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대만-일본 경제법 학술교류회에 참석을 했는데,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연말이라서 그런가... 지난 시간을 새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중한 시간을 잘 보냈구나, 허투루 살진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존경하는 Tsuchida 선생님의 서류 화일 속 선생님의 빼곡한 밑줄과 메모가 남겨진 내 글을 보면서, Vande Walle 교수님과 일본 스마트폰법과 경쟁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면서, Shishido 교수님과 올해 Main Developments 원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늘 그렇듯 따뜻한 관심으로 내 안부와 연구를 물어보시는 Fuchikawa 교수님, Tōjō 교수님과 말씀을 나누면서... 정말, 같은 동료 연구자로 인정·대우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분들 모두 전에는 몰랐던, 생각하기 어려웠던 인연들이었는데... 이 인연들 모두, 부족함 많았지만 그래도 지난 시간 나름 열심히 살아낸 나를 위한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했다.
돌이켜보면, 처음 이곳에 온 2024년도 좋았지만, 이곳에 온전히 머물렀던 2025년은 정말 연구자로서 좀 더 본격적이고 풍성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다양한 곳에서 연사로 초청받아 발표하고, 내가 내 펀드로 초청도 해보고, 기고도 많이 했고, 학생들에게 강의도 했고, 저널 투고도 잘 마무리 지었고... 어쩌다보니 한국에선 입장이 만년후보, 스텝, 주변인으로 굳어져버렸지만, 이곳에선 정말 '플레이어'로서 뛸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해보면 2025년은, 매 하루 하루가 감사한, 행복한 날들이었다.
모든 기억들이 소중하지만, 한 가지, 다른 어떤 일보다 특별하게 오랫동안 남겨두고 싶은 기억은, 지난 봄학기 규슈대학교 강의다. '강의'란 포맷 자체가 처음은 아니었고, 직전에도 릿쿄대 특강을 했었지만, 정말 경쟁법을 모르는 진짜 '학생들'을 대상으로 A부터 Z까지 '수업'으로서 가르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특별했다. 게다가 내 생애 첫 수업이, 내가 늘 꿈꾸던 다양한 배경의 국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 수업이라니... 내 젊은 날에서 잊지 못할 '기똥찬 순간'을 마침내 박아넣은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이번에 졸업해 고향으로 돌아갔고, 일부만 규슈에 남아 학업을 이어간다고 들었는데... 몇몇 학생들은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난다. 잘 살고 있겠지? 그들 인생에서, 일부에게라도, 꼭 경쟁법이 아니라 뭐라도 내가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경험을 주었다면, 그 이상 좋을 일이 없을 것 같다.
2025년도, 다시 없을 소중하고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로 감사한 한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