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깨소금이 쏟아지던 신혼시절, 뭔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깼다. 아뿔싸, 새신랑이라는 사람, 코골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날 잠과 사투를 벌이다가 거의 날밤을 샜다.
똑바로 잘 때보다 옆으로 자면 코를 골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남편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 오른쪽으로 돌렸다 하다 보면 다음날 다크서클이 장난이 아니다.
참다 참다 스팀이 올라올 즈음에 씩씩거리고 배 게를 들고 아이들 방으로 피신을 할 때가 많았다.
그날 잠과 사투를 벌이다가 거의 날밤을 샜던 나는 비몽사몽으로 벌겋게 충혈이 된 체 하루를 보냈다. 남편은 일 때문에 일주일에 서너 번은 술을 마셨었는데, 어느 날 남편은 술에 잔뜩 취해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으로 왔다. 남편은 손만 대충 씻고 그대로 자리에 누워 잠에 빠졌는데 갑자기 머리 아파 죽는다며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쳐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평소에 머리에 손대는 거 아주 싫어했다.
이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남편이 처음 교회를 나오던 날, 목사님이 남편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해주신 일이 있었다.
머리에 손대는 것을 너무나 싫어했던 남편은 목사님께 화도 못 내고 인상을 잔뜩 쓴 채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나는 실눈을 뜬 채 바라보다가 남편과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심장이 쿵 내려앉았던 기억이 난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 머리에 감히 손을 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튼, 과음 탓에 새벽에 깬 남편이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며 기도를 해달라는 게 아닌가,
기회는 이때다 싶어 머리를 새게 두드리며 진심으로 기도를 해주었다. 이제 사 고백이지만 솔직히 그날 뭔가 모를 쾌감을 느꼈었다.
30여분이 지나자 남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남편의 표정을 살폈다.
“당신, 어제 새벽에 머리 아프다며 때려달라고 했던 거 기억나?”
“내가 언제? 사람 참 별소릴 다하네.”
전날 제법 세게 머리를 쳤는데도 남편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남편은 술 때문에 머리 아프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남편은 일 때문에 술을 마시기는 하지만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등산 카페를 통해 735.6km나 되는 백두대간을 종주를 했었고, 주말이면 산 정상에 있는 정자에서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 무료로 지도하는 것을 알고 주변에서 운동을 배우고 싶어 하는 문의가 많지만 인원 제한 때문에 4명만 받고 있다.
반면 우리 세 모녀는 운동에 그야말로 잠방이다. 살이 얼마나 쪘는지, 언제부턴가 치마가 내 삶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일한다는 핑계로 몸을 돌보지 않은 결과, 15kg가 쪘고 현재는 맞는 옷이 하나도 없다. 올해는 열심히 운동해서 살도 빼고 건강도 되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