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

by 카밀리언

그 광경을 지켜보던 경찰청 순사 하나가 비웃듯 내뱉었다.

 “ふん、やることがまるでチョウセンジンだな。 (하는 짓이 딱 조센징이구만.)”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도윤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조롱의 화살은 무열을 향했지만, 이미 분노로 치밀어 오른 그의 머리는 더 이상 생각할 공간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낮게 쏘아붙였다.

“今の言葉…俺に言ったのか? (지금… 나한테 한 말인가?)”


덜컥—


바로 그때, 하숙집 문이 열리며 짧은 머리의 아이가 불쑥 나타났다.


예상치 못한 등장에 모든 시선이 아이에게 집중되었다. 성경책을 품에 안은 아이는 눈앞을 가득 메운 순사들의 모습에 잠시 굳어섰다. 그러나 금세 침착함을 되찾고 나가려던 방향으로 마저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포옹에 갇혀있던 그녀와 시선이 맞닿았다. 동시에 그녀의 입술이 무열을 벗어나 소리 없이 움직였다.


—도와줘.


아이는 잠시 입술을 깨물며 눈을 깜빡였다. 눈가에 두려움과 망설임이 스쳤지만, 여인의 눈빛이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짧게 숨을 몰아쉬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아빠, 엄마! 왜 또 밖에서 그러세요? 나이도 있으면서 창피한 줄 아세요! 사람들 보는 데서 이러지 말고 빨리 들어가요!"


아이의 당찬 목소리가 긴장된 골목에 울려 퍼졌다. 순사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아이는 태연하게 두 사람의 손을 잡아끌었다.


철컥, 대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아이가 먼저 몸을 넣고 무열과 세화를 끌어당겼다.

'쾅!' 하고 문이 닫히는 순간, 아이의 품에 있던 성경책이 팔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책이 벌어지면서 안쪽에 파인 홈이 드러났고, 그 속에서 검은색 금속 물체가 튀어나왔다.


권총이었다.


무열과 세화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하지만 아이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 뒤, 자연스럽게 권총을 집어 들고 계단을 가리켰다.


무열은 더 묻지 않고 여자와 함께 계단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그 뒤를 아이가 따랐고, 셋이 모두 옥상의 옥탑방에 도착하자, 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옆에 놓인 화분 아래서 열쇠를 꺼내더니 문을 열었다.


갑작스레 남의 집에 들어와 멋쩍어하던 무열은 말없이 눈치를 살폈다. 그 사이 아이는 문을 닫자마자 벽 쪽으로 다가가 작은 구멍에 눈을 댔다.


 겉으로는 목재가 썩어 벌어진 흔적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정교하게 뚫린 감시구였다. 안쪽에 박힌 작은 거울들이 대문 앞 풍경을 그대로 반사해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가 몸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순사들 다 갔으니까, 이제 모두 나가.”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도와줘서 고마워. 나는 윤세화라고 해.”


아이의 눈길이 그녀의 손을 스치더니, 마치 하찮은 것을 치워버리듯 고개를 돌렸다. 이어진 목소리가 꽤나 서늘했다.


"나가라는 말 안 들려? 여긴 당신들 같은 어른들이 오래 머물 곳이 아니야."


"꼬마, 네 말투가..."


무열이 앞으로 나서자, 아이가 권총을 들어 보이며 말을 끊었다.


"내 말투가 왜?"


 무열은 두 손을 들어 보이며 얼버무렸다.

"말투가... 너무 멋있다고!"


 딸깍—.


아이가 권총의 해머를 뒤로 젖히자 금속음이 방 안 공기를 날카롭게 갈랐다.

"질문은 그만! 나가 달라는 부탁은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명령이니까 어서 나가!"


 여자는 옆에 있던 의자를 당겨 앉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당찬 아이네.”


 그리고는 무열을 힐끗 보며 충고도 덧붙였다.

“아저씨는 이기지도 못할 거면서 왜 꼰대 행세를 해요?”


무열의 인상이 굳어졌다.

"나... 아저씨 아닌데..."


아이가 총구를 여자에게로 옮기며, 날카로운 시선을 꽂았다.

"어이, 아줌마! 내가 진짜 못 쏠 거라고 생각한다면..."


세화가 고개를 살짝 젖히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응, 못 쏠 거야. 네 권총, 7.65mm 브라우닝이지? 지금 시각이면 총성이 못해도 2킬로미터까지는 퍼질 텐데…. 순사들이 되돌아오면 너도 곤란해지는 거 아니야? 그럼 몸싸움인데… 글쎄, 이 아저씨 근육 봤어? 아까 안겼을 때 느꼈는데, 꽤 단단하더라고.”


 무열의 얼굴이 다시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우리 어린 아가씨! 이 언니가 '아줌마'란 말을 몹시 싫어하거든…. 앞으로 주의해 줬으면 좋겠어."

 “… 아가씨?”

 무열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너, 여자야?”


 찰싹—!

 “아얏!”


 세화의 무자비한 등짝 스매시가 무열의 등을 후려쳤다.

 “여자야? 여자한테 말하는 꼬락서니 봐! 그러니까 키스도 그 모양이지. 아저씨 키스도 처음이지?”


무열이 몸을 움찔하며 소리쳤다.

“내가 키스가… 처음이… 맞긴 한데…”


 “푸훗!”

 세화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요즘도 이런 사내가 있구나!”


그녀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운 순간,


슥—


차갑게 번뜩이는 단검이 뒤에서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거 참, 말 안 듣는 어른들이시네.”


이어진 소녀의 목소리는 세화의 목을 스친 칼 끝보다 더 차갑고 예리했다.

 “진짜… 죽여드릴까요?”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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