어 또 이길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선발이 호투하고도 막판에 무너진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의 역전패도 마찬가지로 실책이 빌미가 되었다. 3차전과 완전히 똑같은 양상이다. 이번엔 김휘집을 대신해 나온 신준우였다. 8회말 최지훈의 땅볼 타구를 신준우가 에러를 범하며 살려주었고, 그 오묘한 분위기에서 나온 최정의 투런 홈런으로 다시 팽팽한 분위기로 전개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이 9회말 김강민의 쓰리런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다. 만약은 없지만 신준우의 실책이 아니었다면 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김재웅이 이미 지친 상황에서 마무리로 올라온 최원태까지 무너졌다는 점이다. 김재웅이 무너진 상황에서 키움에게 사실상 마지막 남은 보루였던 최원태였다. 4차전에서도 만루 찬스를 잘 막아내주었기에 더욱 기대감을 가졌지만, 김강민의 벽은 넘지 못했다.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의 그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상황. 이번 경기의 패배는 키움에게 매우 뼈아펐다. 시리즈를 3승 2패로 내주며 엘리미네이션 게임까지 몰리게 된 것 뿐 아니라, 끝내기 홈런으로 분위기까지 내주고 말았고, 믿었던 핵심 불펜들이 모조리 무너져 더 이상 방책도 없는 상황이다. 거기다 다음 경기는 2차전에서 자신들을 압도한 폰트의 등판. 그나마 믿을 것은 4차전과 같은 타선의 한 순간 발휘될 응집력 뿐인 상황에서 과연 어떤 전략을 가져올지가 관건이 되었다.
이어진 6차전. 선발 매치업은 2차전과 같은 폰트 대 애플러의 대결이었다. 이미 2차전에서도 폰트가 애플러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상황이었고, 이미 5차전 대 역전극으로 분위기까지 완벽히 넘어간 상황에서의 재대결이라 이번에도 이변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전병우가 폰트를 상대로 선제 2점 홈런을 치며 다시 분위기가 넘어가는듯 했지만, 바로 다음 이닝에 SSG도 2점을 따라붙으며 분위기를 내주지 않았고, 6회 이정후의 홈런으로 다시 키움이 리드를 잡았으나, 김성현의 역전 2타점 적시타로 결국 4:3 역전에 성공했고, 그 점수가 결승점이 되며 경기가 SSG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폰트는 전병우에게 2점, 이정후에게 1점을 실점해 3실점으로 2차전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웠으나, 오늘 경기도 키움 타선들을 대부분 압도했고, 7.2이닝 3실점으로 긴 이닝을 소화해주었다. 그리고 김택형과 박종훈이 이어서 남은 이닝을 맡아주었으며, 김광현이 다음날 바로 등판해 0.2이닝 세이브로 시리즈의 마무리를 책임졌다. 타선은 어제와 같은 폭발력은 없었지만,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빈틈없는 플레이로 경기의 실속도 챙겨갈 수 있었다.
반대로 키움은 애플러가 2차전과는 달리 5이닝을 버텨주었고, 타선도 리드하는 점수를 내는 등 나름대로 폰트를 공략해내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온 실책이 SSG의 득점으로 연결되었고, 이미 5차전 끝내기 홈런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버린 상황에서 15경기나 치룬 선수들의 체력마저도 바닥나버린 키움에게 더 이상 반전은 없었다. 모든 원동력이 바닥나버린 상황에서 시리즈를 뒤집을 힘이 없던 키움은 이렇게 시리즈를 패배하며 기나긴 포스트시즌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렇게 한국시리즈 6경기의 경기별 관전평과 평가들을 적어보았는데, 지금부터는 시리즈 전체를 돌아보며 두 팀의 승패 요인과 인상 깊었던 관전평들을 돌아보도록 하겠다.
