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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윤 Sep 30. 2020

한국의 플랫폼 규제(안)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제정 법률안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Photo from Yonhap news)


지난 9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물론 아직은 초안 단계로 앞으로도 의견 수렴 과정과 국무 회의 의결, 국회 통과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플랫폼 '규제' 논의가 한창이고(전에도 말했지만, 더이상 '왜' 규제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이'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딱히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힐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이르면 몇 달 내로도 도입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만능 입법 치트키로 통하는 '공정화'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 않은가? (매번 고배를 마시고 있는 차별금지법도 어떻게든 '공정'이라는 단어를 넣어야 했을까...) 아무튼. 좋든 싫든 이대로 도입될 가능성이 큰 이번 법률안에 대해서 몇 가지 드는 생각을 정리해봤다. (나중엔 나도 "Korea's Act on promoting fairness in business transactions through online intermediary platforms: First thougths by Sangyun" 이런거 혹시..)


1. 너무 빠른 전개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입법은 미리 결론을 정해놓은 윗 분들로부터의 지시와 이를 이행하는 실무 담당 공무원들의 해외 입법 동향 자료로 아주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플랫폼 규제는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는데, 최초 보도자료가 6월 25일 깜짝 발표로 나온 뒤 법안이 나온 게 9월 28일, 논의를 시작한 뒤 거의 3개월만에 법률안과 입법 예고가 나왔다. 아무리 사정이 다르다고 해도 초안 제정에 3년이 걸린 유럽연합에 비교할 때 3개월은 정말 너무 빠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비슷하게 (혹은 더) 관료적인 일본의 경우 2019년 6월부터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 거래투명화법 제정 시도를 본격화한 뒤 2020년 6월 3일 법을 공포했다고 하는데, 우리의 최종 입법은 이보다 얼마나 더 짧아질 수 있을까... 궁금하다.


2. 근데 이렇게 빨리 갈 필요가 있나?


혹자는 우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뒤쳐진만큼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실제 유럽에서는 2015년 전후로 디지털 플랫폼 규제로서 경쟁법의 한계를 인식하고 사전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이상윤·이황,2019: 280-281). 하지만 규제가 늦어져서 우리의 디지털 플랫폼 산업이 다른 나라들의 산업보다 뒤쳐졌나? 글쎄... 유럽에서 2000년대 초중반부터 대응이 늦었다는 말들이 많았던 것은 그때부터 이미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서 디지털 산업 발전이 매우 뒤쳐져 있고 특히 "GAFA"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에 의해 유럽 시장이 잠식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 역시 라쿠텐이나 야후재팬 등 유럽보다는 조금 낫지만 우리나라처럼 지역 기업이 글로벌 사업자들과 거의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런 가운데 '특정' 플랫폼들을 대상으로 한 법을 도입한 것이다. 그럼 우리의 상황이 이들과 같은가?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순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플랫폼 시장이 상당한 동태성을 띠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경쟁법 외에 플랫폼 사업자들을 타깃으로 한 별도의 강력한 규제 도입을 이렇게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과연 '다른 나라들에 비해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게다가 이미 우리 경쟁법(공정거래법)은 비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들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해 개입 가능하다는 것을 공정거래위원회 스스로 보여주지 않았나? 그런데 왜 새로운 법이 이렇게 빨리 필요한 걸까... 혹시 기본권 제약의 새로운 만능키인 "악성 비루스" 때문인가?!


3. 너무 넓은 범위


또 이번 법안을 보고 포섭 가능한 범위가 너무 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법안은 적용 범위를 유럽연합의 플랫폼 규칙(Regulation 2019/1150)처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온라인 플랫폼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 가지 유럽연합 규칙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 법안은 온라인 중개 플랫폼(intermediaries)만을 규정하고 있고 검색 엔진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는 점인데, 그렇다고 특별히 규율 범위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제2조 제2호)의 범위에 포섭되지 않는 순수한 검색 서비스는 현실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모두가 법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며 법안은 "de minimis" 규정으로서 매출액 기준으로 적용 범위 제한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후 대통령령의 규정 여하에 따라 매출액 100억원 이하,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하 업체들에 대해서도 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제3조 제2항 제1호, 제2호) 아직 불확실성은 커 보였다.


