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설계 관점의 PSIM·PLECS·HIL 활용법
연구개발 현장에서 시뮬레이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설계 방향을 결정하고, 디버깅 시간을 줄이며, 실패를 빠르게 경험하게 하는 개발 프로세스의 필수 도구이다.
PCS(전력변환기)와 제어 시스템 개발은 단계별로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회로 설계, 제어 알고리즘, 펌웨어 구현이 각각의 영역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대부분 그 경계에서 발생한다.
“회로는 맞는데 제어를 얹으니 흔들린다”, “로직은 맞는데 MCU에서 타이밍이 틀어진다.” 같은 상황이 대표적이다.
연구개발팀은 이런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해, 검증 목적에 맞춰 시뮬레이션 툴을 활용한다.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흐름은 PSIM, PLECS, HIL로 이어진다.
1) PSIM: “설계 방향이 맞나?”를 빠르게 확인하는 첫 관문
PSIM은 전력전자 시뮬레이션 분야의 선구적인 소프트웨어이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 전력변환 회로의 스위칭 동작과 기본 제어 구조를 빠르게 검증하는 데 강점이 있다. 따라서 정밀한 수치 일치보다는, 구조적으로 타당한지와 잠재적 위험 신호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목적이 크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이 활용한다. 신규 스위칭 토폴로지를 검토할 때 부하 조건을 바꿔가며 파형과 전류/전압 경향을 확인하거나 PWM 패턴, 데드타임, 기본 제어 블록 구성 변화에 따라 피크 전류의 변화 양상 또는 출력 전압이 불안정해지는 징후가 나타나는지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얻는 효과는 분명하다. 하드웨어 제작 전에 “이 설계는 위험하다” 혹은 “수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선행할 수 있다. 그리고 불필요한 시제품 반복을 줄이고, 다음 단계인 통합 검증으로 더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
PSIM에서 다양한 입력 조건을 가정했을 때 과전류, 과전압, 비정상 스위칭 등이 발생하지 않으면, 토폴로지 및 소자 등을 확정하고, 회로와 제어의 통합 검증을 위해 PLECS로 넘어간다.
2) PLECS: 회로와 제어를 ‘한 시스템’으로 묶어 검증하는 도구
설계를 구체화하면 질문이 달라진다. “회로는 동작하는데, 제어까지 얹었을 때도 안정적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PLECS는 회로와 제어 알고리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시뮬레이션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과도응답, 안정성, 제어 여유처럼 시스템 관점의 이슈를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이 활용한다. 부하 급변, 입력 변동 같은 외란 조건에서 오버슈트, 정상 상태 도달 시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한다. 또한 전류·전압 루프 파라미터를 조정하며 불안정해지는 경계 조건을 탐색하고, 설계 마진을 확보한다.
이 과정에서 얻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시험 단계에서 뒤늦게 발견할 불안정 포인트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실험에서의 코드 디버깅 횟수를 낮출 수 있다.
PLECS 단계에서 회로와 제어의 통합 동작을 확인했다면, 다음으로는 실제 계통 상황을 모의하기 위해 HIL 시뮬레이션 단계로 넘어간다.
3) Typhoon HIL: 논리적 검증은 통과, 실제에서의 동작을 확인하는 관문
제어 로직이 펌웨어로 구현되고 실제 타겟 MCU에서 동작하기 시작하면, 오프라인 시뮬레이션과 다른 변수가 등장한다. 연산 지연, 인터럽트, 샘플링 타이밍, 센서 신호 처리 같은 요소가 대표적이다. 이 차이는 출력 파형과 보호 동작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
이때 HIL은 실제 제어기와 유사한 조건에서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현장에서 드러날 수 있는 문제를 개발 초기 단계에서 안전하게 노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이 활용한다. 계통 연계 조건을 가정해 동작시키면서 과전압/과전류 등에 대한 보호 로직이 의도한 타이밍에 개입하는지 확인한다. PWM 업데이트 타이밍, 센서 피드백 경로 지연 등으로 인해 예상과 다른 파형이나 리플이 생기는지 점검한다.
이 과정에서 얻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제어 주기와 지연에 따른 문제와 같이 오프라인 시뮬레이션에서는 확인 불가한 문제를 사전에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펌웨어 및 제어 설계를 수정한 뒤, 실제 환경에서의 안정 동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HIL에서 보호 로직과 여러 시험 조건에서도 정상 운전이 일관되게 재현되면, 그때 실장비 기반의 실물 시험으로 넘어간다.
R&D팀이 시뮬레이션을 쓰는 이유는 단순히 맞고 틀림을 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실패할 수 있는 지점을 더 빨리, 더 싸게, 더 안전하게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PSIM·PLECS·HIL을 과제나 실습으로 접해본 전공자라면, 이 툴들이 실무에서 어떤 흐름으로 사용되는지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연구개발 직무를 바라보는 관점이 선명해질 수 있다.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흐름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PSIM은 설계 초기에 방향이 맞는지를 빠르게 확인하는 단계이다.
- PLECS는 회로와 제어를 묶어 시스템으로 안정적인지를 점검하는 단계이다.
- HIL은 실제 제어기와 펌웨어까지 포함해 현실에서도 도는지를 최종 검증하는 단계이다.
시뮬레이션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좋은 시뮬레이션은 정답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실패할 수 있는 지점을 먼저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