1) 언제라도 터질 준비가 되어 있는 폭탄과도 같은 타선
SSG랜더스 하면 야구팬들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10명 중에 7명 이상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홈런의 팀". 그만큼 랜더스에게 있어 제 1의 장점은 바로 언제든지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미지는 랜더스 이전 와이번스 시절부터 갖춰진 느낌이다. 2007~2010년 김성근 감독 시절에 3회 우승과 1회 준우승을 하며 왕조를 구축했던 와이번스가 2011~2012년 2차례의 준우승을 겪으며 세대교체의 진통과 함께 서서히 하락세를 겪고 있던 상황에서 당시 감독이었던 이만수 감독 이후 타자 친화적 구장의 이점을 살린 대포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 당시 만들어진 선수가 최정(물론 김성근 감독 시절부터 주축이었지만, 홈런타자로써의 대성은 이 시기부터 본격 각성), 한유섬(당시 한동민) 등 2010년대 후반부터 와이번스(랜더스)의 중심타선으로 부상한 선수들이 바로 이 선수들이다. 이러한 대포 컬러는 2017년 팀 홈런 234개를 기록하며 역대 단일시즌 팀 홈런 최고 수치를 기록한 것과,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런 주축 선수들이 건재한 가운데, 2022년 오늘의 우승까지 완성하게 된 것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런 팀 컬러가 여실없이 드러났다. 특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홈런과 터지기만 한다면 엄청난 폭발력을 보이는 장타는 경기가, 시리즈가 밀리는 순간마다 결정적일때 등장하여 시리즈를 다시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차전 라가레스의 투런 홈런 이후 벌어진 빅이닝, 5차전 김강민의 역전 대타 끝내기의 경우에는 터지기만 하면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선의 무서움을 여실없이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시리즈 내내 꾸준한 타격감을 보여주며 대포를 과시한 최정을 비롯하여 가공할만한 타선의 위력은 투수진들이 키움의 타선에게 고전하며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도 꾸준함을 발휘하며 경기를 이기는 극적인 요소로 사용할 수 있었다.
2) 우승 DNA를 만들어주는 소중한 베테랑들의 힘
이번 우승에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베테랑들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시리즈 내내 중요한 순간마다 보여준 베테랑들의 힘은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를 잡으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보여준 베테랑들의 활약을 간략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한 김강민은 선발로 출장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의 대타로 나와 1차전, 5차전에서 홈런을 기록하며 그 누구보다 베테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으며, 추신수는 1번타자로 출장하며 큰 활약을 펼치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출루와 기회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주는 감초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최정 역시 시리즈 내내 꾸준한 타격감을 보여주며 비록 김강민에게 임팩트가 밀려 MVP 수상은 실패했지만 숨은 MVP를 꼽으라면 단연 꼽힐 정도로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훌륭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김성현은 최주환의 1루 출장으로 인하여 2루수로 선발 출장하면서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하위타선에서 역할을 해주었으며, 특히 시리즈를 매조짓는 6차전 역전 적시타를 떄려내기도 했다. 투수에서는 노경은, 고효준 등이 좋은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노경은은 롯데에서 방출된 이후 영입되어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선발로 활약하며 SSG 우승의 큰 역할을 하였는데, 이번 시리즈에서는 불펜으로 출장하며 1차전 역전 홈런을 맞는 부침도 있었지만, 이후에는 큰 문제 없이 불펜의 안정화 역할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이러한 베테랑들은 노경은과 추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2007~2010년 김성근 감독의 우승 시절부터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우승 DNA를 갖춘 선수들이다. 이들은 포스트시즌에서 어떻게 운용해야할지, 어떤 순간에 쳐야할지를 알고 있었으며 또 그들이 베테랑이 된 이후에는 스스로가 그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며 시리즈를 가져오는 역할을 해주며 후배들에게 DNA를 이식시키는 역할도 해주곤 한다. 그렇게 랜더스는 이 베테랑들과 함께 팀의 우승을 겪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 베테랑들을 이을 선수들에 대한 걱정이 있다. 특히 김강민과 추신수는 82년생, 우리 나이로 41살이며 본인들은 은퇴 생각이 없다지만 언제든지 은퇴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는 선수들이다. 또한, 팀의 주축 선수인 최정, 김광현 역시 이미 30대 중반을 달리고 있다. 물론 그들이 활약할 시간이 앞으로 6~7년, 그 이상 남아 있겠지만 그들에게도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다. 랜더스가 장기적인 강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세대교체에 대한 걱정이 어느정도 숨어 있으리라 본다.
