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자가 전하는 프로젝트 영업 경험담
LS ELECTRIC 임직원 칼럼 첫 번째 주제는 ’무스펙 지방대 취준생 대상을 받다’로 기술영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을 위한 이야기, 두 번째는 ‘기술영업 직무에 대한 오해와 진실’로 기술영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기술영업사원이 도대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사실 기술영업 사원 업무라는 것은 판매 제품의 종류, 수주영업, 양산영업 또는 대리점 관리 영업을 같이 하는 영업이냐, 혹은 고객에게만 직접 제품을 영업하느냐 등과 같이 각자 소속된 영업 부서에 특성에 따라서 업무 범위나 내용들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중에서도 기술영업을 대표하는 영업 업무를 단 한 가지 꼽으라면 누가 뭐래도 ‘프로젝트 영업’이지 않을까 한다. 영업사원에게 프로젝트 영업이란 회사 내에서는 성과를 통해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며 개인적으로는 과정 및 결과를 통해 성취감을 가지고 업무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프로젝트 영업’이 중요하다는 것은 술자리에서도 증명된다. 선배 영업사원들이 술자리에서 “라떼는 말이야”라며 시작했던 대부분 영업 무용담들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면 ‘프로젝트 영업’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이유를 제외하고도 프로젝트 영업은 이 직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서 영업 직무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영업 경험담을 통해 기술영업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보고자 한다.
올해로 13년째 기술영업 업무를 하면서 나름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했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단 하나 꼽으라면 2018년 아산 현대자동차 람다엔진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해당 프로젝트는 팰리세이드와 같은 대형차에 장착되는 엔진공장 전체 설비를 신규로 교체하는 공사였다.
아산 현대자동차 람다엔진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영업 생활에 있어서 전환점이 된 프로젝트였으며 결과까지 만족스러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선 이 프로젝트가 내게 새로운 도전이며 영업 생활에서의 전환점이었다는 부분은 배경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LS ELECTRIC이 판매하는 자동화CIC 제품군은 크게 보았을 때 ‘AUTO’, ‘DRIVE’라는 제품군으로 명확하게 분류하여 관리되고 있다. 현재도 영업부서를 제외한 대부분 부서들은 제품군별로 팀을 분리해서 운영하거나 팀 내 업무 PART를 분리하여 운영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업부서 역시 ‘AUTO영업’, ‘DRIVE영업’으로 팀 자체가 다르게 운영되었으나 올해부터는 마침내 시장 트렌드에 맞게 제품 중심이 아닌 판매시장 중심으로 ‘자동차’, ‘물류’와 같은 카테고리로 영업부서를 개편하였다. 현재는 AUTO와 DRIVE 제품을 동시에 제안하는 영업사원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2018년은 이런 변화가 시작되던 초창기로 대부분 영업사원들에게 본인이 파는 제품군이 아닌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술영업사원으로 고객에게 제품을 판다는 것은 단순히 판매로만 끝나지 않는다. 고객의 문의사항부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이런 부담감을 극복하는데 최소 2~3년은 걸린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공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며 무엇보다도 생산기획/마케팅/기술/설계/연구소와 같은 유관부서 담당자들과 관계 구축을 하여 문제 발생 시 유연하게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새로운 제품을 영업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 8년 차 영업사원이었던 내게도 기존 업무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새로운 제품으로 프로젝트 영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단순 계산으로도 2배 이상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했던 일이라 쉽지 않았다.
당시 나는 DRIVE 제품군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AUTO 제품군의 하나인 HMI라는 제품을 처음으로 현대자동차 프로젝트에 제안해 보겠다는 시도를 했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팀장님이 내게 진짜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을 했을 만큼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결국 성공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제품을 벗어나 시장 중심에 영업으로 전환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도전이었다.
프로젝트를 성공한 비결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알고 있거나 시시한 내용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 아산 현대자동차 람다엔진 프로젝트 무용담을 통해 몇 가지 비결을 이야기해 보겠다.
첫째, 첫 만남은 2D가 아닌 3D로 해라
보통 데모 장비는 5~10Kg가 넘는다. 그 때문에 장비를 직접 들고 다니기보다는 카탈로그를 보여주는 영업사원들이 많다. 사실 영업사원이 매번 데모 장비들을 가지고 다닌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우리 제품을 접하는 고객에게는 카탈로그와 같은 2D자료 보다는 3D로 실감 나게 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는 데모 장비나 제품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나 역시 처음 아산 현대자동차 람다엔진 프로젝트 담당을 하시는 보전과장님을 만나는 자리에 데모 장비를 직접 가지고 갔었고,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현장 보전부서를 대상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제품 세미나까지 선보일 수 있었다. 당시 프로젝트 사양 지정을 위해서는 현장 보전부서에서 허락을 받는 것이 첫 단계라 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세미나 기회를 얻은 덕분에 무사히 첫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둘째, 고객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라
아산 현대자동차 람다엔진 현장 보전부서에 세미나를 성공리에 마무리했을 때는 마치 당장이라도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열화와 같은 성원에도 불구하고 사양을 확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보전과장님은 오늘 세미나만으로는 선뜻 우리 제품을 선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씀하셨다.
