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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즈김치 Feb 10. 2021

하나님은 왜 투명옷을 입고 있어?

힘들 때 | 산타 할아버지도 몰래 선물을 주잖아~

"아빠, 하나님은 투명옷을 입고 있는 거야?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보이질 않아.,"

너무나 진지한 네 표정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어. 

"산타 할아버지한테 크리스마스 날 선물 받기 위해서 아가가 눈물 안 흘리려고 오래오래 노력했잖아.

하나님도 오래오래 기도하면 아가 몰래 소원을 들어주는 거야."


아빠가 정말 많이 생각했었지만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생각들이 있어.

'알라딘의 요술 램프가 언젠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을까?'

'난 남들과 너무 다른 거 같은데 외계에서 올 때 충격을 받고 기억을 잃은 건 아닐까?'

'시험 전날 지구가 멸망하진 않을까?'

'군대 휴가 복귀할 때 비행기가 무인도에 떨어지진 않을까?'

'난 사실 백만장자의 아들인데 아기 때 입양된 건 아닐까?'

'이번에 로또를 사면 1등에 당첨되지 않을까?'

'그녀가 계속 보는 거 같은데 설마 나를 좋아하는 걸까?'


아쉽게도 아빠의 행복한 바람(?)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어. 

아빠는 40살이 넘어서까지 like(좋아하다)와 want(원하다)의 차이를 잘 몰랐던 거 같아. 

아빠는 위 '소원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 간절히 원하진 않았지.

간절히 원했다면 가만히 기다리기보다는 행동으로 크고 작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거야. 


아가야.,아빠가 가만 보니까 아빠처럼 좋아하지 않고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은.,

알라딘의 램프를 기다리는 대신 3D 프린트를 만들어서 이것저것 뚝딱 만들어내더라. 

백만장자의 자식이고 싶어 안달 난 게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돈을 벌어 백만장자가 되더라.

그녀가 나를 좋아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녀에게 다가가 좋아한다고 말하더라.

그거 알아? 아가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하나님 말고 우리 사람이 입을 수 있는 투명옷도 나올걸.

꿈을 꾸는 것도 재밌지만, 꿈을 이뤄가는 것 또한 꽤 쏠쏠한 재미인 거 같아.

아빠는 아가 덕분에 오래 살고 싶어 졌어. 아가가 소원을 비는 시간보다, 이루려고 노력하는 시간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거든.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 근데 주위엔 아무도 없을 때

'아빠가 투명옷 입고 옆에서 위로해주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까?

햇살이 너무 셀 때는 그늘로, 비가 너무 많이 내릴 때는 우산으로, 바람이 너무 세게 불 때는 따뜻한 털옷으로

함께 있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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