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가 아돌 크리스틴은 새로운 모험을 찾기 위해 괴테 해로 향하는 배 '롬바르디아 호'에 임시 선원으로 몸을 싣는다. 그러나 항해 중, 수수께끼의 괴물에게 습격을 당해 롬바르디아 호는 부서지고 승객과 선원들은 섬에 표류하게 된다. 그들이 표류한 섬은, 아무도 살아 돌아온 적 없다고 알려진 저주받은 섬 '세이렌 섬'이었다.
팔콤 이스 시리즈의 8번째 작품, 액션 RPG 이스 8: 라크리모사 오브 다나다. 역사가 오래된 명작 시리즈인 이스 시리즈 중에서도 굉장히 좋은 평을 받고 있으며 과거에 몇 이스 시리즈를 재미있게 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플레이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찬사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게임이었다.
1. 시스템
먼저 전투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완성도 있다. 다른 RPG 게임처럼 SP(MP)를 포션 등으로 충전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공격에 따라 충전할 수 있어 다양한 스킬 활용을 통한 전투가 가능하며, 그에 따라 전투 템포가 빨라 굉장히 스타일리쉬하고 액션이 호쾌하다. 거기에 쓰는 스킬이 질릴 때 쯤 되면 새로운 스킬을 익혀 전투가 지루해질 틈은 거의 없었다.
싱글 게임이기는 하지만 플레이어가 다양한 캐릭터를 바꿔가며 조작할 수 있기에 캐릭터 간의 밸런스가 중요한데(그렇지 않으면 게임이 천편일률적이 되기 십상이므로), 그 부분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물론 사기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일부 캐릭터의 스킬이 있기는 하지만 게임을 망쳐버릴 정도는 아니며, 다른 캐릭터의 성능도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초반에는 좀 별로지만 후반에 최종 스킬을 배우면 강해지는 캐릭터도 있어 어떤 캐릭터를 쓰건 크게 문제되지 않으며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주력 캐릭터를 정할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 있는 공략이나 캐릭터 평가를 보면 사람마다 플레이 성향에 따라 성능이 좋은 캐릭터/나쁜 캐릭터의 평가가 많이 갈린다(흄멜과 락샤가 보스전에서 강하다는 건 대부분 동의하지만).
공격에 크게 세 가지 속성(참격/사격/타격)이 존재하며 일부 몬스터는 약점 속성이 존재해 약점 이외에는 경감된 데미지만을 받는데, 이런 약점 속성의 존재는 캐릭터 교체를 통한 전략적인 플레이를 유도한다. 스킬 역시 대미지가 높은 반면 브레이크율(적의 다운을 유도), 스턴이 낮은 스킬도 있고, 대미지가 낮은 대신 나머지가 높은 경우도 있어 적재적소의 캐릭터와 스킬 활용이 요구된다.
필드 사냥과 레벨링 이외의 부가 컨텐츠로는 낚시, 요격전, 제압전이 있다(요리도 있으나 그냥 일반적인 아이템 조합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낚시는 QTE식 미니 게임이며 대부분 쉬운 편이나 일부 큰 물고기의 경우 나름 도전적인 난이도를 보여준다. 또한 캐릭터에 따라 낚시의 과정과 결과에서 다른 특징이 나타나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요격전과 제압전은 표류자 마을을 지키기 위해/사전 예방을 위해 짐승과 싸우는 이벤트다. 기본적으로 필드 전투와 다를 건 없으나 과정과 결과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점수를 토대로 보상을 주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도전욕을 자극시킨다. 모든 적 처치/궁극기 발동/노 히트 플레이 등으로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처음엔 이벤트처럼 발생하지만 반복적으로 수행해 점수를 높일 수 있으니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걱정할 건 없다.
배경이 무인도/저주받은 수수께끼의 섬이니만큼 탐험 요소도 존재한다. 지도를 밝혀나가며 탐험 진행도를 높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로케이션 포인트라고 해서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 지도에 표시되며 관련한 퀘스트들도 있다. 그리고 스토리 진행과 보물상자를 통해 모험구라는 특수 아이템을 얻어 일반적으로는 갈 수 없는 곳에 도달할 수도 있다.