물론 이번 시리즈에서 신예 선수들의 활약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특히 김강민의 후계자로 중견수로 자리잡은 최지훈, 프랜차이즈 유격수가 된 박성한, 3차전 깜짝 활약을 펼친 오원석, 페넌트레이스에서 바람을 일으켰지만 한국시리즈에선 대타로만 나온 전의산 등 신예 선수들의 활약도 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그들이 주축이 되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도 많다. 물론 이들이 주축이 될 날은 멀었다. 그 날이 오기까지는 저 노련하고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들이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이미 2013~2017년 이 시기를 거치며 세대교체의 중간다리 과정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않았던 시기가 있었던 만큼 랜더스 팀 내에서 베테랑과 신예 선수들이 조화된 가운데 신예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올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할 시기가 이제 올 시즌 우승을 계기로 마련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3) 팀을 강화시키는 적극적 투자
올 시즌 프로야구를 보면서 이 정도 야구에 열정적인 구단주가 있었을까? 바로 랜더스의 구단주 정용진을 일컫는 말이다. 정용진 구단주는 2021년 SSG랜더스의 구단주가 되고 나서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을 통해 팀을 발전시키는데 엄청난 역할을 했다. 창단 당시 "세상에 없는 프로야구의 신세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정용진 구단주는 랜더스라는 구단을 만든지 단 2년 만에 우승이라는 결실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그 어떤 구단주들보다도 더욱 활동성이 강한 행보를 보인 정용진 구단주의 행보는 우선 FA 선수들의 영입부터 시작한다. 창단 이전부터 두산에서 FA가 된 최주환을 영입했으며, 이후에는 자신들에게 영입권이 있던 전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영입을 통해 전력보강과 이슈몰이까지 성공하는 등 엄청난 행보를 보였다. 거기에 2022시즌 시작 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자신들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광현을 역대 최고액으로 친정팀으로 리턴시키기도 했다. 거기에 주축선수인 한유섬, 문승원, 박종훈 선수들에게 KBO리그 최초로 비 FA 다년 계약이라는 방식으로 잔류를 시키는 등 프로야구 경기 외적으로도 트렌드를 주도해나가기도 했다. 이 외에도 청라에 신 야구장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하고, 시설 개편 등의 복지적인 여건까지도 개편하기도 하며 이번 시즌 랜더스는 성적과 환경 모두를 잡으며 홈 관중 동원률 1위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 부분은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식에서도 정 구단주가 직접 언급할 정도로 자랑스러운 기록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만큼 랜더스가 올 시즌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세웠는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정용진 구단주의 활동적인 행보는 프로야구 세계에서도 좀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은 효율적, 마케팅 적인 측면에서 구단들이 접근하는 모양세가 강하다면, 랜더스의 올 시즌 행보는 성적과 투자가 따라들면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성적이 좋으면 그만큼 들어오는 관중들이 많아질 것이고, 그 성적을 위해서는 가능한 여건 내에서 얼마나 투자를 해줘야하고, 환경적인 여건을 만들어줘야하는 지를 보여주며 향후 모기업 차원에서의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트렌드를 주도한 랜더스 구단이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결과였다.
1)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젊은 선수들의 동화
준우승한 키움을 돌아보자면 키움이 이번시즌 선전을 한 것은 젊은 선수들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적극적 플레이가 바로 밑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시즌 초반부터 전문가들을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키움 히어로즈의 올 시즌 전망을 좋게 보지 않았다. 좋게 얘기하면 5위 싸움 정도로 생각했고,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들은 최하위권으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4번 타자로써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박병호가 FA로 KT 위즈로 이적을 했다. 거기에 투수의 핵심인 마무리 조상우가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를 했다. 투타의 중심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를 메워준 선수들이 없는데 과연 키움이 얼마나 선전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많았다. 그런데 키움은 시즌 시작과 함께 엄청난 선전을 보여주며 상위권으로 치고나갔다. 전반기 종료만 하더라도 선두 SSG에 2경기 뒤진 2위였다. 비록 후반기에 페이스가 밀리며 3위로 시즌을 종료하였지만, 이들의 진가는 포스트시즌에서 드러났다. 홍원기 감독의 전략과 함께 선수들의 적극적 플레이가 더해지며 어려웠던 KT와의 시리즈를 이기고, 가장 중요한 승부였던 LG와의 플레이오프를 잡고, SSG와의 한국시리즈를 6차전까지 끌고 가는 등 엄청난 선전을 보여주며 아름다운 패자라는 박수를 받았다. 아무도 안된다고 했던 그들이 이번시즌 엄청난 동화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키움이 이렇게까지 선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키움 선수들의 구성을 살펴보면 대부분 젊은 선수들로 이뤄져있다. 팀의 핵심인 이정후, 안우진도 나이가 24~25세에 불과하여 타팀으로 가면 매우 젊은 축에 속한다. 주전 라인업 대부분도 20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젊고 체력적으로 탄탄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선수들은 동기부여가 엄청난 역할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키움 히어로즈라는 구단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환경이 매우 잘 되어 있는 구단 중 하나이다. 그것은 강정호 - 김하성으로 이어지는 2명의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전적이 있으며, 전통적으로 히어로즈의 창단 이후 프랜차이즈 스타가 성장하기 이전에 타팀으로 떠나보내던 히어로즈 초창기 시절을 지나면서 선수가 나가면 새로운 선수들로 메워서 시즌을 꾸려야 했던 역사에서 기인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키움은 젊은 선수들 중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내서 그를 주축선수로 만들어내는 육성기조를 매우 잘 활용했다. 서건창, 송성문, 이정후, 김하성, 최원태, 김혜성과 같은 선수들이 모두 그렇게 해서 시작된 선수들이다. 물론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키움에겐 기본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잘 들어온 부분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런 선수들이 서서히 성장하며 주축 선수로 자리잡는데는 이러한 동기부여와 자신감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보는 견해가 많다. 거기에 강정호 - 김하성 - 이정후처럼 열심히 하면 결실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선수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었으리라고 생각이 든다. 거기에 임지열, 전병우 같은 슈퍼 백업 선수들도 자신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을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해 적극적인 타격으로 부각을 받기도 하는 등 초특급 선수들이 많이 없더라도 열심히, 자신감있게,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선수들이 주목받고 성과를 받는 그런 기조가 이들의 자신감을 돋보여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20대 초, 중반 선수들로 구성된 키움 선수들은 선수들의 이탈로 인해서 조직이 와해되거나 팀 워크가 무너지는 그런 선수들은 아니었다. 그럴때일수록 더더욱 자신들의 플레이를 하며 팀워크를 유지했으며, 그런 과정에서 쌓인 가을야구에 대한 풍부한 경험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하며 KT와 LG라는 거함을 무너뜨릴 수 있게 되었다.
