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시대, 신입 PLC 하드웨어 개발자의 자세

by LS ELECTRIC

1. 피지컬 AI의 출현을 위한 배경: 하드웨어

최근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피지컬 AI(Physical AI)’다. 인공지능이 화면 속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처럼 물리적 ‘몸’을 가진 형태로 우리 곁에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던 기계가 인공지능의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개체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피지컬, 즉 육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로봇의 관절, 센서, 모터와 이들 모두를 작동시키기 위한 PCB¹(Printed Circuit Board) 부품들을 통칭하여 ‘하드웨어’라고 부른다. 아무리 뛰어난 AI 알고리즘이라도 이를 구현할 하드웨어가 부실하면 실제 동작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마블 영화 속 ‘자비스(JARVIS)’가 명석한 두뇌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육체인 ‘비전(Vision)’으로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는 물리적인 활약을 펼치기 어려웠던 것과 같은 이치다. 즉, 뛰어난 두뇌를 실제 움직임으로 구현하게 하는 하드웨어 개발은 피지컬 AI 시대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나는 LS ELECTRIC 자동화 연구소에 입사하여 하드웨어 개발자로 일하게 되었다. 제어계측공학을 전공하고 임베디드 시스템 관련 대학원을 졸업하며 나름의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으나, 입사 후 마주한 하드웨어의 실체는 예상보다 훨씬 낯설고 거대했다.



¹ 절연체 판 위에 구리 배선을 입혀 저항기, 콘덴서, IC 등 전자 부품을 고정하고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부품


그림1.png 그림 1 마블 코빅스의 Vision


2. PLC: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항상 ‘동작’ 해야 하는 의무

자동화 연구소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마주한 것은 투박한 네모 박스 형태의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였다. PLC는 산업 현장의 기계들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정확하게 동작하도록 제어하는 '산업용 두뇌 컴퓨터'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PC가 문서 작성이나 게임을 위해 존재한다면, PLC는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로봇 팔, 엘리베이터와 같은 기계 장치들을 관리하기 위해 태어났다.


PLC의 가장 큰 특징은 가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안정성'이다. 먼지가 많거나 온도가 높은 공장 내부에서도 24시간 내내 오류 없이 기계를 작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PLC는 센서를 통해 상황을 판단하는 '지능'의 역할과 그 명령을 전달해 모터를 돌리거나 밸브를 여는 '제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산업계의 비전(Vision)과도 같은 존재다.


그러나 연구소의 현장은 이 생소한 장비에 대한 지식을 차근차근 쌓을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입사 한 달 만에 PLC 파워 설계부터 레이아웃까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실전 업무가 주어졌다. PCB라는 판 위에 PLC 동작을 위한 부품을 배치하고 알맞은 전원을 공급하는 설계 도면을 그리는 ‘레이아웃’ 과정은 신입인 나에게 거대한 장벽과도 같았다. 첫 시작은 막막했으나, 그 돌파구가 되어준 것은 바로 AI 도구였다.


그림2.jpg 그림 2 LS ELECTRIC PLC XGK


3. 시간과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 AI를 활용한 설계 역량의 내재화

2025년 초, 입사 시점은 회사 차원에서 AI 활용을 적극 장려하던 시기였다. 전용 GPT 인프라를 통해 하드웨어의 지식과 원리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고, 이는 구글링에 수 시간을 허비하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효율을 제공했다. 대화형 검색은 신입 개발자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었다.


특히 특정 부품의 본질적인 역할을 파악하는 데 AI를 적극 활용했다. “저항은 어떤 원리로 제작되었고 회로에서의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인가?”와 같이 부품에 숨겨진 물리 법칙과 원리를 먼저 파악한 뒤, 그것이 실제 회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려 노력했다. 인터넷의 파편화된 정보와 달리,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AI의 가이드는 하드웨어의 기초를 이해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교육 도구였다.


때로는 물리적인 원리가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때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며 개념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집요한 꼬리 질문을 통해 하드웨어라는 낯선 언어의 규칙을 익혔고,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나만의 논리로 설계 의도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 나갔다.


그림3.jpg 그림 3 AI로부터의 학습


4. 사람이 채워야 할 하드웨어의 마지막 빈틈

물론 AI가 만능은 아니었다. AI와의 대화를 통해 도출한 답변이 수십 년 현장 경험을 가진 선배들 앞에서 힘을 잃는 순간들을 겪으며, 나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 하드웨어 세계에는 AI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무수한 물리적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결국 정보를 얻는 것은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언정, 그 지식을 정제하여 현장에 적용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은 온전히 개발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AI 대격변 시대에 과거의 정보 습득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칫 생략될 수 있는 ‘깊은 사고의 가치’는 반드시 보존되어야 한다. 단편적인 지식은 도구로 채울 수 있지만, 전체 회로의 흐름을 머릿속으로 그려내고 물리적 실체를 책임지는 것은 하드웨어 개발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피지컬 AI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 그 AI가 발을 딛고 서 있을 하드웨어라는 땅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누군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능의 명령을 완벽한 물리적 동작으로 구현해 내는 단단한 토대를 마련할 때, 비로소 피지컬 AI라는 영웅은 현실 세계에서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윤승호.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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