그 외에 시스템적으로 특기할만한 점은, 배경이 무인도인 탓에 게임에 화폐 거래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거래는 물물거래로 이루어지며 주인공이 재료를 찾아오면 표류자가 아이템을 만들어주거나 공용 창고에서 필요한 물품을 가져가는 대신 상응하는 가치를 지닌 물품을 두고 온다는 설정이다. 이는 극심한 노가다를 통해 자본의 힘으로 성능을 구매하는 전통적인 JRPG식 플레이를 제재한다. 물론 이는 이스 8만의 특징은 아니며 다른 RPG 게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채용하고 있는 시스템이지만 화폐가 아예 없다는 것은 독특하다.
JRPG니 만큼 레벨 노가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의외로 거의 그렇지 않다. 물론 노가다를 해서 스탯을 극단적으로 올리는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추가적인 레벨링 없이 스토리 진행만 해도 엔딩을 보는 데 무리는 없는 편(물론 난이도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다)이다. 일부 서브퀘스트의 경우 등장 시기에 비해서 난이도가 어렵기 때문에 조금 레벨링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그런 퀘스트는 메인 스토리를 진행해 레벨을 더 올리고 와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2. 서사, 스토리
서사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스토리는 신선하지는 않으나 몰입도가 높다. 우선 시작부터 '세이렌' 섬에 대한 미스터리로 유저의 몰입을 유도하며 공룡과 고대문명이라는 흔하면서도 매력적인 소재를 사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한 무인도지만 표류자를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제시하고 서브퀘스트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다는 것도 하나의 스토리적 재미 요소다. 엔딩까지 스토리의 빌드업이나 복선의 배치도 나름 괜찮은 편이다.
동료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은 다소 전형적이다. 게임을 하다보면 재밌기는 하지만 뭔가 강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는 캐릭터들이 너무 전형적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타이틀 히로인이자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만한 '다나'만큼은 굉장히 공들여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성장형 캐릭터이면서 사건 해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미워할 수 없는 성격을 지녀 굉장히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다.
이런 서사적인 장점이 있는 한편, 엔딩은 다소 맥빠지는 느낌이다. 주인공과 동료들의 협력과 노력으로 고난을 이겨내는 스토리기는 하지만, 결국 궁극적인 문제 해결은 초월적인 존재의 개입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약간 불호였다. 또한 멀티 엔딩이 존재하기는 하나 크게 유의미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배드-보통-진엔딩 세 개가 존재하나 스토리상 큰 차이가 없다. 진엔딩에 대해 첨언하자면 서브퀘스트만 충실하게 진행했으면 진엔딩 못 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몇 개 정도는 놓쳐도 무방하다).
3. 기타
그래픽은 대부분 혹평이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에서 그래픽은 크게 보지 않는 편이라 언급하지 않으려 했지만 '최근 이스 시리즈- 그래픽 나쁨' 이라는 평이 많기도 하고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그래픽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 간단히라도 언급한다. 확실히 PS 비타 후기- PS4 세대의 게임이라기엔 그래픽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비타로는 2016, PS4로 2017년 발매 게임이다). 모션은 지나치게 단순하며 색감은 2000년대 중반 게임인가 싶은 수준이다. 비슷한 세대의 같은 JRPG 게임인 영웅전설 섬궤3, 드래곤 퀘스트 11, 페르소나 5, 용과 같이7 등과 비교해도 많이 떨어지는 편. 반면 일러스트는 굉장히 좋은 편이다.
음악에 있어서는 팔콤 게임이니만큼 굉장히 만족스럽다. 메인 타이틀의 음악부터 굉장히 강력하게 마음을 사로잡으며, 필드, 보스전, 이벤트 ost도 굉장히 적절하다. 개인적으로 음악, 음향이 게임 플레이에 있어(일반적인 통념 이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스 8은 그 부분에선 만점을 주어도 좋을 것 같다. 페르소나처럼 보컬이 있는 ost를 채용해 압도적인 느낌을 주는 건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ost로 가득하다.
개인적인 점수 4/5