2) 젊은 선수들을 융화시켜줄 베테랑의 부재와 아쉬운 실책
이런 젊은 팀 키움에게 이번 시리즈 아쉬운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실책이 발목을 잡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것 같다. 결정적인 순간 SSG에게 경기를 내주게 된 것은 유격수들의 수비에서 비롯된 것이 무려 2경기나 되었고, 1루수와 2루수의 실책에 준하는 플레이들도 포스트시즌에서 간간히 나왔던 부분도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그 부분들이 승부로 연결된 부분이 많았다는 점을 보았을때, 실책만 다소 줄였더라도 정말 일 낼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키움이 포스트시즌을 치루는 15경기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만 무려 22개에 달한다. 이는 경기당 1.5개의 실책을 했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러한 실책들이 승부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는 타력과 분위기를 탄 플레이들로 이것들을 상쇄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이런 부분이 통하지 않았다. 거기다 승부에 영향을 주는 실책이 이럴 떄 나오면서 무너진 부분은 키움이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 자신감이 넘치는 플레이를 한 부분은 좋았지만, 아직 20대 초반 선수들은 경험이 적었던것 만큼 그러한 경험부족이 이러한 플레이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거기에 3위로 시작하여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 한국시리즈로 이어지는 장장 15경기의 대장정은 젊은 선수들에게도 엄청난 체력적 한계를 주었다. 특히 조상우의 이탈로 핵심 불펜진들이 일부 선수들로만 돌아간 부분도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방전되는 요인이 되었다. 선발 요원이었던 최원태가 불펜으로 움직이고, 마무리 김재웅이 버텨주었으며,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한 김동혁이 가세한 핵심 불펜진은 결국 한국시리즈 막판에서 돌아가며 결정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런 것들이 결국 체력적인 한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KBO리그의 포스트시즌 시스템에서 정규리그 1위가 우승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장기간의 휴식을 통한 체력적 우위가 바탕이 된다는 점을 볼 때 결국 키움의 우승을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정규리그 1위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상대 SSG가 결정적인 순간에 김강민, 최정, 노경은 등의 베테랑들이 시리즈가 밀릴만하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에 비해 키움은 베테랑들의 활약이 미미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베테랑들 중 이용규, 김준완은 다소 활약이 적었고, 포수 이지영은 전 경기 선발 출장하며 투수진들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해주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역할을 했던 SSG 베테랑과 비교했을때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모습도 일부 있었다. 아무리 키움이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고 젊음을 무기로 하는 팀이라고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릴때 이를 다잡아 줄 베테랑의 존재는 어느 종목, 어느 팀에서라도 그 존재감을 발휘한다. 물론 이른 나이에 그런 정신적 지주가 된 이정후가 있지만, 그 역시도 아직 25세에 불과하다. 비록 키움 선수들의 자신감과 패기가 시리즈 2:2까지는 그나마 움직여주었지만, 5차전 끝내기 패배 이후에는 그 동력마저 완전히 주저 앉아버린 부분은 다소 아쉬움이 크다.
이렇게 시리즈는 SSG 랜더스의 우승으로 끝이 나면서 2022 시즌이 끝이 났다. 강력한 투자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SSG가 이변없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페이롤 최하위권인 키움이 보여준 선전 역시 박수 받아 마땅하다. 일부 팬들은 이러한 키움의 선전을 기대하며 키움이 우승한다면 KBO리그에서 엄청난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거라고 믿었지만, 아쉽게 불발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양팀이 보여준 것은 KBO리그의 큰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것이라고 본다. 적극적인 투자와 성적의 중요성, 그리고 이 상황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신구의 조화와 육성의 필요성은 이번 시리즈가 남긴 교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새롭게 시작되는 2023시즌은 KBO리그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