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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서기 Aug 30. 2021

소중한 선물

깜짝 서프라이즈


얼마 전 수년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수강생으로부터 귀한 반지선물을 받았다. 공방 근처에 있는 귀금속 매장에서 내 손가락에 맞게 주문을 넣어준 것이었다.

수업도 없는 날 들렸길래 반가워하자 수강생 갑자기 나를 근처 귀금속 매장으로 이끌어서는 반지를 선물하고 싶다는 말을 해왔다. 특별한 날도 아니었고, 받아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기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꼭 받아주었으면 좋겠다고 거듭 부탁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쌤한테 꼭 특별한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부담 없이 그냥 받아주세요"하기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받았다. 눈물이 났다.

얼마 만에 느끼는 설렘인지 계속 손가락만 쳐다보았다.

솔직히 너무 좋았지만 이렇게 넙죽 받아도 될지, 정신이 없었다.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반지 선물을 받아보긴 난생처음이다.

요즘같이 힘든 시국에 반지 선물이라니...

진짜 당황스럽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날 저녁 신랑에게 말을 하자 신랑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조심하라는 일침을 날렸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평소에 죄다 퍼주는 스타일이다 보니 손해 보는 일이 다반사였고, 상대로 인해 본의 아니게 구설수에 오른 적도 적지 않았다. 실수가 많다 보니 그런 점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런 일들을 겪고 나면 '정신을 바짝 차리자' '냉정해지자' '지나치게 잘하려고 하지 말자' 결심을 하지만 그때뿐, 지나고 나면 또다시 이전 모습으로 회기 해버리는 나 자신을 보면서 자책도 참 많이 했다.

나이가 들면 좀 나아질까 기대도 했지만, 성향이라는 게 어디 연습한다고 쉽게 달라질 수 있는 일인가.


중학교에 막 입학하면서 언니가 축하한다며 금반지를 선물한 적이 있었다.

언니와 나이 차이가 십 년이다 보니 내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언니는 이미 직장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그 반지를 보게 되었고, 몇 날을 달라며 조르길래 냅다 주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참 멍청한 짓이었다.


사회인이 되고, 결혼을 한 시점에서도 그런 바보 같은 일들은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녔고, 내가 마음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하는 이들도 많았다. 친한 친구에게 큰 배신을 당한 이후로 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었다.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이 내게 있어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오래전 내가 활동던 어떤 기관에서 도둑 누명을 쓴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은 죽음을 생각할 만큼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십 년 넘게 큰 고통을 감내하며 지내 던 어느 날, 그 당시의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지인을 통해 그때의 사건에 대해 듣고는 큰 충격을 받다. 알고 보니 조작된 사건이었고, 나를 이용해 큰 사기를 계획했던 일들로 인해 결국 그 담당자가 형을 받고 청주 교도소로 이감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당시 나는 물질적으로 입은 손해는 없었으나 다른 이들은 최소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를 함께 전해 들었다.

오래전 일이지만 이름조차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씁쓸한 기억으로 남았다.


젊은 시절 나 스스로가 참 바보 같다는 자책감에 시달렸었고, 지독한 열등감에 시달리는 적도 많았다.

결혼을 하면서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신랑을 만나면서 그런 성향이 더 심해졌지만,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공방을 하면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사람을 두려워했던 내가 지금은 사람 만나는 일들을 즐길 만큼 여유가 생겼다. 여전히 퍼주는 거 좋아하고 손해도 감내할 때가 있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그런 성향이 이제는 싫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는 그런 나로 인해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는 일이 기쁘다.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예술의 세계도 점차 폭이 넓혀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공모전에서의 수상이력들이 조금씩 늘어간다는 사실에 새삼 자신에게 칭찬을 주고 싶어졌다.

나도 잘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손해 보는 일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때가 됨에 결국 진심이 통하게 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특별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마음이 존재한다.


이 나이에 내가 느끼는 것은 나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나쁜 마음이 문제지


                                                      캘리그래피 '반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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