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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S ELECTRIC Sep 26. 2022

‘수소경제’시대. 블루, 그린수소? 이름 색깔의 의미

알쏭달쏭한 수소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녹색(Green)수소는 미래의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수소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색의 기체이다. 그렇다면, 왜 수소를 언급할 때마다 회색(Grey), 청색(Blue), 녹색(Green)과 같은 다양한 색깔이 사용되는 것일까?


이러한 색깔들은 수소가 생산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수소 연료 에너지원(ex: 수소 연료전지, 수소 터빈, 수소 내연기관 등등)은 수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만들 때 수증기 형태의 ‘물’만을 배출한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이나 다른 에너지원들의 배출물이 대부분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황산화물과 같은 유해 물질을 함유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며, 수소를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청정에너지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수소가 생산될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수소는 화합물 형태로 저장되어 있으며, 순수한 수소(H2) 형태로는 아주 소량만이 대기상에 포함되어 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탄소화합물 또는 물로부터 수소를 분리하여 사용해야 하고, 탄소화합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과정은 탄소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었으며, 각각의 수소가 가지는 특징을 나누기 위해 IEA(국제에너지기구)와 같은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와 국가별 기관에서는 수소의 생산방식에 따라 무색의 수소 기체에 색을 부여하고 있다.


생산 방법에 따라 수소는 크게 회색(Grey), 청색(Blue), 녹색(Green)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분홍(Pink), 갈색(Brown), 흑색(Black), 청록(Turquoise)과 같은 이름을 가지기도 한다. 이와 같은 분류는 기관이나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한다.


생성된 수소는 수소 연료 사용 에너지원을 통해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되어 제공하거나, 에너지 수요 지역까지 에너지 전달을 위한 운반체로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태양광, 풍력과 같은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수소를 생산한다면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에 대한 탈탄소(Carbon-free) 대안이 될 수 있다.


회색, 청색, 청록색, 녹색 등 다양한 색상의 수소. @국제 재생 에너지 기구(IRENA)


회색(Grey)수소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약 96%는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회색수소’다. 회색수소는 원유의 정유 과정(나프타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부생수소(Byproduct hydrogen)와 천연가스 개질 과정(SMR)*을 통해서 얻는 개질 수소를 칭한다. 약 1kg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 이산화탄소 10kg을 배출한다. 현재로서는 높은 경제성을 바탕으로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해 널리 보급된 수소 생산방식이지만,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Steam-Methane Reforming,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촉매 화학반응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변환함



갈색(Brown)수소, 흑색(Black)수소


회색수소와 유사하게, 갈탄(Brown) 또는 흑탄(Black)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해 추출한 수소를 말한다. IGCC(석탄가스화복합화력발전)에 응용되고 있으나, 회색수소와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와 같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청색(Blue)수소


회색, 갈색 또는 흑색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 포집 및 저장(CSS) 기술을 통해 지하에 포집 및 저장되는 수소를 ‘청색 수소’라고 칭한다. 하지만 CCS 기술을 통해 배출되는 모든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이에 따라 온실가스 일부가 대기로 방출된다는 문제가 있다. 일반적인 회색수소 대비 약 60%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에 더 청정하다고 볼 수 있으나, 완전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와 포집한 이산화탄소의 활용/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더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녹색(Green)수소


‘청정수소’라고도 하는 녹색수소는 태양열 또는 풍력과 같은 청정 신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이용하여 물을 전기분해라고 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된다. 수전해(Electrolysis) 기술은 대표적으로 알카라인 수전해,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고체산화물 수전해와 같은 다양한 기술들이 있으나, 물을 원료로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수소와 산소를 얻는다는 점은 모두 같다.


풍력, 태양광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하루 24시간, 365일 일정한 에너지를 생성할 수 없다. 발전 전력이 수요 전력을 초과하는 동안 발생하는 잉여전력을 통한 녹색수소 생산하여 저장하고, 이와 반대로 발전량이 떨어져 수요 전력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 미리 생산하여 저장한 녹색수소를 사용해 수소 연료 에너지원(ex: 수소 연료전지 발전)을 통해 보완한다면 신재생 에너지원의 간헐성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이 될 수 있으며, 다양한 산업군의 탈탄소화를 이끌 수 있다.


