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QS부서 품질 담당자로서 느낀 책임감
처음 해외출장을 간다는 말에 주변 동료들이 한마디씩 건넸다.
"힘들겠다, 고생해라”
힘들겠다는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사실 힘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설렘과 긴장감이 더 컸다.
입사 전부터 꿈꿔왔던 해외 출장이었고, 품질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떠나는 첫 출장이라는 점에서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찾아왔다.
출장지는 영어로는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나라, 중국. 나의 역할은 새로 소싱한 업체의 제품 품질을 현지에서 직접 점검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였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부터 도착까지 내내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품질 검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현지 직원들과의 소통은 원활할지, 문제 발생 시 대응책은 무엇일지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에 비행기 좌석에서도 좀처럼 편하게 앉지 못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과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 돌릴 때쯤, 동행한 구매부서 직원분께서 가벼운 농담으로 긴장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중요한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필수 자재를 QS 대표로서, 아니 회사의 대표로서 신규 업체 제품을 직접 확인하는 중요한 임무였기 때문에 나는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도착 후 호텔에서 짐을 풀고 곧장 업체로 이동했다. 공장 입구에서 현지 직원들과 처음 인사를 나눌 때 마음속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다행히도 업체 직원들의 환한 웃음과 따뜻한 환대 덕분에 조금씩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첫날부터 본격적인 품질 점검이 시작됐다. 품질 담당자로서, 실제 해외 현장에서 품질 검사를 직접 참관하고 확인하는 과정은 사전에 준비했던 것보다 훨씬 더 꼼꼼하고 복잡하게 진행했다. 내전압 시험, 부분방전 시험부터 시작하여 외관 및 치수 검사, 뇌충격 내전압 시험, X-ray 검사, 마지막으로 기계적 강도 시험까지 이어지는 검사 과정을 철저하게 수행했다.
내가 현장에서 수행한 품질 점검 항목은 아래와 같았다.
하나의 검사도 놓치지 않고 세부적으로 점검하며 현지 직원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검사 과정 중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으면 즉시 질문했고 현지 직원들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QS부서 직원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X-ray검사와 내전압 시험을 수행하는 동안 작은 내부 기포가 발생할 경우 장기간 사용 시 부분방전의 원인이 되어 결국 제품의 수명을 크게 단축시키고 심지어는 전력 설비의 중대한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현지 기술자들과의 대화와 시험 결과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했다.
눈에 보이는 결함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부까지 철저히 점검하는 QS 부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었다.
모든 시험을 마치고 품질에 이상이 없음을 최종 확인했을 때의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제야 비로소 긴장감이 풀리고 출장지에서의 일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업체 직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현지 음식과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은 출장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특히 현지 직원들이 추천한 식당에서 맛본 중국 요리는 긴장으로 지친 나를 힐링해주는 최고의 선물과도 같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밤, 낯선 도시의 밤거리를 바라보며 나는 이번 출장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첫 해외 출장의 긴장과 설렘, 품질 점검을 완수했다는 뿌듯함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소통의 즐거움까지 모든 순간이 소중한 배움이자 기억이었다.
출장 마지막 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앞으로의 업무와 또 다른 출장에 대한 기대와 고민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 출장을 통해 해외 출장이라는 것이 단순히 업무적인 부담이 아니라 더 큰 성장을 위한 계기라는 걸 깨달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QS부서 직원으로서 더 많은 출장과 현장 점검을 경험하게 되겠지만 첫 출장이었던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나에게 큰 자산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에 도착해 익숙한 사무실에 다시 들어섰을 때, 문득 책상 위에 놓인 출장 보고서와 현장에서 메모해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쌓여 있는 출장 보고서들을 바라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잠시 막막했지만 보고서 속 촘촘한 데이터와 현장에서 급히 적어 둔 메모들은 길었던 여정의 순간들을 생생히 되살려 주었고 품질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이번 출장 경험을 통해 현장과 이론의 간극을 좁히고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품질 관리자로 성장할 준비가 되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도 품질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슴 깊이 새기고 회사가 나에게 맡긴 중요한 업무들을 차근차근 수행해 나가겠다고 마음을 굳게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