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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Oct 17. 2024

대기업 마케터 10년차가 전하는 프로모션 이야기

3편 브랜딩, 슬로건 발굴

브랜딩은 이름을 짓는 것이다. 기업의 이름인 ‘사명’에서부터 ‘제품’이나 ‘서비스’를 일컫는 이름까지 다양하다. 즉, 기업의 미션 (조직이 계속 짊어져야 할 사회적 사명)과 비전 (조직이 목표로 삼아야 할 이상적 미래) 아래에서 기업의 사명이 만들어지고, 각 제품과 서비스의 이름들도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브랜딩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브랜드가 넘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만큼 의미 있는 브랜드 가치를 주지 못하면 사람들에게 잊히기 십상이다. 소비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 것인가,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가 브랜드로 인해 시작되고, 지속성을 가져가게 된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사명부터 바꾸다

LS ELECTRIC은 2020년 3월, ‘LS산전’에서 ‘LS ELECTRIC’으로 사명을 변경하였다. 영문으로 사명을 변경하게 된 이유는 더 이상 국내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사명 변경은 몇 달간의 프로젝트로 진행되었으며, 임직원 인터뷰 및 기업 미션, 비전을 검토하는 등 대대적인 단계를 거쳐서 진행되었다. 


사명이 변경되면 기업의 간판은 물론이고, 홈페이지, 회사 내외의 모든 문서들, 외부에 나가는 카탈로그, 매뉴얼, 광고지 등의 문구들도 변경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거래선(특약점)의 사무실에도 변경되는 항목들이 상당히 존재한다. 직접적인 변경 금액도 상당하고 이를 변경하는데도 직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사명 변경은 심사숙고하여 잘 정해야 하며, 변경 후 고객들에게 변경된 사명을 알리는 활동도 굉장히 중요하다. 


사명을 통해 기업이 ‘무엇’을 하는지를 중요하지만, ‘왜’ 그것을 하는지도 자연스럽게 나타내는 게 중요하다. LS ELECTRIC의 경우 ‘Futuring Smart Energy’라는 미션 하에 효율적이고 편리한 스마트 에너지로 사회에 안전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미션의 내용을 사명에도 녹아 들게 하여 ‘ELECTRIC(전기를 이용하는, 열광케 하는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수단이자, 회사의 주사업을 나타내는 대표성을 띄는 단어를 활용한 것이다.  



대표 제품 브랜딩, G100  

LS ELECTRIC 자동화CIC에서 가장 고객들에게 잘 알려진 제품은 드라이브 간판 브랜드인 ‘iG5A’이다. 산업설비를 비롯해 공조기, 펌프, 컨베이어 등 동력설비에 적용되는 자동화 핵심 설비이다. 지금은 단종된 제품이지만, 2003년 첫 출하된 이후 17년간 378만 대가 판매되며, 국내 기업 최초이자 단일 드라이브 제품 최다 판매를 기록한 제품이다. 


당시 고객, 거래선 인터뷰를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iG5A는 (어느 편의점이나 있는 것처럼) 신라면 같은 제품이다”, “경쟁사 고객들도 iG5A를 쓰는 고객이 많다”, “워낙 많은 고객들이 찾으니 경쟁사 대리점에도 iG5A는 있다”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한 제품이 17년간 지속되다 보니 아무리 인기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신제품으로 교체되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 2021년 신제품을 출시를 앞두고 신제품 브랜딩에 대한 논의 활발히 진행되었다. 


제품 브랜딩은 드라이브 담당자들과 마케팅 담당자들이 함께 안을 내고 내부적인 투표를 통해 이루어졌다. 다른 신제품들과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100’을 붙이고, iG5A가 범용 드라이브인 점을 강조하기 위해 General의 ‘G’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iG5A에 익숙한 고객들에게도 iG5A 단어 안에 들어있던 G를 끌어내 쓰는 것이 iG5A의 바통을 이어받는 후속 모델임을 알리는 점에서도 효과가 있었다.  


기존 모델의 이름을 활용하면서도 그 장점을 그대로 이어가 고객들에게 쉽게 인지될 수 있도록 네이밍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물론 브랜드의 탄생만이 모든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그 브랜드가 계속 생명력을 가져가고,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스토리도 담겨야 하고, 끊임없는 홍보활동도 필요하다.  



슬로건 발굴, 임직원의 창의성을 활용하라

그렇다면 슬로건은 무엇인가? 기업 비전과 그 회사에서 사용하는 슬로건에 대해서 브랜드 전문가 민은정 버벌리스트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기업의 말’로 만든 기업 비전을 ‘고객의 말’로 바꾼 것을 기업 슬로건이라 부른다. 


GS 칼텍스의 ‘I am Your Energy’가 좋은 사례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미래의 비전을 고객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슬로건으로 바꾼 것이다. 


