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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윤 Sep 26. 2020

세미나 후기: 플랫폼 경제학 강의

25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정책포럼' 현장 모습 (Photo from ZDNet)


온통 플랫폼 이야기다. 얼마 전 발표 주제도 플랫폼였는데, 어제 온라인 플랫폼 정책포럼도 크게 열렸다고 하고, 오늘 오전 대학원 강의도 또 플랫폼 주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플랫폼에 대한 접근 방식은 비교법에서 경제학 분석까지 다양하지만 논의 대상은 점점 '어떻게' 디지털 플랫폼 산업을 규율할 것인가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왜 규제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더이상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그렇다. 예전과 또 다른 의미로 'convergence'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재밌는 현상이다.


오늘 강의는 신동준 박사님의 플랫폼 경제학 강의였다. 주로 법학, 경제학 전공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플랫폼 경제에 대한 기초적인 분석을 소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크게 어렵거나 낯선 내용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들으면서 떠올렸던 흥미로운 질문 거리들을 정리해보았다.


1.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있다?


들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질문은 그래서 새로운 게 뭐냐는 것이다. 물론 디지털 플랫폼의 등장 자체는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들의 시장 지위나 마켓 파워의 새로움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s)나 쏠림 현상(tipping) 같은 개념들은 사실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페이스북이 누리는 직접적 네트워크 효과는 내가 예전에 놀던 대학로나 신촌에서 나타나던 것들이고, 구글이 누리는 간접적 네트워크 효과 역시 예전 종이 신문사들이 누리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쏠림 현상도 가깝게는 컴퓨터, 인터넷 산업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우리는 이미 뒤집힐 것 같지 않던 과거 제왕들의 자리가 믿을 수 없을만큼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뒤집히는 것을 여러차례 경험했다.


디지털 플랫폼이 누리는 시장 지위나 마켓 파워에 새로울 것이 없다면, 기존 규제를 뒤집는 새로운 접근은 왜 자꾸 논의가 되는 것일까? 요즘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나아가 미국까지 새로운 규제 논의가 한창이다. 대체 왜 그럴까? 디지털 플랫폼들은 과거 등장했던 새로운 산업과 그 산업의 제왕들과 무엇이 다르다는 걸까? 쉽게 떠오르는 답은 디지털 플랫폼이 누리는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 쏠림 현상 등의 규모가 '전례없이 막대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만으로는 '정말 다르다'는 점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규모나 강도 측면에서의 차이는 본질적인 차이가 될 수 없으며 그런 것이 없다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규제 움직임이 정당화 또는 설득력 있게 설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규모와 강도 외에 뭐가 다른 걸까? 데이터의 역할?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의 시민 사회에 대한 영향력? 글로벌 경쟁의 격화? 다 맞는 이야기면서 또 다 논쟁적이라서 아직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플랫폼 정책 또는 플랫폼 경쟁 정책 개편 논의는, 현재 우리 사회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의 정체와 이를 해소해야만 하는 이유를 탐색해가는 과정 중에 있다는 정도다. 잠정적 판단이지만 굳이 밀레니얼 세대로서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야 한다면 (학계에서는 언제나 내 생각 따위에는 관심이 없지만 내가 생각을 밝혔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집요하리만큼 관심이 많다) 위와 같은 탐색 작업의 끝(또는 시작점)에는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의 영향력이 '시장(market)'을 넘어서서 '사회(society)'로 확장되는 현실과 개인과 사회의 국가(state)에 대한 귀속감이 약화되는 시대적 흐름 있지 않을까 한다. 단순히 우리 윗세대가 말하는 부의 불평등이나 글로벌화 정도로는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 그들과 구별되는 이 시대만의 특징(zeitgeist)이 있고 그것을 천착해들어가면 지금의 플랫폼 규제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발견되지 않겠나 한다. 물론 나도 아직까지는 그게 뭔지 아주 또렷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지만 좀 더 지켜보면 뭔가 나올 것 같다.


