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도 모르게 웃는다.
문득 어이없는 밥값 계산서 앞에서,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은 빈자리 앞에서.
진심으로 웃는 건 아닌데,
억지로 웃는 것도 아니다.
웃음과 현실 사이 그 어딘가에 걸려 있는 표정이랄까.
그게 조금, 이상했다.
며칠 전, 오래전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생각난 건 아니었다.
그 사람은 내게 어려운 시절,
잠깐 기댈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린 뒤 연결됐다.
"어, 지금 좀 바빠서. 이따 다시 전화할게."
그게 마지막이었다.
내 소식을 들은 모양이다.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걸만한 용기는 없었다.
그 짧은 대화가
내 안에 무언가를 툭 밥솥 스위치 마냥 툭 꺼드렸다.
그 사람뿐 아니라
세상 전체가 나를 조용히 지나친 것 같았다.
나는 어쩌면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를 뒤집어 쓴 것일지도 모른다.
그날 밤, 편의점에 갔다.
캔맥주 하나를 들고 나와
아무도 없는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걷다 말고 문득 멈췄다.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던 내가
조금… 안쓰러웠다.
하지만 그런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으로,
“괜찮아. 세상은 어차피 혼자야.
다시 혼자가 되었다고 억울할 건 없을지도 몰라”
라고 작게 말한 것 같다.
혼잣말이었지만,
그 말이 그날의 위로였다.
달력을 보았다.
비어 있는 이번 달.
아무런 약속도, 연락도, 면접 일정도 없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 공백이 무섭지 않았다.
시간이 나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잠시 쉬는 곳 같았다.
아직 웃는 게 익숙하진 않다.
기쁨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어렵다.
그저,
예전보다 조금 덜 무거울 뿐이다.
그것만으로 오늘 하루는,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