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모든 게 정상이면, 나만 비정상인 건가》

by 지나가던 하루씨


전 재산을 잃었는데, 내가 좋아하던 커피는 여전히
아메리카노 두 잔에 7,000원이었다.

그게 어쩐지 기분이 나빴다.


뉴스에선 부동산이 오르고, 친구는 제주도에서 요가를 했고,
옆자리 동료는 주식으로 3배를 벌었다고 했다.

모두 잘 살고 있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나는, 카드 결제 알림만 울리면 심장이 내려앉았다.
배달앱을 켰다가 아무것도 시키지 못한 채 껐다.


라면만 먹으면 슬픈 건 아니지만,
계속 라면만 먹으면 슬프다.


사람들은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했다.

그 말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은,
“나는 네 이야기를 깊이 알고 싶진 않아”라는 뜻처럼 들렸다.

그게 배려인지, 회피인지 요즘은 헷갈렸다.


한밤중,
SNS를 보다가 누군가의 사진을 눌러봤다.

그 사람의 3년 전 피드까지 내려가 있었다.
결국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앱을 껐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누군가 너무 괜찮은 걸 보면
내가 더 나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침이 되면 나는 다시 씻고,
옷을 입고, 회사 없는 회사에 출근하듯
조용히 바깥으로 나갔다.

누가 보면 나는 멀쩡해 보였을 거다.

그리고 사실 나도 거울을 보면
조금은 그렇게 보였다.

그게 더 이상했다. 나만, 이상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모든 게 정상이면,

나만 비정상인 건가.

아니면, 내가 자연스럽고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지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내가 옳다고 믿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절대적으로.

그렇지 않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애초에 세상은 물기 없이 바짝 말라 비틀어져 딱딱하게 굳은 햄버거 패티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현관 앞에서 비가 내렸다.

우산이 없었고, 택배 상자 하나가 젖어 있었다.

나는 상자를 우산처럼 뒤집어 쓰고, 그냥 빗속을 걸었다.

그게 이상하게 나쁘지 않았다.


비를 맞으며 걸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기분,
나쁜 건 아닌 것 같다고.

이상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이상하게 선명한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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