2. 경쟁은 수평적이기만 한가?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경쟁(competition)은 수평적 관계에서만 성립한다고 보는지 아직도 의아하다. 부다페스트 있었을 때 배상원 판사님 소개로 처음 수직적 경쟁(vertical competition)이라는 개념을 접했었는데 꼭 그 개념의 모든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우 인사이트 있다고 생각했었다. 수직적 경쟁은 쉽게 말해서, 하도급 관계를 예로 들면, 원청과 하청 사이에도 해당 공급망(value chain)에서 발생한 이익을 두고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는지 경쟁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경쟁법 분석에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시각이 좀 더 통전적(holistic)이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였다. 수직적 관계에 있는 사업자들도 간접적·장기적으로는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도 경쟁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실제 경제 현실에 비춰보면 꽤 당연하고 직관적인 사실 아닐까? 물론 경쟁에서 수직적 관계를 제외하고 수평적 관계만 경쟁으로 본다면 경제학 분석이나 경쟁법 평가에 있어서 간명성은 더욱 높아지겠지만, 과연 이것이 현실에 부합하는 바람직한 접근인지, 유럽에서 공부하는 내내 의문이었다.


이러한 의문은 요즘 내 머릿 속에서 거의 폭발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 업체 나아가 플랫폼과 소비자 사이에서 이러한 경쟁적 관계는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 병목 현상(competitive bottleneck)이 대표적인데, 이 현상에 따르면 플랫폼 시장에서는 얼마나 많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있는지는 상관이 (크게) 없다. 이용자들의 경로의존성은 싱글호밍(single-homing)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이용자들에 최대치로 접근하기 위하여 플랫폼 이용 업체들은 멀티호밍(multi-homing)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 이용 업체들의 존속과 발전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다른 플랫폼 이용 업체들과의 경쟁일까? 플랫폼 시장에서의 경쟁 상황일까? 아니면 자신이 이용하는 플랫폼과 자신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쟁일까? 나는 매우 확신을 갖고 마지막 세 번째 관계라고 본다. 특히 중개 플랫폼 산업에서 제일 상관 있고 중요한 문제는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과 이용 업체간 이익 경쟁이며 나는 이러한 문제가 더이상 경쟁법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한다. 물론 절대로, 절대로, 이러한 접근이 곧바로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 추구 행위가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배달의 민족이든 요기요든 플랫폼이 수수료를 높게 받는 문제에 대해서 나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경쟁 당국은 이익 집단의 요구와 실제 사회 문제를 구별해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결론에 있어서는 같을지라도 '수직적 관계에서 경쟁 메커니즘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것은 경쟁법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기존 태도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구글, 애플의 30% 수수료에 대한 분석 등 앞으로 플랫폼의 단독 남용 행위에 대한 분석은 계속 더욱 더 복잡하게 꼬이기만 할 것이다. 플랫폼 산업에서의 단독 행위에 대한 경쟁법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경쟁의 수직적 측면을 좀 더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이런 변화가 우리 경쟁법제의 더욱 체계적인 접근과 분석을 가능하게 하리라고 믿는다.


물론 이런 내 생각에 한국에서는 (심지어 한국은 착취 남용 규제가 세계 주요국들 중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동조해줄 사람은 물론 같이 연구할 사람도 없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좀 더 확실한 이론 체계가 갖춰질 때까지) 입을 닫고 살고 있지만, 어쩄든 하고 싶은 말을 밖으로 꺼내질 못해 요즘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다. 참고로 내가 하니 헛소리지만, Ioannis Lianos (현 UCL 교수, 현 그리스 경쟁당국장) 교수님도 최근 연구에서 "vertical competition" 용어를 이미 수차례 강조했었다. 한국말은 못하시겠지만 어쨌든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Ζητώ να μας υποστηρίξετε).*

 * 그리스어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3. '한국' 시장에서의 독점이 나쁜가?