사유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엔진공장에 적용된 실적이 한 번도 없는 LS ELECTRIC 제품을 선택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 모든 책임이 본인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전과장님 입장도 이해가 되었으나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던 중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보전부서에서 직접 프로젝트 제품 사양을 지정하여 공유하는 방법도 있지만,
구매팀 주관으로 메이커별 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 최근에 생겼습니다.”
사실 구매팀 주관 입찰 또한 실적이 있는 메이커만 참여가 가능하고, 적용 실적이 없던 LS ELECTRIC의 경우 구매팀 이외에도 생기/보전/공작기계부 등 많은 부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만큼 과정이 어렵기에 언급하지 않고 계셨다가 아쉬워하는 내 모습을 보고 뒤늦게 알려주신 것이었다.
만일 구매팀이 주관하여 입찰을 통해 LS ELECTRIC으로 사양이 지정되는 경우에는 보전과장님이 독단적으로 사양 선정을 했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에서 벗어 날 수 있으므로 협조가 가능하다는 말씀이셨다.
우선은 입찰을 주도하는 구매팀 담당자를 만났다. 구매팀 담당자는 다행히 내가 가끔 만나서 안면이 있는 분이셨고,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니 금방 이해를 하셨다. 그러나 구매팀 담당자 또한 우리 제품을 입찰 사양에 추가하는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구매팀은 원가절감을 위해서 실적이 없는 제품 사양을 입찰하는 품목에 포함할 수 있지만, 이 때마다 생기/보전/공작기계부와 같은 현대자동차 내 프로젝트 담당 부서에 의견을 요청해야 했다. 만일 담당 부서에서 기술적으로 반대 의견을 보내는 경우, 구매부서 특성상 기술적 반박을 할 수 없기에 실적이 없는 제품은 번번이 사양을 추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구매팀의 어려움은 내가 쉽게 해결해 줄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 프로젝트 담당 부서가 보낸 기술적 반대 의견에 대한 반박 내용을 내가 경쟁사와의 비교 자료를 통해서 깔끔하게 정리하여 구매팀에 전달해 드리면 끝이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우리 제품을 추가하는 것을 반대하는 현대자동차 내 생기팀,공작기계팀까지 모두 직접 방문하여 설득작업을 마치고 나서야 실제 입찰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최종적으로 프로젝트 수주를 하게 되었을 때 맛보았던 기쁨은 지금도 나에게 영업을 지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셋째, 고객이 만족해야 영업 프로젝트는 끝난다…
일부 영업사원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나면 그 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영업과는 무관하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극단적인 예시로 제품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술부서가 잘못한 일도 결국은 영업사원의 잘못이 되는 게 사실이다. 반박하는 영업사원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기술부서가 잘못을 하든 고객이 잘못을 하든 프로젝트 중 제품 문제로 인해 고객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 프로젝트는 실패한 프로젝트가 된다. 억울하겠지만 그 책임은 문제가 된 제품을 판매한 영업사원과 회사가 질 수밖에 없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유관부서 업무를 지원하다 보면 유관부서 담당자들과 유대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영업사원에게 인맥이란 매우 중요한 자산이 아닌가.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현장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득이 된다.
나 역시 아산 람다엔진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현장에 제품을 설치하는 기간 동안 내가 근무하는 부산에서 충남아산 현대자동차까지 왕복 7시간 넘는 거리를 수십 번 운전해서 방문하였다. 초기 셋업 시 문제가 발생했던 2달간은 기술/설계/연구소/QA 팀 담당자들과 현장에 상주하다시피 지원을 했었다. 영업사원이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되돌아보면 그만큼이나 나에게는 이 프로젝트 성공이 간절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생각지도 못했던 때 돌아왔다. 아마 나만큼이나 세 번째 비결의 효과를 체험한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사실 내가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프로젝트는 바로 다음 해인 2019년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신공장 프로젝트, 광주글로벌모터스 신공장 프로젝트였다. 덕분에 2021년에는 회사에서 대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커다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숨은 공신이 있었다. 뒤늦게 알고 보니 신공장 프로젝트 담당자들이 모두 바로 전에 진행한 아산 람다엔진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LS ELECTRIC 지원에 대해서 문의를 했었고, 담당자분이 감사하게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보증을 해주셨다는 것이다.
자신이 행동한 대로 당신은
자신의 우주를 창조하고 있다.
-처칠
지금까지 기술영업사원이 하는 일과 성공 비결을 실제 경험한 프로젝트를 통해 이야기해 보았다. 하지만 영업에 있어서 만큼은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각자 자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열심히 일하다 보면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기술영업 직무 어떤 일을 할까?’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아직 나도 모르는 제품이 많고 경험도 부족하여 매번 실수를 거듭하며 배워가고 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나 역시 언젠가는 술자리에서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여 후배 사원들에게 무용담을 이야기하게 되었을 때, 후배들에게 내가 단순한 ‘꼰대’가 아닌 영업에 대해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멘토’로서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