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은 주인공'은 장르를 불문하고 많이 쓰이는 클리셰지만, 그 주인공이 죽은 상태인 상황은 흔치 않다. 주인공 '시셀'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은 죽어있고, 난데없이 스탠드 등이 그에게 말을 건다. 자신을 꾸부리라고 소개한 스탠드는, 시셀에게 그는 '사자의 힘' 이라는 기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물건에 빙의해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다. 거기에, 죽은 시체와 접촉해 그 시체가 죽기 4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 말을 들은 시셀은 자신과 함께 죽어있는 한 여자를 살려보려고 한다.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한 시셀의 여행이 거기서 시작된다.
고스트 트릭은 역전재판의 디렉터로 유명한 '타쿠미 슈'가 지휘봉을 잡고 제작한, 역전재판과는 무관한 단독 세계관의 게임이다. 게임의 진행은 기본적으로 살인 사건의 과거로 돌아가 그 살인을 막는 것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고스트 트릭은 역전재판과 달리 추리 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맵의 여러가지 물건과 상호작용하며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퍼즐, 혹은 어드벤처 게임에 가깝다.
세계관은 역전재판과 무관하지만, 아무래도 디렉터가 타쿠미 슈이다 보니 게임에서 역전재판의 향기가 많이 난다. 스토리 진행에서 특히 그렇다. 기억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 여러 사람이 얽히게 되고, 그 사람들을 도와가며 게임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은 사건과 이벤트에서 작은 실마리를 흘리고, 그 실마리를 쫓다보면 결말에 다다르는 스토리 구성을 하고 있다. 사건마다 살짝 힌트를 흘려 어느 정도 진상을 파악했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마지막에 예상 못한 반전이나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 역전재판과 매우 유사하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역전재판의 느낌이 난다. 외형이 유사한 캐릭터는 별로 없지만, 성격이나 행적이 유사한 인물들은 꽤 많다. 히로인인 린네는 호우즈키 아카네나 아야사토 마요이같은 엉뚱한 느낌이 꽤나 나는 편이고, 카바넬라 반장은 간토 카이지 같기도 하다.
고스트 트릭의 가장 큰 장점은 참신한 퍼즐해결 방식이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바탕으로 만든 듯한 게임의 퍼즐들은 단순히 물건을 움직이는 걸 넘어 그것으로 연쇄작용을 일으키기도 하고 인물의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요소를 적절히 투입해 플레이어를 지루하지 않게 한다.
난이도는 필자에게는 딱 적절하게 느껴졌다(쉽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아 마냥 풀려나가는 건 아니면서 굳이 공략을 찾아야할 정도는 아닌, 딱 적당한 도전정신을 불러 일으키는 정도라 생각한다. 어려운 부분에서는 등장인물들이 힌트를 준다. 전반적인 팁으로는, 불가능한 루트를 하나씩 소거하며 방법을 시도하다보면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소거법을 기초로한 이런 공략 방식도 역전재판과 유사해보이기도 한다.
고스트 트릭은 주인공들이 어떤 거대한 사건을 해결한다기보다는(큰 사건에 말리긴 하지만 부차적으로 보인다.) 등장 인물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가깝다. 그렇기에 역전재판의 끝에서 느끼는 후련함이나 보스를 무너뜨리는 쾌감은 없지만, 사소한 요소들로 쌓아올린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세계관 자체가 한정되어 있어 다른 작품이나 후속작을 기대할 여지를 전혀 주지 않는다는 것 정도다.
개인적인 점수
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