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남기자. 모 중고자동차 유튜버의 슬로건이다. 처음 교직에 들어왔을 때 나의 슬로건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이 슬로건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에 졸업하는 너희들이 모두 다 나를 찾아오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아. 그렇지만 너희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나에게 연락하고 찾아오면 난 올해 너희들과의 만남은 성공적이었다고 기억할 거야.'
돈도 얼마 못 버는 교사가 사람이라도 남겨야지
졸업생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 다른 교사들보다 집착이 심한 편이다. 내 사람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큰 듯하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욕심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졸업했으니 너와 나의 인연은 끝이라고 생각하는 교사가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이런 욕심이 생기게 된 일들이 있다.
졸업하고 다시 찾아간 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났을 때 '어? 누구더라? 작년 졸업생이었나? 허허' 혹은 '(얼굴은 아는데 이름은 몰라서 생략하고) 반갑다!' 하는 교사의 어색한 반응.
'아 난 그저 이름 모를 어떤 졸업생이 된 거구나' 이게 싫었다. 난 3년간 이들에게 뭐였지?
교사가 되면서 스스로 다짐했던 것 중 한 가지는 학교생활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는 그들과 맞잡은 이 인연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나는 기억해야지'
선생과 제자로 만났지만 나아가 함께 세월을 보내며 길게 인생을 고민하는 동반자, 동료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왜냐면 그렇게 보고 자랐다. 18살에 만나 지금까지도 연락을 드리는 나의 스승님이자 동료인 선생님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 분과의 첫 만남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었다. 그분은 교생실습을 왔던 선생님이었고 내가 3학년이 되어서 대학준비를 할 때는 나의 입시 담당 선생님이셨다. 그리고 내가 모교에 교생이 되어 실습을 나왔을 때는 나를 지도해 주는 담당 선생님이셨다. 그리고 교사가 된 이후로는 그분은 대학의 교수가 되어 여전히 연락을 하며 이런저런 고민거리를 나누는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7년간의 연애를 하고 있을 때 고민, 결혼을 앞둔 신랑으로의 고민, 결혼식 하객으로 와주셨던 고마움, 선생님 자녀 돌잔치, 선생님 아버지의 장례식, 입관, 나의 자녀 출산, 아이에게 주는 킥보드 선물, 건강문제 등 많은 생각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고 스승과 제자 관계를 떠나 같은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자식으로의 역할을 공유하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라 선생님 또한 나에게 이 걱정 저 걱정 다 털어놓고, 서로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내가 학생 때부터 그에게 의지하고 기대며 성장했듯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와 같은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기에 망설임 없이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이제 6년 차 교사가 되었다. 이제 갓 전역을 한 친구가 전역신고를 하고자 찾아오고, 대학을 졸업한 친구도 찾아오고, 이제 사회인이 되어 취업을 하고 현장에 나가 첫 월급을 탔다며 자랑하려 찾아오는 등 많은 친구들이 연애, 취업 등 다양한 고민을 들고 나를 찾아오기 시작한다.
내일도 나의 동반자들이 찾아온다. 나를 찾아올 너무나도 고마운 이 친구를 쉽게 보낼 수 없기에 파전에 막걸리 한 잔 걸치고 함께 직장 상사의 흉을 보며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주어야겠다. 나를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이 친구들이 너무 고맙기 때문에 만나는 날에는 술이든 밥이든 얼마든지 사줄 수 있다. (물론 지갑은 불편해진다.)
나는 그저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가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로서 사람을 남기는 사람이고 싶기 때문에.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와이프와 아들에게
'미안.. 오늘 아빠 비즈니스 하느라 조금 늦을 거 같아. 저녁 먼저 먹고 자..막차 끊기기 전에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