앞서 말한 '개인과 사회의 국가(state)에 대한 귀속감이 약화되는 시대적 흐름'과도 연결된 이야기인데, 미국이 GAFA에 대해 반독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단 옆으로 제쳐두고, 그 외 관할권에서,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곳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국내 시장 독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접근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경제학에서 분석하는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들을 경쟁법 집행의 관점에서 종합해보면 거칠게 말해서 '복잡해서 반경쟁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다른 (수평적 관계의) 경쟁 사업자들한테는 피해가 갈 수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이롭거나 혹은 전체적인 사회 후생 수준이 개선될 수 있고... 이런 식의 끊임 없는 논증에 반증에 또 다시 반증이 이어진다. 그런데 그만큼 어렵다면 사실 수평적 경쟁 관점에서 플랫폼 시장의 집중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아이들이 '엄마 좋아? 아빠 좋아?' 이 질문을 그렇게 어려워하는 것은 엄마나 아빠나 둘 다 똑같이 좋기(또는 싫기?) 때문이다. 답이 어려운 질문은 때로는 답이 필요하지 않은 질문일 수 있다. 국회 의사청문회의 질의 응답처럼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세요!" "에.. 의원님, 그것은 큰 틀에서... " "예, 아니오로만 하라니깐!" "에.. 존경하는 의원님,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 답을 하면 안되는 질문을 피하는 대표적 모범례). 아무튼. 플랫폼 산업에서 집중이 좋은지 안좋은지 파악하기 어렵다면 그 질문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집중된 산업에서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의 행위가 남용(특히 착취적)인지 문제와는 별개로, 플랫폼 산업의 집중 문제 자체에 대해서 이것이 이로운지 해로운지 분간이 안된다면 그냥 내버려 둘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결론은 해당 플랫폼 시장이 '국내' 시장으로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실하게 구분될 수 있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해외 아마존이나 일본 라쿠텐에서 직구입을 할 수 없고 한국 사람들이 영어 울렁증으로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Google" 검색을 할 수 없으며 개인정보 유출에 너무나도 민감하여 페이스북을 전혀 사용할 가능성이 없다면, 그렇다면 네이버나 카카오톡, 배달 민족의 한국 시장 독점을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플랫폼 시장에서의 수평적 경쟁 회복을 실현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은 기본적으로 국경이 없고 오늘날 국내의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들은 한국이라는 국가의 일부로서의 정체성은 매우 희박하며(반대의 경우로 예컨대 '나는 한국 사람이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제네시스만을 탄다 혹은 삼성폰만 쓰겠다' 이런 류의 소비 패턴을 들 수 있겠다. 엘지폰의 소비패턴은 잘 모르겠다) 오히려 국경 밖의 개인들과의 소통 또는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용성이 매우 강하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외적 지향성이 강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한국 시장에서 어떤 한국 사업자가 특정 모델의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서 설사 생태계까지 구성하고 있다고 해서 그걸 그렇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여느 산업보다도 글로벌 경쟁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다들 네이버 검색 가지고 난리지만, 구글 검색과 비교해서 정말 네이버가 경쟁 압력 없이 시장 지배적 지위에서 오는 기쁨을 여유롭게 만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정말 정말 신중하게 따져볼 문제다. 쉽게 말해서, 아무리 네이버라도 과연 구글 검색도 있고 다음 검색도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들이 혁신을 게을리해도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이거다. 유럽 구글 사건을 스터디하는 것은 좋지만, 나는 우리 경쟁 당국이 너무 외국 결정례를 따라하려고만 하는 것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아무튼, 디지털화 된 산업에서는 국내 시장 외부로부터의 경쟁 압력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런 고려는 지금도 하고 있지만 나는 디지털 플랫폼 산업의 경우 단지 지금 정도의 고려가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서의 수평적 경쟁 회복을 위해 개입하려면 '세계 시장'을 디폴트로 놓고 경쟁 당국이 확실하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내 시장이 세계 시장과 분절된다고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반경쟁적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세계의 속성을 생각한다면 경쟁법 집행으로 인위적으로 수평적 경쟁을 주입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내의 디지털 시장을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단절시키는 독특한 규제 체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면 이를 낮추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외국의 거대 자본(이런 국수적 표현을 난 정말 싫어하지만 아무튼)이 한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서 경쟁 압력을 활성화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국내 시장으로 보든 세계 시장으로 보든, GAFA가 별다른 경쟁 압력도 느끼지 못하고 세금도 내지 않고 마음껏 그 지위를 풍미하고 있는 유럽 상황은 정말 심각해보이지만... 아무튼, 여기는 한국이고, 우리는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디지털 세계는 기본적으로 국가 주권(state sovereignty)희석된 공간으로 아무리 국내 사업자가 국내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더라도 외부(세게 시장)로부터의 경쟁 압력에서 자유로울  없고 이러한 압력은 설사 (한국 시장의) 독점적 사업자라도 사회와 소비자들에게 이로운 끊임 없는 혁신을 위해 노력하도록 강제할 가능성이 높다(highly likely)는 점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지금까지의 논의는 수평적 경쟁 회복 관점에서만 경쟁법 집행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일뿐이다.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 업체들의 수직적 경쟁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vigilant"한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4. 혁신은 꼭 파괴적이어야 하나?


