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영업사원 직무 이야기
전기차 신공장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서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라는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를 요즘 가장 ‘HOT’하다는 Chat-GPT4를 통해 알아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답변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같았다. PLC는 말그대로 공장을 구성하는 핵심제품 중에서도 가장 핵심 제품이라 할 수 있겠다.
자동차 시장에서 PLC와 LS ELECTRIC의 현주소
PLC라는 제품의 개발이 자동차 공장을 자동화하기 위해서 였다는 점에서 자동차 공장에서 PLC라는 제품이 가지는 의미나 중요성은 여타 다른 공장에 비해 특히나 크다고 할 수 있다.
신규로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는데 PLC 사양을 선정하는 것은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너무나 큰 고민이다. 실제로 자동차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 대부분 PLC 사양을 가장 먼저 검토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PLC가 다양한 기계와 장치를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는 점에서 PLC 사양이 무엇으로 선정되느냐가 공장을 구성하는 많은 제품 사양 선정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프로젝트 담당자가 PLC 사양을 선정하는데 고민을 가중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하다고 강조가 되고 있는 PLC에 대해서 LS ELECTRIC의 현주소를 말하자면 2020년 광주글로벌모터스,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 프로젝트를 적용한 사례가 있으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비하면 자동차 시장에서 LS ELECTRIC의 PLC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경쟁률 500:1 생산직 평균 연봉 1억, 정년 보장 ‘꿈의 직장’
울산 현대차 전기차 신공장은 국내에서 현대차가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짓는 신공장이며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기아차 화성공장과 함께 유명세를 탔었지만, 최근에는 ‘400명 생산직 모집에 18만 명 지원’이라는 타이틀과 ‘꿈의 직장’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진 공장이다.
사실 현대차 영업 담당자로 신공장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는 오래 전부터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었고, 울산 2공장 담당이 신공장 담당자로 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올해 초였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안심과 걱정이 공존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울산 2공장은 LS ELECTRIC에 인버터(모터 속도 제어용 기기)라는 제품을 오랜 기간 사용해 오던 공장이라 담당자와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그나마 프로젝트 담당자가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안심이 되었지만 서로 잘 아는 사이다 보니 오히려 걱정이 되는 부분이 생겼다.
내가 아는 담당자는 동일 직무를 하는 다른 현대차 분들보다 현장 경험이나 기술 수준이 높고, 무엇보다도 문제가 발생하면 본인이 납득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성향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즉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국산화를 위해 LS ELECTRIC PLC를 사용해야 한다고 독려하더라도 본인이 기술적으로 검토해서 아니라고 판단되면 설득이 어려운 분이었기에 영업이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생긴 것이다.
전기차 신공장 LS ELECTRIC PLC사양 확정
오랜 기간의 검토와 고민으로 울산 신공장 PLC 사양을 귀사의 시스템으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제가 현업에서 겪은 LS의 문제해결 능력과 신속한 대응에 대하여 믿음을 가지고 외산 메이져 업체를 뒤로하고 함께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PLC 선정 결과는 LS 일렉트릭의 노력에 대한 마침표라기 보다는 국내 기술력을 증명하기 위한 위대한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하중략)
2공장에서도 D/L 인버터 오버런 발생과 플랫폼 대차 동작이상 관련하여 현장 보전 인원들에게 LS인버터에 대한 신뢰성을 잃을 뻔 하였으나 이동호 책임과 기술인원들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오히려 제품의 이미지가 더 좋아졌던 사례를 참고하여, 향후에도 변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이하생략)
<울산 전기차 신공장 담당자 이메일 내용 발췌>
내 걱정과는 다르게 영업을 시작하고 2개월 남짓이 지난 3월 14일 화요일 담당자로부터 위와 같은 메일을 받았다. 내용이 길고, 기술적인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여기에 모두 담을 수는 없으나 단순히 LS ELECTRIC으로 PLC 사양을 선정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고민이 많이 담긴 글이었다. 추후에 담당자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장작 4시간 동안 정성 들여 위와 같은 메일을 작성했다는 말에 다시 한번 감동할 수 있었다.