녹색수소는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량의 약 0.1%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IEA 기술 보고서 ‘수소의 미래’, 2019), 신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수전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더 그 생산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간략화 한 매탄열분해(Methane Pyrolysis) 공정 @MONOLITH


Olive Creek1(OC1), 최초의 상업화 메탄열분해 시설. Nebraska, United States @MONOLITH



청록(Turquoise)수소


청록수소는 고체 탄소를 생성하는 ‘메탄 열분해(Methane pyrolysis)’라는 과정을 통해 고체 탄소(Carbon Black)를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중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발생이 없으며, 청색수소와 같은 CCS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수소와 함께 생성되는 고순도의 고체 탄소는 타이어 제조 또는 기계용 고무 부품과 같은 다른 응용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청록수소는 녹색수소 대비 생산과정에서의 전기 사용량이 더 적고, 귀금속 사용이 적기에, 초기에 투입되는 CAPEX(자본적 지출) 측면에서는 상대적인 이점이 있고, 부산물(고체 탄소/Carbon Black) 판매를 통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반대로 운영 과정에서 물이 아닌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해야 하며,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도 함께 반영해야 하기에 OPEX(운영적 지출) 측면에서는 단점이 있다.



분홍(Pink)수소


앞서 설명한 녹색수소와 마찬가지로 수전해를 통해 생성되지만, 분홍수소는 청정 신재생에너지로부터 발전된 전력을 사용하는 수전해가 아닌, 원자력발전을 통해 얻는 전력으로 수전해를 통해 생산하는 수소를 말한다.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소는 발전과정에서 전력 생산과 함께 원자로 냉각 후 발생하는 고온의 냉각수와 스팀을 내부에서 처리하게 되는데, 이러한 부산물들을 적절하게 이용할 경우 고체산화물 수전해와 같이 고온의 열원을 활용하는 수전해 시스템의 운영비용을 낮추고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원자력발전은 탄소화합물 화석연료를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하지 않기에, 어떤 의미로는 ‘탈탄소’ 에너지원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폐기물 처리와 같은 사회적/기술적 문제를 극복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발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위한 에너지원, 청정수소


에너지 전환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려면 수송, 난방 및 발전과 같이 대부분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수소로의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의 에너지 기관들, 언론들 모두가 수소는 우리의 깨끗한 지구를 위해 중요한 에너지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COVID-19,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 부족과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민간영역에서의 청정수소의 보급의 속도가 기존의 예상보다 느려지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지난 2022년 5월 29일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수소법’)이 개정되어 ‘청정수소’의 활용이 더욱 중요해졌다. 개정된 수소법을 바탕으로 발전사업자에게 청정수소 사용을 의무화하는 청정 수소 발전 제도(CHPS)가 내년부터 도입되고, 청정수소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청정 수소 인증 제도가 2024년부터 시행된다. 산업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40% 달성을 위해 무탄소 연료인 수소·암모니아를 활용한 발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나라들의 적극적인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그린수소 연구개발 및 투자’에 독일, 프랑스 등 15개 회원국과 54억(약 7조 2000억 원) 유로 상당의 자금 집행을 승인하기로 밝혔다. 공공기금에 더해 민간 투자 기금에서 추가로 80억 유로가 추가로 모집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지난 8월 16일 미국 의회를 통과한 IRA(the Inflation Reduction Act, 통칭 ‘인플레 감축법’) 법안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며 입법이 완료되었다. IRA을 통해 미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및 에너지 안보에 3690억 달러(약 481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해당 법안을 통해 녹색(Green)수소 생산 시 kg당 3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탄소 포집/격리에는 t당 최대 180달러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는 등, 청정수소 보급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렇듯,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더 깨끗한 수소를 사용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들이 하나 둘 모여, 청정수소로의 에너지 전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푸르고 깨끗하게 다음 세대로 넘겨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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