이건 정말 잘 몰라서 마음 속에 품고만 있는 의문인데, 정말 우버 서비스가 한국에서 퇴출 된 것이 많은 경제학자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사회 후생을 감소시키기만 했을까? 잘 모르겠다. 우버도 그렇고, 타다 서비스도 그렇고, 이들 사업자들이 퇴출된 것은 (개인적으로 불만이고)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국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로 증진된 사회 총후생은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카카오톡 서비스로 편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카카오톡이라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또 이런 모델들을 다 흡수해버리게 된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고(이 역시 사업자의 국내 플랫폼 시장 독점의 대표적 문제 사례인데 이미 3항에서 내 생각을 밝혔다), 현재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Kakao T 서비스를 통하여 소비자들은 우버나 타다가 제공하던 것과 유사한 수준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며(편하다), 택시 업계는 택시 업계대로 나쁘지 않게 사업을 해가고 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정치적 과정을 온전히 '비용'이라고만 한다면 모르겠으나, 그것을 사회적 의견 수렴과 구성원들의 학습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지금 우리나라의 결과가 많은 경제학자분들의 주장처럼 고비용과 비효율, 후생 감소로 매도되어야만 하는 것인지 난 잘 모르겠다.


혁신은 파괴적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파괴가  시장을 넘어서 기존 구성원들의 삶과 사회적 합의까지 파괴하는 폭력적인 것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물론 주어진 규제와 법 체계가 비효율적일 수 있고 그것을 고수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신뢰하고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연속성을 깡끄리 밟아버리는 혁신이 과연 신줏단지처럼 모셔야하는 가치인지 의문이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과거 택시 업계의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인 작태(분명히 말하지만, 일부의 일탈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에 정말 분노했고 이들에 대한 파괴적 혁신을 가져온 우버나 타다 등에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선전을 응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글쎄... 이런 문제와는 별개로, 내가 그동안 접했던 다수 경제학 학자분들의 효율성에 근거한 정부 정책 비판은 과연 얼만큼이나 타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서비스 품질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었으니 타다, 우버 같은 경쟁 서비스들이 들어왔어야 했다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아무튼. 이런 세미나의 좋은 점은 그 내용 자체가 좋아서 배울 점이 많다는 데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생각할 꺼리를 준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은 개인적인 단상 수준이고 좀 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뭔가 대화(interaction)를 통해서 진전시켜갈 때의 기분은 (설사 그러한 교류가 간접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할지라도) 참 좋다. 긴 시간 발표와 토론을 해주신 신동준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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