물론 사양 확정 메일을 받기 전까지 제안서 발표, 현대차 내 유관부서 국산화 독려, 울산 현대차 내 재고창고 PLC추가 제안 등과 같이 프로젝트 영업담당자로 내가 할 수 있는 업무들은 모두 실행에 옮겼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사양 결정은 빨라도 너무나 빨랐다. 실제로 전체 일정이 3개월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던 기아차 화성공장 프로젝트보다도 오히려 1개월 이상 빠르게 사양을 결정했다. 덕분에 경쟁사와 LS ELECTRIC 사이에서 먼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기아차 화성공장 프로젝트 담당자도 결국에는 최근 LS ELECTRIC으로 PLC 사양을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해오며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달성했다. 사실 현대차 신공장 담당자가 이렇게 빠르게 사양을 선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담당자가 보내준 메일에 힌트가 있었다.
전기차 신공장 LS ELECTRIC PLC선정 비하인드
신공장 담당자가 근무했던 울산 2공장에 문제가 발생한 건 2019년 7월이었다. 모터 속도제어를 하는 인버터가 동작하라는 신호를 받지도 않았는데 동작을 해서 D/L(Drop/LIFT)이라는 설비에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불만내용을 접수했다. 서비스 부서와 현장점검을 했으나 특이사항이 없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이후로는 문제가 재현되지 않아서 이 때는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났다.
그러고는 한 해가 지나서 2020년이 되었는데 7월~8월경 동일한 현상이 추가로 발생되었다. 그러고는 또 아무 문제없이 설비가 동작되고 있으니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오죽하면 당시 담당자는 인버터가 계절을 타냐는 우스개 소리와 함께 유독 장마기간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니 습도나 온도와 같은 내환경성 테스트를 요청하였고, 품질부서 주관으로 진행하였으나 문제가 없었다.
사실 인버터라는 제품 특성상 이러한 오해를 많이 받게 되는데, 이번에는 발생빈도가 현저히 낮은 현장에서 원인을 찾아 내야 하는 부분이 어려운 일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술부서에서 인버터 상태를 오랜 기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 소위 ‘인버터 블랙박스’를 고안해 냈다.
사실 인버터 상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측정장비는 시중에 판매하는 오실로스코프나 파워메타와 같은 측정장비들이 있다. 하지만 워낙 고가 제품이라 측정을 하고자 하는 D/L설비가 10군데나 되고, 몇 달 뒤에나 발생할지 모르는 현장에 모두 설치해서 관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에 반해서 ‘인버터 블랙박스’는 LS ELECTRIC이 가지고 있는 제품을 조합해서 손쉽게 만들 수 있어서 현장 맞춤형 Solution이 될 수 있었다.
마침내 ‘인버터 블랙박스’를 D/L장비 10군데 모두 설치하고나서 다행히 고객이 제품에 대한 신뢰를 다시 가질 수 있도록 문제에 원인을 분석해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고객과의 소통이 고객에게는 큰 감동을 준 것 같았다.
현대차 신공장 담당자에게 사양확정 메일을 받자마자 당시에 기술지원을 했던 담당자분들을 수신자로 감사인사 메일을 드렸지만,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3년 간 문제해결을 위해서 노력한 기술부서 담당자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숨은 공로자들은 그들이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불만족스러운 고객을 다루는 것은 실제로 기회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으며,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그들을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
- 빌 게이츠 (Bill Gates)
전기차 신공장 담당자가 메일에서도 언급했고, 직접 나에게 해준 말이 지난 3년 간 LS ELECTRIC이 보여준 모습에서 신공장에 PLC사양을 정하더라도 믿을 수 있겠다는 신뢰를 주었기에 빠른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불만족스러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면 충성스러운 고객이 될 수 있다는 빌 게이츠의 명언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기술영업사원이 해야 하는 업무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업무는 고객이 힘들어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주는 ‘고객 솔루션 제공’ 이 아닐까 싶다. 고객에게 처음부터 모든 답을 줄 수 있는 만능 영업사원이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고객이 힘들어하는 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고객과의 소통은 배움의 기회이자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고,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만능 영업사원까지는 아니더라도 고객에게 솔루션과 감동을 함께 줄 수 있는 영업사원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