특히 (매출액 기준 외) 특별한 범위 제한이 없다는 점은 의아했다. 참고로 디지털 경쟁법이라 불리는 독일의 제10차 경쟁법 개정안은 제19a조에서 더 특별한 의무를 부과하기 위해 일부 플랫폼 사업자들을 "companies with paramount cross-market significance" 기준으로 선별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은 최근 도입한 플랫폼범에서 투명성 관련 의무를 "시행령 및 경제산업대신의 지정"으로 선별된 '특정' 플랫폼들에게만 부과하고 있다. 우리 법안은 이러한 제한 없이 모든 플랫폼을 새로운 규제의 범위에 모두를 포섭시키고 있는데 이런 접근이 크게 바람직해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유럽연합 규칙(Reg. 2019/1150) 역시 특별한 범위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계속 밝히듯 "GAFA"에 의해 시장이 잠식된 유럽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고, 또 설사 상황이 같더라도 우리 법안의 접근이 유럽 사례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유럽의 플랫폼 규칙은 온전히 계약법의 틀 내에서 투명성 의무들만 부과하고 있으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는 "Digital Services Act" 조차 소수의 대형 "gatekeeper" 사업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현재 우리 법안은 유럽연합보다 훨씬 나은 상황에서 훨씬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면서 이를 유럽연합처럼 전 산업 분야에 적용시키고 있다는 것인데, 과연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4. 불공정거래행위...


이번 법안은 강력한 플랫폼 규제 체계로 가는 본격적인 출발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게 보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제9조다 때문이다. 2배 과징금(제29조)도 동의의결(제27조)도 아닌, 현재 법안 제9조와 제3조 제3항이 결합하여 규정하고 있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말이다.


간략히 설명하면, 이번 법안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 규정에 우선하여 적용되는데(제4조), 제3조 제4항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는 "시장의 구조", "집중도", "사업능력의 격차", "거래 의존도", "재화 등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고 한다. 이어 제9조 제1항은 각호에서 불공정한거래행위의 예시를 나열하고 있는데, 구입강제, 이익제공 강요, 손해전가, 불이익 제공, 경영활동 간섭 등이 있다. 여러 가지 행위 태양이 나열되고 있지만 결국 경쟁 수준을 초과하여 상대방의 비용으로 과도한 이익을 도모하는 착취 남용 행위(exploitative abuse)를 엄격하게 금지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시장지배력 없는 상대 우월적 지위와 착취적 남용성을 플랫폼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판단하고 교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은 상당한 파격이다. 공정위가 내세우고 있는 외국 사례들조차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착취적 남용 행위 규제의 경제적 효과와 디지털 플랫폼 산업의 동태적 성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매우 신중한 논의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을 비롯한 다수 지역에서 비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마켓 파워와 이들의 불공정한 거래행위(unfair trading practices)에 대한 인정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경쟁법 집행의 주된 초점은 아직 경쟁 사업자 배제(exclusion)과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 저해 효과에 맞춰져 있음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나라들 이러고 있는 이유는 과잉 규제(false positive)가 초래할 수 있는 혁신 저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볼 서 있는데, 이는 그만큼 혁신을 저해하지 않고 디지털 플랫폼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공정 이슈들을 해소할만한 대안을 찾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연하게도 '비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착취적 남용행위 금지'가 그러한 대안으로서 적합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할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공정위는 특별한 연구 결과물이나 여론 조성도 없이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거의 최초로 위와 같은 파격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너무 나가거나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게다가, 계속 반복하지만, 우리는 다른 나라들보다 플랫폼 시장 상황이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 대체 왜? 이미 차고 넘치는 경쟁법 툴들을 두고 그 위에 또 규제를 추가하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필요한 경우 투명성 규제를 마련하는 데 만족하고, 부족한 부분은 단독행위 심사지침으로 보완하는 편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5. 거래상 우월적 지위와 부당성(9.30. 추가)


물론 이미 있는 관련 공정거래법 규정을 플랫폼 법으로 끌어온 것뿐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추후 ‘거래상 지위’와 ‘부당성’ 판단으로 긍정 오류(false positive)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하에서 위와 같은 장치들이 정말 제대로 된 필터링 역할을 해왔는지 여부는 제쳐두더라도, 이러한 주장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정말로 같은 내용일 뿐이라면 필요 없는 규정이고, 다른 내용이라면 기존 공정거래법 하에서 그나마 축적되어 온 법 적용 기준들을 우회하게 위한 입법이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가 과소 집행으로 플랫폼 산업에서 심각한 부정 오류(false negative)를 겪어왔다면 위와 같은 완화 입법이 필요하다고 수긍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네이버에 대한 사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시장점유율도 그리 크지 않은 2위 사업자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집행도 그렇고, 이미 집행 당국은 현 체계 하에서도 법을 계속 잘 집행해오고 있었다. 오히려 좀 무리한 법집행이 아닌가 싶은 부분들에 많았는데(예컨대, 요기요 사건에서 “theory of harm”으로 강조한 ‘사업자의 가격 설정 자유’ 같은 부분) 이러한 논란 거리를 아예 이번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아무튼 이미 던져진 주사위고 어떤 식으로 일이 전개되는지 계속 지켜봐야겠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규제 체계 강화로 오히려 진입 장벽이 높아져서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의 독과점적 지위는 강화되고 새로운 사업자들이 진입하게 될 여지는 많이 줄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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