2023년 여름, 자동화CIC 전 구성원의 품질 마인드 고취 및 실행을 위한 『Zero Defect 캠페인 선포식』을 프로모션 파트에서 맡게 되었다. 기업 전체를 대표하는 슬로건은 아니고 특정 행사를 나타내는 슬로건 제작 업무였다. 나는 이 행사에 사용할 슬로건을 임직원 공모를 통해 진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Zero Defect 캠페인 선포식』이 품질 향상을 위해 전 임직원이 다 함께 결의를 다지는 행사이기도 하고, 행사 이후에도 품질에 대한 경각심이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외주업체에 일정 컨설팅을 통해 슬로건을 채택하면 외부에서 마련해준 슬로건이 우리 임직원들의 마음속에 그리 와닿지 않을 것 같았다. 또한, 프로모션 파트에서 2~3명이 머리를 맞대고 슬로건을 지어서 현수막을 만든다고 한들 하루살이용 현수막 문구일 뿐 임직원들의 머리 속에 그다지 남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임직원 공모를 하게 된 것이다. 짧은 응모 기간에도 불구하고 90여 개가 넘는 슬로건이 응모되었다. 이 중에는 창의적이고 상당히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슬로건도 많았다. 


실제로 임직원들이 직접 고민을 하여 만든 슬로건이니 공모 과정에도 관심을 가졌고, 1등이 어떤 슬로건인지도 궁금해하였다. 


실제로 1등만 공개되어 행사에 사용되었으나, 그동안 비공개였던 다른 응모작들도 몇 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불량은 제로, 퀄리티는 히로! (‘히로’는 LS ELECTRIC 자동화CIC 마스코트임)

-Zero Defect, Limitless Satisfaction ("결함 없는 품질 = 한계 없는 만족")

-Create value with the highest quality (최고 품질로 가치를 창조하다.)

-Quality Beyond Zero Defect (Zero Defect 이상의 품질을 추구하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는 슬로건)

-품격은 품질이 결정한다 (제품의 이미지가 곧 기업의 이미지인 만큼, 품질이 기업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의미의 슬로건)

-Quality is not a choice, it's our value. (품질과 다른 가치(원가, 시간)가 상호 충돌할 때 고민하지 말고 품질을 선택하자는 의미)

-품질 올리자 월급 올랐다! (품질 향상을 통해 임직원에게 기대되는 보상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슬로건)


두차례의 임직원 투표 과정을 통해 1, 2, 3 등의 슬로건을 선별하였고, 1등으로 선별된 슬로건은 아래와 같다. 


-Zero Defect, Huge Effect! (완벽한 품질을 보장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을 향한 새로운 도약이라는 거대한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의미를 담음)  


‘Defect’와 ‘Effect’에 라임을 맞추고 ‘Zero’와 ‘Huge’에는 반대되는 단어를 넣어 짧지만 재미있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참여한 임직원에게 소정의 상금이 전달되고, 이 슬로건은 전사적으로 각 사업부에 뿌려지며 사업장마다 현수막과 배너로 제작되었다.


슬로건 제작 과정과 투표 과정에 임직원을 함께 참여시키니 1등에 대해 불만 있는 소리도 없었다. 전문 컨설팅업체를 사용한 것에 비하면, 비용 면에서는 단연코 절감 효과가 있고, 우리 회사 상황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임직원이 참여하여 만든 슬로건이니 우리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슬로건이 제작된 것이다. 또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안들이 창의적으로 많이 제안되어 꽤 성공적인 슬로건 제작 과정이었다.   


기업의 미션이나 비전 혹은 중대한 상품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경영진의 의견들까지 경청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번과 같은 캠페인 슬로건 제작과 같은 경우는 임직원의 공모 방법이 훨씬 빠르고 다양한 의견을 쉽게 받을 수 있어서 효과적이었다.  


내 위치가 시장의 넘버원이냐, 혹은 도전자이냐에 따라서도 슬로건은 달라진다. 넘버원의 슬로건은 시장을 크게 보고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문구가 많다. 반면, 도전자들은 넘버원에게 자꾸 싸움을 걸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숙취해소음료 정관장369는 슬로건을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경쟁제품인 ‘컨디션’을 공격하며 위트있는 문구를 만들기도 하였다. 빙그레 투게더는 “원유가 아닌데도 좋았나?”라고 하며 해태 조안나를 공격하는 문구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물론 B2B 시장에서 이렇게 도전적인 문구들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앞으로 LS ELECTRIC에서도 재미있거나 도전적인 슬로건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봐도 좋겠다. 



50주년을 맞이하는 통합브랜드, Beyond X

올해로 50년을 맞이하는 LS ELECTRIC에서는 새로운 통합 브랜드 “Beyond X”를 제작하였다. “Beyond Expectations(기대, 그 이상의 가치를 창조한다)”라는 의미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 고객 가치를 전달하고, 기기를 넘어 솔루션을 제공하며, 미래의 확장성을 담은 큰 그릇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통합브랜드는 브랜드 전문업체에 의해 탄생하였지만, 임직원들의 수많은 인터뷰와 다양한 협의 과정을 통해 수십 건의 안들을 검토하며 선정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제품, 솔루션, 서비스 브랜드들이 존재하였는데, 이를 하나로 통합하며, 새로운 50년을 향해 나아가는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담았다. 


브랜드는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알리고 키우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앞으로 새로운 통합브랜드 Beyond X를 고객들이 직접 느끼고 경험하도록 다양한 활동들이 전개될 것이다. Beyond X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이 LS ELECTRIC의 변화와 혁신을 느끼고,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공감해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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