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초짜리 기분이란?》

by 지나가던 하루씨

아침이 조용했다.

창문을 열었고, 병원의 수술대 공기같은 서늘한 바람이 들어왔다.

커피를 내리면서
나는 문득, 며칠째 울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게 신기했다.

예전엔 라디오에서 흐르는 노래가 나를 먼저 울리고 있었다.

날씨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나는 계속 변명할 먹구름을 찾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랍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회사 명함들을 꺼냈다.

더는 전화할 일도 없고, 찾지 않을 번호들이었다.

그걸 조용히 쓰레기통에 넣었다.
어떤 미련도 들지 않았다.
그것도 이상했다.

한때는 세상이 너무 시끄럽게 느껴졌다.

지하철 소리, 회식하는 사람들, 어딘가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

그게 왜 그렇게 날 아프게 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요즘은 오히려, 작은 것들이 위로가 된다.

편의점 주인이 반갑게 인사해줄 때,

버스기사가 승객을 맞이해주는 말 한마디.

나뭇가지가 바람에 손 흔들어주듯 움직일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린 아이가 나와 함께 탔다.

그 아이는 고사리 같은 손에 든 귤 조각을 내게 내밀며


“이거 아저씨 거야”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건 단 2초였지만,
오늘 하루의 기분이 정해진 느낌이었다.


그건 감정의 회복이라기보다
감각의 회복에 가깝다.


내가 다시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것.

그게 나를 붙잡는다.

누군가는 모를 것이다. 나는 여전히 실직자고,
미래는 여전히 흐릿하고, 취업 사이트를 뒤적이며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그런 나도 이젠 아침 햇살 앞에서 잠깐 멈춰 서게 된다.

그리고 문득, 살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면 충분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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