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공간에 앉아 있었다.
이따금 책장 넘기는 소리, 누군가 가볍게 기침하는 소리,
그리고 에어컨이 꺼졌다 켜지는 낮은 진동음이 들렸다.
나는 책을 읽는 척을 하고 있었다.
사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활자 위를 시선이 지나가긴 했지만
의미는 흘러가고 있었다.
앞자리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나는 고개를 들었다.
작은 목소리였다.
책을 꽂으러 온 직원인지,
지나가던 사람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 말만이 남았다.
질문은 조용했고, 얼굴은 낯설었고,
그 모든 게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내가 그렇게 안 괜찮아 보였나?’
그 말이 내 하루를 흔들었다.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나는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아마도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책장을 덮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왔을 때는
해가 기울고 있었다.
길 위 사람들의 말소리는
내게는 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걷기 시작했다.
어딘가로 가는 것도,
무엇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었지만.
'괜찮으세요?'
그 질문이
잔잔하게 귓속에서 반복됐다.
바다의 심연처럼 깊숙한 어딘가에 숨겨 놓은 불안과 걱정이 들켜버린 것 같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던 것였으리라.
이런. 참
숨길 수 없는 거였나?
그녀에게는 그게 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내게 관심이 있어서였을까.
훗—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니야. 아니지, 설마.”
이상한 상상을 지우며
집으로 돌아와
물 한 모금을 넘겼다.
오늘은,
손끝에 닿은 물방울의 냉기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세상은 아직 조금,
불편했지만
그녀는 왜 나에게
그 말을 건넸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