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이후의 미래의 미국, 한 배달부는 플래티넘 칩이라는 물건을 배달하던 중 머리에 총을 맞고 모하비의 황무지에 파묻힌다. 근처 굿스프링스라는 마을에 살던 로봇 빅터와 의사 미첼은 이 모습을 발견하고 수술을 감행해 생사 기로에 있던 배달부를 살려낸다. 죽음에서 돌아온 우리의 주인공 배달부는, 자신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은 인물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하비 황무지를 가로질러 뉴베가스로 향한다.
폴아웃: 뉴베가스는 옵시디언 엔터테인먼트의 출세작이면서 현재까지 최고의 성공작이다. 물론 이외에도 네버윈터나이츠2나 사우스파크,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같이 좋은 평을 받은 게임을 많이 만들었으나 뉴베가스 만큼의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현재 폴아웃 시리즈의 판권은 베데스다가 가지고 있고 베데스다가 더 이상 폴아웃을 외주식으로 개발하지 않을 거라고 밝혔음에도 옵시디언이 후속작을 만들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아직 많을 정도로, 폴아웃 뉴베가스는 팬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이 게임은 확실히, 베데스다가 그 동안 만들었던 오픈월드 게임들과는 많이 다르다. 물론 그래픽과 게임 시스템은 몇 년 전 베데스다에서 직접 개발한 폴아웃 3를 그대로 가져다 쓴 수준이긴 하지만.
폴아웃 3을 포함해 이후의 베데스다식 오픈월드 게임들은(단적으로 말하면 폴아웃 3, 스카이림, 폴아웃 4는) 메인 스토리의 비중이 적은 편이다. 그 전의 작품인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과 비교하면 확실히 그렇다. 복잡한 스토리나 화려한 인게임 연출은 점점 줄이고 있는 추세다. 혹자는 이를 베데스다의 스토리 구성 역량의 하락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확실히 의도적으로 스토리에 힘을 빼고 있는 듯하다. 대신 서브 퀘스트나 npc, 사소한 연출의 디테일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는 게임 속 세상에 깊게 몰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인 것 같다.
뉴베가스는 고전 폴아웃 시리즈(1,2)를 만든 인력들이 만든 게임이라 그런지, 확실히 그런 경향에서 벗어나 있다. 앞서 언급한 다른 게임에 비해 스토리와 스토리를 위한 배경 설정이 상당히 촘촘하다. 특히 구별되는 부분은 게임 속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서사다. 게임 속 npc와 퀘스트들은 중요한 등장인물들이 메인 스토리와 어떻게 얽혀있으며 그들의 행적이 어떠했는지 계속 게이머에게 상기시킨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필수요소다. 다들 어떤 캐릭터에 푹 빠져 작품 전체를 흥미롭게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 조커(2019)와 다크나이트의 조커, 마블 시리즈의 아이언맨 등. 뉴베가스에서는 여러 캐릭터들에게 다양한 서사를 부여해 캐릭터의 매력을 강조한다. 전쟁 패배의 과오로 화형당했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불탄 남자' 조슈아 그레이엄, 톱스 카지노의 운영자이자 주인공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은 양아치 느낌 충만한 베니, 현학적인 말을 내뱉으며 주인공 앞에 대적하는 율리시즈, 가혹하고 잔인하지만 전장에서는 최고의 사령관인 시저의 군단의 라니우스 등.
같은 맥락에서, 동료 캐릭터들의 서사 역시 어떤 베데스다 오픈월드 게임보다 깊다. 동료 퀘스트와 스토리에 대해서는 위에서 말한 것과 대동소이하므로 넘어가고, 동료를 관리하는 것도 편리하다. 동료와 상호작용하는 메뉴는 간단하고 직관적이며, 지정된 장소(럭키 38 카지노)에 모아둘 수 있어 나중에 다시 고용하기도 편하다.
하지만 장점만 존재하는 게임은 아니다. 우선 그래픽과 전투 시스템, 그리고 스탯이나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퍽이나 재주 시스템이 전편인 폴아웃 3에서 거의 발전이 없는 수준이다. 물론 폴아웃 3과 출시시기 차이는 2년 정도로 짧기는 하지만, 외적인 변화가 거의 없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거기다, 게임에 버그가 꽤 있는 편이다. 심지어 몇 개는 퀘스트 진행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출시 10년이 지난 지금은 여러 번의 패치와 버그 픽스 모드 등으로 많이 잡혔지만, 그래도 여전히 버그가 적지 않다. 구글링을 해보면 있어야 할 아이템이 안 보인다던가, 퀘스트 로그가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던가하는 버그가 현재에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처법도 어느 정도 나와 있으니 검색으로 해결을 해보자. pc라면 코드나 버그 픽스 모드로 거의 다 해결 가능하다.
4편의 대형 dlc 역시 다소 애매한 편이다. 세 번째 dlc인 올드 월드 블루스는 확실히 좋은 평을 받았지만, 첫 번째인 데드 머니는 난이도와 분위기 문제로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나머지 dlc 어네스트 하츠와 론섬 로드도 설정이나 스토리는 흥미롭지만 구성이 단조롭다는 느낌이 든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확실히 폴아웃 3가 뉴베가스보다 더 좋다. 이는 폴아웃 3가 오픈월드 게임에 하나의 분기점이 될 만큼 새로운 게임이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였다. 거기다 시스템 측면에서 뉴베가스는 폴아웃 3를 거의 답습했으니, 평가가 나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더 오랫동안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게임은 3편 보다는 폴아웃 뉴베가스다. 서부극을 연상시키는 카우보이틱한 분위기, 독특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 도박장과 황무지의 패권을 다투는 정치적 대립이 얽혀있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여전히 게이머들을 뉴베가스에 붙잡아 두고 있다.
개인적인 점수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