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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윤 Jan 03. 2023

경쟁법을 영어로 연구할 때...(2)

4. Exclusion & foreclosure

(cont'd)


4. "Exclusion" & "foreclosure"


놀랍게도 둘은 같은 말이다. 현재까지 내가 아는 바 그리고 내 영어 경쟁법 실력으로는 그렇다. 나는 둘 모두 '배제'라는 뜻으로 서로 언제든 바꿔쓸 수 있는 관계로 이해하고 있다(interchangeable). 실제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남용행위 집행 지침(102 Guidance)을 봐도 둘은 큰 구별 없이 쓰이고 있다. 아래 문장이 좋은 예다.


19. The aim of the Commission's enforcement activity in relation to exclusionary conduct is to ensure that dominant undertakings do not impair effective competition by foreclosing their competitors in an anti-competitive way, thus having an adverse impact on consumer welfare, whether in the form of higher price levels than would have otherwise prevailed or in some other form such as limiting quality or reducing consumer choice.


물론 굳이 하려고 한다면  사이에 아예 구별을 두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간단히 문법적인 부분을 생각해보면 "foreclose"  자체로 배제하다는 동사로 쓰이기 때문에 "exclusionary conduct"처럼 "conduct"라는 단어와 함께 쓰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내용적으로는 "foreclosure"에는 '배제' 외에도 '봉쇄'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용법에서 약간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 , "competitors are excluded" "competitors are foreclosed" 같은 뜻이지만 "the market is excluded" "the market is foreclosed" 다른 뜻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개인적으로 일본 경쟁법* 학자분들과 단독행위(unilateral conduct) 관해 이야기할  ‘배제’보다는 ‘봉쇄’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foreclosure"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기는 하다.


 * 참고로 한국 경쟁법유럽식으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abuse of dominance)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일본 경쟁법(제2조 제5항 참고)은 미국식으로 독과점화(monopolization)를 막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비교표). 옛날에는 이러한 규정 형식의 차이를 기준으로 '폐해규제주의' 또는 '원인금지주의' 이런 구분들을 두기도 했었지만, 현대 경쟁법에서는 경제적 효과를 중시하면서 둘 사이에 크게 구별을 두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분들의 시각에서는 "exclusionary abuse"라는 단어가 주는 이질감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되도록 "foreclosure"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사실 '배제'라는 단어와 관련해서 "foreclosure"와 "exclusion"의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법상 '합법인 배제'와 '위법인 배제'의 구분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경쟁법에서 "exclusionary abuse"로 확인되었다(established)라고 할 때의 배제는 전자가 아닌 오직 후자의 배제만이다.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합법 배제와 위법 배제 경계는 어디일까?


이전 글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경쟁법이 금지하는 (현재 또는 잠재적 경쟁사업자) 배제는 배제의 시도나 행위 또는 계획  자체가 아니다(See Post Danmark II (2015), para 65; Servizio (2022), para 70). 그보다 문제되는 것은 어떤 배제 행위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배분적 비효율성(allocative inefficincies) 결과(consequences). ,  국가, 사회, 또는 공동체가 계획경제가 아닌 시장경제를 (원칙적인) 자원 배분 메커니즘으로 선택한 것은  사회가 시장경제를 통해 다수 사업자들의 자유로운 시장 진출입으로 인한 경쟁으로써  좋은 품질,  많은 혁신,  좋은 가격 등을 얻을  있으리라고 기대했기 때문으로서, 일부 배제 행위들이 이러한 기대를 좌절시킬 가능성이 농후한 경우(capable of restricting competition) 이들은 (사업자들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경쟁법 위반 소지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Lee (2022), pp. 10-13).


사실 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한 사업자들이 서로 '더 좋은 품질, 더 많은 혁신, 더 좋은 가격'으로 경쟁에 경쟁을 거듭한 결과 가장 배제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며 이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과다. 경쟁법은 이러한 경쟁을 권장하기까지 한다 (Post Danmark I (2012), para 22; Intel (2017), paras 133-134). 경쟁법이 금지하는 것은 다만 위와 같이 '실력에 의한 경쟁(competition on the merits)'을 벗어나는 사업행위들에 국한될 뿐이다. 왜냐면 정정당당하지 않은 경쟁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동등하거나 또는 그보다 효율적인 사업자들(equally efficient competitors)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소비자(consumers) 또는 고객들(customers)이 받게 되기 때문이다. (경쟁 시장에서 가능했을 수준보다) 더 높은 소비자 가격, 더 낮은 품질, 혁신과 선택권의 실종 등등이 우리가 독과점 시장에서 보는 부당한 배제(illegal exclusion/foreclosure)의 흔한 결과들이다.


즉, 경쟁법에서 금지되는 (시장시배적 지위 남용으로서의) 배제(exclusion/foreclosure)는 '정당한 실력에 의한 경쟁이 아닌 방법으로(conduct departing from competition on the merits) 경쟁 사업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낼 현실적 가능성(capability/likelihood)이 있는 배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위법한 배제행위로서 (중립적 의미로서 배제의 효과는 있다고 가정할 때) '정당한 실력에 의한 경쟁이 아닌 행위(conduct deviating from competition on the merits)'라는 것은 어떻게 판단할까?


내가 아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명쾌한 답변이나 정립된 기준은 다. 다만 최근에 나온 유럽법원(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CJEU') 판결들은 참고할 만한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작년 5 결론이 나온 Servizio (또는 Enel) 사건은 좋은 선례. 당시 유럽최고법원(European Court of Justice, 'ECJ')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는 더이상 시장 구조가 왜곡되지 않도록  특별한 책임을 부담하고   하나로서 '정당한 경쟁(normal competition)' 범주 내에서만 경쟁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한 (Servizio (2022), paras 74-76), 해당 범주를 벗어나는 행위의 (non-exhaustive)로서 (1) 경쟁 사업자를 제거하고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가격을 높이는  외에는 다른 어떠한 경제적 동기도 없는 가격 전략으로서 동등 효율성 경쟁자 테스트를 거치지 못하는 경우(para 77; paras 80-81) (2) 거래거절과 같은 비가격 전략으로서 원칙적으로 동등하게 효율적인 경쟁 사업자에 의해 모방되기 어려운(irreplicable) 행위의 경우(paras 78-79; paras 82) 등을 제시하였다.


결론은 이렇다. 경쟁법상 배제를 표현할  "exclusion" 쓰든 "foreclosure" 쓰든  차이는 없지만 배제(exclusion/foreclosure) 합법인 경우와 불법인 경우는 구별해서 사용해야 하고, 둘을 구별하는 기준으로서 정당한 실력에 의한 경쟁(competition on the merits) 범위를 벗어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 설명이 조금 장황해졌지만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to be cont'd...)


 * 2023. 2. 3. 일부 오탈자와 불분명한 표현들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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