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글

  제목을 못 정하겠다. 제목을 못 정한다는 핑계로 글 쓰기를 미뤘던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서 책 제목을 '제목을 못 쓰겠다.'로 정하기로 했다. 아님 '제목을 못 정하겠다.'로 할까? 아니다. 일단 글을 쓰자. 이 정도면 충분히 썼다 싶은데 더 좋은 생각이 안 난다면 그냥 이대로 책 제목을 정하련다. 

  맨 처음 책을 집필했을 때 생각이 난다. 그냥 글을 쓰고 싶었는데, 출판사에서는 머리말 요청을 했다. 쓰기 싫었다. 나도 머리글을 읽기가 싫은데 다른 독자들은 굳이 보려 할까?라는 의문에서였다. 이번에도 출판사에서 서 거절당할까 두려워 그냥 '시작글'이란 말로 바꿔 써서 소소한 반항을 해본다. 또 하나의 반항을 더하자면 '중간글'도 넣어볼 생각이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는데 더하면 더했지 절대 부족하지 않은 나는 글을 쓰면서도 수시로 변하는 나의 마음을 '중간글'로 고백하려 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고민이 많았다. 꽤나 솔직한 글이 될 것 같은데 와이프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지인들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이 모를 정도로만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불가능하겠지? 그럼 혹시 봤다 하더라도 모른 척해줬으면 좋겠다. 단, 한 명도 안 볼 수 있는데 이런 상상을 하는 내가 웃기다. 됐다. 이것 때문에 오늘 내가 한 번 웃었으니 됐다. 글은 유명해지고 나는 안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출판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가 나를 찾는 작가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마음 상태가 좀 불안했으면 좋겠다. 내 마음대로 쓸 예정이기 때문이다. 글의 소제목을 넣을 수도 있고, 안 넣을 수도 있다. 작은 이야기들을 길게 풀어쓸 수도 있고, 짧게 끝날 수도 있다. 주제도 없고, 소재도 마음대로다. 의식의 흐름보다는 무의식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글을 쓸 생각이다. 페이지 계획도 없다. 일주일 이상 글이 써지지 않으면 그냥 책을 낼 생각이다. 사실 걱정도 잘 안 된다. 종이책으로 못 내면 전자책으로 내면 된다. 그래도 온라인 '브런치'에 글을 쓰면 10명 정도는 봐주시더라. 누군지 모르지만 늘 그 10분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가뜩이나 부족한 나의 집필 실력을 돌아보며 실망하고 싶지 않다. 혹시 틀린 맞춤법과 문맥에 맞지 않은 글 때문에 웃음 짓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런 비웃음도 괜찮다. '웃음'이란 글자가 포함되어 있으니.
  젠장. 이렇게 재미없는 시작글을 짧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길게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기까지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